고등학교에 다니며 '국기에 대한 배례(경례)'를 하지 않아 형사의 조사도 받았지만 어려움 중에서도 묵묵히 '고신' 신앙을 지켜온 박영호 목사.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총회장을 맡으며 악법과 싸우겠다고 다짐하는 창원 새순교회 박영호 목사를 만나본다.

예장 고신 총회 악법 동향 세미나에 참석해 인터뷰 하고 있는 총회장 박영호 목사(창원 새순교회)
예장 고신 총회 악법 동향 세미나에 참석해 인터뷰 하고 있는 총회장 박영호 목사(창원 새순교회)

ㅣ삶의 시선

Q. 신앙인이 되어 예수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나게 된 과정은?

고향에 있는 '의령 덕실교회'가 모교회인데, 그 교회 역사가 내 나이하고 같다. 52년생인데 늘 교회와 함께였다. 학교 아니면 교회에 가는 문화 속에서, 초등학교 때까지는 교회를 충실하게 다녔다기보다 절기나 큰 행사가 있을 때 다니다가 중학생이 되면서 제대로 신앙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중학교 때부터 쉬지 않고 계속해서 신앙생활을 해왔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과 좀 다른 거 같은데 나는 꾸준히 교회를 다니면서 믿음이 생겼다. 목사님 설교가 내게 들렸고 “아! 하나님께서 우리를 이렇게 사랑하시고 구원하셨구나!”라고 느꼈다. 아주 갑작스러운 회심을 하지는 않았지만, 성경을 읽고 설교를 들으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믿음이 생겼고,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감격하고 감사하게 됐다.  특별히 예수님 십자가에 대한 사랑, 죄인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는 강하게 항상 자리 잡고 있어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Q. 목회자의 길을 걷겠다고 결단한 계기는?

고향 의령 덕실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던 중 진로를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하는 때가 왔다. 그때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3년을 쉬고 있었다. 아직 고등학교 진학을 못 하고 있어서 지금 대구 서문로교회 원로목사이신 이춘경 목사님이 교역자셨는데 목사님께 진로를 상담했다. 

그때 목사님께서 고등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신학을 해서 목사가 되라고 하셨다. “배움이 늦었는데 그것이 어떻게 가능합니까?” 물어보니 당신은 이북에서 내려오셔서 결혼하고 30살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신학교 가서 목회를 하고 있다고 자신 보다 내가 10년은 빠르다며 주저하지 말고 목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라고 하셨다. 나를 3년 동안 지켜보신 목사님께서 목사가 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을 해 주셔서 인도함을 받았다. 

그 이후로 목사가 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고등학교에 가고, 모든 삶을 목사가 되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래서 언어생활도 흔히 남자들이 사용하는 그런 거친 언어가 아닌 목사가 되기 위한 품위 있는 말로 이야기하는 훈련을 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총회장 박영호 목사(창원 새순교회)가 CTS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총회장 박영호 목사(창원 새순교회)가 CTS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Q. 예수님이 개입하셨던 일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고등학교 다닐 때 ‘국기에 대한 배례(경례)’를 하지 않아서 아주 큰 어려움이 있었다. 그 당시에 ‘국기에 대한 배례(경례)’ 거부로 김해여고 다섯 명의 여학생이 퇴학을 당했다. 그런데 그런 시기에 학교에서 저에게 학생회장을 맡아 달라고 했다. 그래서 학생회장을 맡을 수 없는 이유를 선생님들께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한 번도 학교에 입학해서 조회 때 ‘국기에 대한 배례(경례)’를 한 적이 없다. 그런데 내가 학생들 앞에서 ‘국기에 대한 배례(경례)’ 구령을 해야 한다는 것이 내 신앙 양심에 허락하지 않는 일이다”고 거절했다. 선생님들이 굉장히 당황해하셨지만, 나를 아끼는 분들이셔서 “우리가 못 들은 것으로 하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경상남도 경찰국에서 교육위원회를 통해 '국기에 대한 배례(경례)'를 하지 않는 학생을 조사해 달라는 공문이 왔다. 형사들이 와서 회유해도 나와 새순교회 김정호 장로, 대구에 있는 김덕주 목사 같은 친구들은 끝까지 ‘국기에 대한 배례(경례)’를 하지 않았다. 경찰은 우리에게 누가 시켰냐고 물었지만 나는 “성경에 우상숭배 하지 말라고 해서 우리는 안 하는 것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런 과정에서 하나님을 체험했다. 이후 나는 고등학교 3학년 1학기를 하고 군대에 갔어야만 했는데 그때 교장 선생님이 바뀌고 학교를 졸업할 수 있는 길을 하나님께서 마련해 주셨다. 끊겼던 장학금도 3학년 때 받게 되고, 그렇게 해서 내가 목사가 되는데 꼭 필요한 것을 하나님께서 개입해주셔서 학교의 모든 과정을 다 인도해 주셨다고 생각한다.

Q. 목사님의 가정을 소개한다면?

가정은 아주 단순하다. 아내와 아들 한 명인데, 아들은 결혼해서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다. 아주 단출한 가족이다. 나는 가정에서 낙제 점수다. 내가 굉장히 후회하고 마음 아파하는 일이다. 내가 목회를 정신없이 하고 목회연구소를 만들어서 아내가 매주 목요일마다 목회자들 아침 식사를 준비해서 제공했다. 너무 고생을 많이 했다. 아내의 개발을 위해서 내가 해 준 것이 없고 나만 공부하고, 나만 세미나 참석하고, 나만 독서를 했다. 아내가 교편생활을 해서 더 뛰어난 재능도 가지고 있는데 아내를 발전할 수 있도록 돕지 못한 미안함이 굉장히 크다. 언제나 일 중심이었지 가정중심 가족 중심은 아니었던 것 같다. 다시 돌아가면 가정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그런 목회자가 되고 싶다.

Q. 일 중심인 성도들과 청년들에게 권면을 한다면?

교인들은 주일에 더 바쁘다. 과연 바람직하냐는 생각을 해 본다. 주일은 교회에서 가족과 같이 예배하고, 한 주 간의 삶을 하나님 앞에서 돌아보는 재충전의 기회를 얻는 것이 성경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만약 주일을 이렇게 못 지킨다면 다른 평일 하루를 정해서 반드시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이 지났을 때 아주 큰 아픔으로 다가온다. 나는 대학교, 대학원 7년 동안 금요일에 가정에 돌아오면 책가방 던져 놓고 교회에 살다가 월요일이면 또 학교에 갔다. 그렇게 10년을 살고, 교회를 개척해서도 정신없이 사역만 하면서 살았다. 그러다 보면 가정은 소홀히 하게 된다. 반드시 하루는 온전히 하나님 앞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기를 바란다.

ㅣ사역의 시선

Q. 총회장으로서의 1년을 어떻게 보내고 있나?

사실 장로교 총회장이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총회장의 위치가 있고  총회가 맡겨준 총회장으로서의 일이 있다. 그리고 총회를 대표해서 참여해야 하는 고신총회 밖의 연합회와 관련된 일들이 있다. 그런 일들로 주중에 늘 바쁜데 그 바쁜 일 하나하나가 대단한 무게를 가지고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작은 일들이 모여서 총회에 안정감을 준다고 느낀다. 기관이나 교회에서 하는 사역에 안정감을 주는 것이 총회 일이다는 자긍심을 갖게 된다. 그런 일들을 하고 있다.

예장고신 총회(박영호 목사)가 악법 저지를 위한 헌법소원 지원금 3천만원을 전달하고 있다.
예장고신 총회(박영호 목사)가 악법 저지를 위한 헌법소원 지원금 3천만원을 전달하고 있다.

Q.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총회장으로 섬기고 있는데 특별한 사명이 있을 것 같다. 

반사회적인 악법과 전력투구해서 싸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회의 앞날이 어둡다고 생각한다. 내가 직접 싸우지는 않지만, 반기독교 사회문화 대책 위원회, 악법 저지 대책위원회 등 이런 기구들에서 실무자들이 열심히 일을 잘해 주고 있고 나는 총 회장으로서 배경이 되어 주고 또 총회적인 지원이 필요한 일들을 임원회를 통해서 지원하는 일들을 하고 있다. 

그리고 딱 한 가지 바꾸고 싶은 것은 기독교 정치인 양성이다. 정치는 너무 중요하다. 정치인 중에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실현하려는 꿈을 가진 사람을 대통령이 되게 하고 싶다. 그러면 그 사람을 통해서 어마어마한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고 생각한다. 목사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크거나 많지 않지만, 정치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많다. 신앙의 자유가 주어져 있는데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이런 상황을 보면서 차별금지법 등 악법 때문에 우리의 종교적인 활동 자체를 못 하게 되는 불행한 일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회 안에서의 신앙생활만으로는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임하지 않는다. 교회 바깥, 세상에서 더해야 할 일이 많다. 그래서 좋은 정치인도 길러내야 하고 법률문제를 가지고 국회에서 법을 만들고 제정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지원해 주는 일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일에서 지쳤을 때 에너지 충전요법은?

충전하는 방법을 모르고 살아왔다. 늘 생각하고 늘 일하고 있다. 늘 새로운 것을 생각하고 새로운 일을 하려고 한다. 내가 자신을 생각해도 정말 이상한 사람 같다. 쉬지 않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위해서 뭔가 하고 싶은 것들을 계속 생각하고 책을 읽는다. 어쩌면 그런 일을 하면서 지치지 않고 사는 것 같다.

ㅣ생각의 시선

Q. 요즘 많이 생각하는 주제는?

어떻게 하면 성경 한 권을 목사님들이 잘 알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성경 한 권이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는 일을 위해서 주어졌다. 그렇다면 성경 전체를 볼 수 있는 그런 눈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부분적으로 말고 통전적으로 성경을 알 수 있도록 돕는 것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은퇴 후에도 계속 성경 연구하고 그것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최근에는 우리말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두 가지 큰 깨달음이 있다고 하면 첫 번째가 성경의 깨달음이고 또 하나는 우리말에 대한 깨달음이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목사는 말을 하고 글을 쓰면서 사는 사람인데, 우리말을 너무 몰랐던 것 같다. 한글이 세계적인 언어인데 잘 몰랐다. 한글이 가지고 있는 가장 우수함이 존댓말이다. 교회 공동체를 정말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존댓말. 그래서 하나님을 높이는 존댓말과 사람과 사람 사이를 서로 존중할 수 있는 존댓말을 사용해야 하는데, 성경 번역이 아쉽게도 너무 가볍게 되어 있고 잘못되어 있다. 죽는 날까지 그것 하나만을 위해서 살아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할 만큼 우리말 법에 맞는 한글 성경을 출간하는 일을 하고 싶다. 그래서 내 손자도 제대로 된 한글 성경 읽으면서 삼위 하나님을 찬양하고 경배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길 바란다.

투데이N 피플 인터뷰 중인 예장 고신 총회장 박영호 목사(창원 새순교회)
투데이N 피플 인터뷰 중인 예장 고신 총회장 박영호 목사(창원 새순교회)

Q, 내가 갖고 있는 가치관에 가장 영향을 끼친 것은?

개인적인 인생 멘토가 많지는 않다. 두 분의 목사님과 한 분의 장로님을 신앙의 아버지라 부를 수 있다. 한 분은 고향 교회에 장로님으로 오랫동안 수고하셨던 김도원 장로님이다. 저의 성장 과정에 늘 함께해주신 가까운 분이다. 그분 삶의 태도는 교인 한 사람을 존중하는 것이다. 혹 그동안 신앙생활을 잘 못 하다가 오랜만에 나온 성도가 있으면 강단 앞에서부터 버선발로 마당까지 달려가서 인사를 하고 반겨주셨던 분이고, 아들 같은 내가 교역자가 됐을 때도 한 마디도 말씀 낮추지 않고 언제나 존댓말을 써 주신 분이다. 또 한 분은 부산에 민영석 목사님이라고 고려신학교 5회 졸업생인데 늘 성경, 기도로 다른 대화가 필요 없는 분이다. 자녀들에게도 "성경 읽고 있나? 기도하나? 그러면 전화 끊자"라고 할 만큼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분이다. 또 대구 서문로 교회 원로 목사님이셨던 이충경 목사님은 나같이 부족한 사람을 위해서 늘 기도해 주는 분이시다. 아주 오랜만에 만나도 평소에 나를 위해서 이렇게 기도를 많이 하고 계셨다고 느낄 수 있었다.

Q. 의사 결정이나 삶에 기준으로 삼는 것이 있다면?

'지금 선택하는 것이 하나님께 영광이 돌아가는가?' 또 '다른 사람들을 유익하게 하는가?' 그리고 '너 자신에게 보람 있는 일이 될 수 있는가?' 세 가지 기준을 가지고 선택을 한다. 부끄러운 삶은 많이 있겠지만 그래도 세 가지 생각을 늘 놓지 않으려고 한다.

ㅣ세상의 시선

Q. 당신의 눈에 비친 세상의 모습은?

지나친 표현일 수 있는데 미친 세상 같다. 질서가 파괴되고 있고 세상은 앞날이 너무 불안하다. 물론 지금까지 역사가 흘러오면서 정치, 사회, 문화, 종교, 예술을 보면 하나님과 등지는 쪽으로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지금 많은 한국의 깨어있는 그리스도인들이 싸우고 있는 여러 가지 악법들, 동성애 문화들, 시장경제가 돌아가는 것을 보고 '진짜 미쳤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내 손자를 때리고 어디서 살지? 어디 가서 살아야 해? 라는 두려운 생각을 가질 만큼 이 세상은 잘못 방향을 설정하고 달려가고 있다. 그래서 어쩌면 멈출 수 없는 설국열차 같다. 주님의 재림이 임박하다고 느낄 만큼 세상이 불안하다.

하지만 우리가 세상에서 아무것도 붙잡을 게 없다고 생각되는 그런 시대에도 여전히 삼위 하나님이 대한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 주님에 대한 희망을 품고 성경과 말씀과 기도로 주님과 교제하면서 끝까지 버텨내야 한다.

투데이N 피플 인터뷰 중인 예장 고신 총회장 박영호 목사(창원 새순교회)
투데이N 피플 인터뷰 중인 예장 고신 총회장 박영호 목사(창원 새순교회)

Q. 코로나19 속 한국교회 성도들과 한국사회에 전하는 메시지

코로나 시대는 2000년 기독교 역사 가운데 전혀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하는 것 같다. 온 세상이 멈출 수 있다고 느껴진다. 지금은 우리가 원하지 않는 시간과 환경 속에 살아가야 하는 날이 앞으로는 더 자주 올 것이다고 생각한다. 그런 세상에서 하루하루를 신앙으로 하나님과의 교제하면서 살아야 한다. 내가 꿈을 꾸고 그것을 성취하지 못할 때 낙심하거나 좌절하면 안 된다. 하나님과 우리와의 관계는 흔들리지 않고 변함이 없는 믿음의 삶을 살아 달라고 간절한 부탁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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