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기독교총연합회 회장 김권능 목사 인터뷰
탈북민 목회자의 시선에서 바라 본 탈북민 사역과 북한 선교

오랫동안 한국교회는 북한 선교를 위해, 탈북민의 국내 정착을 위해 헌신적으로 섬겨왔다. 탈북민 신학생을 배출하고, 탈북민교회를 세우는 등 분명한 열매와 결실도 맺었다. 하지만 여전히 탈북민의 복음화율은 10%도 채 되지 않는 상황. 한국교회의 문화와 시스템 속에서 북한 선교를 바라보기보다 탈북민 사역, 북한 선교의 주체자로서 탈북민교회와 목회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소통한다면,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북한 선교의 접촉점과 새로운 길을 열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지난 십여 년 동안 탈북민 사역과 북한 복음화를 위해 기도로 준비해 온 북한기독교총연합회가 최근 한국교회와 활발한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북한기독교총연합회 김권능 목사를 만나 탈북민교회의 현 상황과 탈북민 사역, 더 나아가 북한 선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단법인 북한기독교총연합회 회장 김권능 목사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단법인 북한기독교총연합회 회장 김권능 목사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북한의 교회 재건을 위해 설립된 단체
탈북민 구출, 복음화…현장 위주 사역
탈북민 복음화율 10% 미만 
탈북민교회 대다수 미자립교회, 어려움 많아 

Q. 북한기독교총연합회의 시작이 궁금하다. 
북한기독교총연합회는 예수님을 영접하고 목회자가 되고자 결단한 탈북민 신학생들이 2006년 ‘북한에 교회를 재건하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기도 모임에서 출발했다. 2012년 사단법인으로 정식 출범한 북한기독교총연합회는 현재 40여 개의 탈북민교회와 신학생을 포함 80여 명이 목회자가 소속된 초교파 연합단체이다.

Q. 북한기독교총연합에서는 어떤 사역을 펼치고 있는가?
한마디로 정의하면, 현장에서 몸 담고 있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을 탈출했지만, 중국에서 노예, 인신매매 등으로 고통 받고 있는 탈북민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사역과 북한 내부의 탈북민 가족이나 북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사역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중국과 제3국에서의 탈북민 구출 사역을 돕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북한 선교에 대한 탈북민 목회자의 생각을 포럼과 세미나를 통해 한국교회와 공유하고, 탈북민 사역자의 신학훈련, 가족 연합 수련회, 탈북민 성도들의 신앙교육과 양육을 위한 아카데미, 북한선교학교 등을 운영하며 미래의 복음 통일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2012년 창립예배 및 총회 현장과 2019년 탈북민사역자 여름수양회 모습
(사진 왼쪽부터) 2012년 창립예배 및 총회 현장과 2019년 탈북민사역자 여름수양회 모습
북한지하교회와 기독교 박해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 현장. 북한 선교에 대한 탈북민 목회자의 생각을 한국교회에 전달하는 창구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북한지하교회와 기독교 박해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 현장. 북한 선교에 대한 탈북민 목회자의 생각을 한국교회에 전달하는 창구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Q. 그렇다면 현재 탈북민 복음화율은 어떠한가?  
어느 통계에서는 재적 인원을 포함해 40% 정도 된다고 하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체감하는 복음화율은 10%도 채 되지 않은 열악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Q. 탈북민의 복음화율, 왜 이렇게 낮다고 보는가?
3만 4천명의 탈북민 중에 한 번이라도 교회의 문턱을 넘어 본 사람은 많을 것이다. 하지만 교회에 정착해 헌신자가 되는 것은 아마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지 않을까 싶다. 또한, 탈북민의 어려운 여건과 상황을 알고 도움을 주고 섬긴 한국교회에 발을 들여 놓긴 했지만, 어느 정도 경제적 자립이 되면 떠나버리는 일이 부지기수다. 탈북민에게 ‘교회를 가면 도움을 준다’라는 잘못된 선입견이 생긴 것이다. 물론 그동안 한국교회가 탈북민의 정착을 위한 보금자리 역할을 잘 감당해왔지만, 신앙 정착을 위한 방법적인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다. 

Q. 그렇다면, 탈북민교회와 탈북민 사역의 현 주소는 어떠한가? 
북한기독교총연합회 소속 탈북민교회는 50여 개. 그 중 성도가 50명 이상 되는 교회는 손에 꼽힐 정도로 대부분이 미자립교회이다. 탈북민 사역자는 신학생을 포함해 150~200명 정도. 이들이 전부 탈북민교회에서 사역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교회 내 탈북민 부서를 담당하기도 하고, 한국교회 부교역자로 사역을 담당하기도 한다. 반대로 탈북민교회에 한국인 목회자도 있지다. 하지만 대부분이 탈북민 목회자다. 어쩌면 당연한 부분일 수 있다. 남과 북이 분단된 지 7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기 때문에 남한에서 북한을 이해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점이 있다. 북한 체제 속에 살아 온 탈북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잘 이해하는 탈북민 목회자가 탈북민교회에 주를 이룰 수 밖에 없다.

Q. 탈북민 목회자로서 겪는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탈북민교회 대다수가 미자립교회로, 상당수가 사례비를 받지 못해 목회자와 사모가 생활전선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열악한 환경과 상황 때문에 목회와 사역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 개척을 하다보니 한국교회 방식이 아닌 탈북민에 맞는 새로운 방법과 방식으로 교회를 이끌어나가기도 하지만, 상당수의 목회자들이 목양의 과정 속에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탈북민교회와 북한 선교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북한기독교총연합회 탈북민 목회자 김권능 회장과 후원이사장 이레교회 김종욱 목사
탈북민교회와 북한 선교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북한기독교총연합회 탈북민 목회자 김권능 회장과 후원이사장 이레교회 김종욱 목사

북한 선교에 대한 한국교회와 공감대 형성↑
탈북민 사역이 곧 북한 선교의 마중물
탈북민목회자, 북한 선교의 주체자로 세워져가야 

Q. 북한 선교를 위해 한국교회와 어떤 교류를 하고 있는가? 
지금까지 한국교회 내 북한 선교는 개교회주의가 강했다. 교회마다 색깔이 다르다보니 단일화된 북한 선교가 불가능했다. 북한 선교는 연합사역이다. 북한과 탈북민에 대한 선교의 공감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지난 5월 말, 부산에서 <국제 통일 리더십 포럼>이 개최됐는데, 북한 선교에 관심이 있는 한국교회 목회자와 디아스포라가 대다수 참여했다. 하나된 공통분모를 갖고 북한 선교의 새로운 길을 모색해 나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더 좋은 방향과 더 나은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고 노력하는 시간을 가졌다.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한다. 

Q. 북한 선교의 방향,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탈북민 사역자 중에 “탈북민은 안돼. 절대 바뀌지 않아”라고 말하는 분이 있었다. 안타까우면서도 무슨 말인지 십분 이해가 됐다. 나도 탈북민이지만, 탈북민 목회, 여간 쉽지 않다. 가족의 배신,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 생존을 위한 처참한 삶 등으로 ‘언젠가 버림 받을 수 있다’라는 생각이 뿌리 깊이 박혀있다. 무엇보다 북한에서는 태어나면서부터 반종교 교육과 사상교육을 받기 때문에 한국교회 교인들과는 달리 복음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부분이 있다. 어느 탈북민이 “목사님! 대한민국에 와서 성공하셨네요. 교회도 개업하시고”라는 말을 했다. 우스개소리 같지만, 그만큼 교회를 모르기도하고, 교회는 사업장, 목사는 사장, 성도는 고객이라는 생각에 섬기는 것보다는 섬김을 받으려는 생각이 있다.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 신앙을 갖고 헌신하기까지 수년, 수십년이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다름을 인정하고, 품어주고 기다리다보면 반드시 그 열매가 맺어질 것이다. 탈북민 한 사람의 변화가 북한 선교의 문을 여는 도화선이 될 것이다. 

지난 4월 열린 제1회 탈북민교회 통일준비포럼. 북한기독교총연합회는 한국교회와 교단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미래의 복음 통일을 준비하고 있다. @출처=북한기독교총연합회
지난 4월 열린 제1회 탈북민교회 통일준비포럼. 북한기독교총연합회는 한국교회와 교단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미래의 복음 통일을 준비하고 있다. @출처=북한기독교총연합회

Q. 한국교회와의 연합 사역,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북한기독교총연합회가 탈북민 사역의 생생한 현장 목소리를 한국교회에 전달하고, 한국교회의 장점을 배우고 채워나가면서 탈북민과 북한 복음화에 주체자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이를 위해 한국교회와 교재, 양육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고 포럼과 세미나, 한국교회 목회자 그룹과의 멘토링으로 목회자 양성과 양육에 힘쓰고 있다. 그리고 자체적인 회비와 후원이사회를 통해 운영이 되고 있지만, 많은 어려움이 있다. 여전히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역지와 현장이 너무나도 많다. 북한 선교를 향한 한국교회와 성도들의 작은 관심과 후원이 필요하다. 많은 관심과 기도를 부탁드린다. 

Q. 한국교회, 성도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기도제목이 있다면?
탈북민 교회와 탈북민 목회자, 신학생 이 모든 것이 지난 70여 년동안 한국교회가 하나님 앞에 눈물로 기도한 기도의 열매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기도의 열매가 더욱 단단해 지도록 한국교회와 탈북민교회, 북한기독교총연합회가 지속적인 만남과 소통, 교류를 통해 하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도를 부탁드린다. 두 번째 기도제목은 북한을 위해서다. 요즘 북한에서는 ‘제2의 고난의 행군이 온다’라는 우려가 많다. 곡식이나 식료품, 기름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지금은 과거와 달리 중국도, 북한도 전기 철조망으로 높이 쳐져있기 때문에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 90년대처럼 국제적 고립과 극도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북한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북한을 위해 많은 기도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는 자유와 인간다운 삶을 찾아 목숨 걸고 한국 땅을 밟은 탈북민들을 위해서다. 지난해 통일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신체적, 정신적 질환과 경제적 어려움, 외로움과 고독함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탈북민이 10%에 달한다고 한다. 탈북민을 향한 한국교회의 세심한 관심과 역할이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탈북민 사역이 곧 북한 선교의 마중물임을 기억하고 기도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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