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링북카페(느낌이 있는 교회) 백두용 목사
울산 최초의 카페형 교회
주중에는 카페로, 주일에는 교회로

지난 2012년, 울산에서 최초로 생긴 카페형 교회가 있다. 울산광역시 남구 달동에 위치한 ‘필링북카페(느낌이 있는 교회)’이다. 필링북카페는 주중엔 카페로 운영되며, 주말에는 ‘느낌이 있는 교회’로 사용된다. 10년째 운영 중인 이곳은 현재 예배와 상담, 커피교실 등 다양한 사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카페 수익금은 선교 활동에 사용하고 있다. 필링북카페의 대표이자, 느낌이 있는 교회 담임목사인 백두용 목사를 만나보았다.

필링북카페교회 백두용 목사
필링북카페교회 백두용 목사

|삶의 시선

16세 한겨울에 온전히 믿게 돼
사소한 기도도 이루어 주시는 하나님

Q. 하나님을 처음 믿게 된 일이 있었다는데?

나는 13세(초6)부터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지만, 실제로 예수님을 만났던 건 16살(중3)의 한겨울이었다. 나는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왔다. 비가 오던 어느 날, 아버지의 새 자전거를 타고 친구 집에 방문했다. 친구와 다 놀고 귀가하기 위해 자전거를 세워 둔 곳으로 갔지만 이미 분실된 상태였다. 빈손으로 집에 돌아온 나는 무서운 마음에 아버지께 “동네 형이 자전거를 빌려서 가져갔지만 아직 돌려주지 않았다. 내일 그 형을 만나 자전거를 돌려받겠다.”라고 거짓말을 했다. ‘자전거를 찾아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에 스스로 교회를 찾아갔고, 비를 맞으며 십자가를 바라봤다. 그리고 진실한 마음으로 “주님, 자전거를 찾아주시면 하나님을 온전히 믿겠습니다.”라고 기도했다. 다음날, 방과 후에 친구 집에 한 번 더 방문했지만 자전거는 여전히 없었다. 그래서 ‘아, 난 이제 아버지께 혼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웬 모르는 아저씨가 친구에게 “우리 집에 못 보던 자전거가 하나 있다.”라고 말씀하시며 잃어버린 자전거를 돌려주셨다. 그때 ‘하나님은 내 기도를 들어주시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보면 사소한 사건이지만, 이 사건을 통해 예수님에 대한 첫 믿음이 생겼다.

Q. 첫 믿음이 생긴 후, 변화된 부분이 있다면?

이전에는 ‘구하면 주신다.’라는 내용의 설교를 들을 땐 한 귀로 흘려듣기만 했었다. 하지만 자전거 사건을 계기로, ‘하나님은 나와 항상 함께 계시고,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신다.’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교회의 모든 일을 열심히 하게 되었다. 예수님이 너무 좋아서 토요일에 혼자 교회에 방문해 청소를 하고, 산에 피어난 꽃들을 꺾어 강대상에 꽃꽂이를 해 놓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목사님이 날 야단치시지 않았던 것이 다행이었다. 어쩌면 목사님은 하나님께 뜨거운 마음을 전하는 내 모습을 존중해 주신 것일지도 모르겠다.

필링북카페(느낌이 있는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출처=백두용 목사)
필링북카페(느낌이 있는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출처=백두용 목사)

|사역의 시선

커피는 ‘전도의 매개체’
이중직 목회자 지원, 협회 회원들과 전도 다니는 것이 꿈.

백두용 목사가 느낌이 있는 교회 성도들과 함께 커피 전도를 하고 있다.(@출처=백두용 목사)
백두용 목사가 느낌이 있는 교회 성도들과 함께 커피 전도를 하고 있다.(@출처=백두용 목사)

Q. 필링북카페(느낌이 있는 교회)는 어떤 사역을 하고 있나?

'필링북카페'의 또 다른 이름은 ‘느낌이 있는 교회’이다. 주중에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으며, 주일예배 등 예배나 교회 행사가 있을 땐 이곳에서 예배를 드린다. 토요일에는 카페를 벗어나 동네 주민에게 무료로 커피를 나눠주는 ‘커피 전도’를 5년째 이어오고 있다. 어떠한 상황에도 전도는 쉬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Q. 목사님에게 커피?

백두용 목사가 내린 전도용 커피(@출처=백두용 목사)
백두용 목사가 내린 전도용 커피(@출처=백두용 목사)

전도적 매개체이다. 커피는 관계적‧선교적 측면에서 좋은 영향을 미친다. 나는 사람들에게 “카페를 차리지 않아도, 커피는 배워두면 좋습니다.”라고 항상 말하곤 한다. 카페 운영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어렵지만, 커피를 배워두면 타인에게 접근하기 한층 쉬워지기 때문에 관계적 측면에서 장점을 발휘하고, 선교지에서는 외국인, 노인 등에게 커피 교육을 하며 복음을 전할 수 있기 때문에 선교적 측면에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Q. 앞으로의 사역 계획은 무엇인가?

두 가지 계획이 있다. 먼저, 현재 늘어가고 있는 ‘이중직 목회자’들을 돕는 사역을 하고자 한다. 10년 전의 나는 무지한 상태에서 사역을 시작했고, 수많은 사건으로 어려움을 겪곤 했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극복해 나갔다. 이상과 현실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많이 다르다. 그래서 이중직 사역을 시작할 때 손해를 보시는 분들이 많다.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 있게끔 사역의 발판이 되어 그들을 돕고 싶다. 이들이 사역을 시작할 때 조금이나마 재정적, 정신적 고통을 덜 받는 쪽으로 인도하는 것이 나의 첫 번째 비전이다.

두 번째는, 울산지역에 ‘커피 협회’를 만들고자 한다. 현재 필링북카페는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 과정을 가르치기도 한다. 바리스타 자격증은 협회에서 발급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생각하는 것보다 큰 비용이 발생한다. 얼마 전, 부목사님 사모님 네 분이 카페에 방문하셨는데, 수강비용을 듣고 머뭇거리셨다. 그 모습을 보고, ‘내가 커피 협회를 만들어서 상황에 따라 어려운 이들에게 무료로 교육하고, 자격증을 수여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작은 교회, 농어촌교회, 선교사 등 섬길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출장 방문을 다니며 무료 교육을 진행하고자 한다. 그리고 크리스천 회원들이 많이 모이게 되면, 매년 1~2회씩 회원들과 함께 커피 도구를 들고 사역지에 방문해 복음을 전하고 싶다.

백두용 목사가 사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백두용 목사가 사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생각의 시선

역전의 하나님을 기대
정신적 리마인드

Q. 요즘 많이 하는 생각은 무엇인가?

이중직 목회자의 특성상, ‘정체성의 혼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사역의 목적은 선한 것이지만, 때로는 나도 모르게 영업을 하게 되는 경우가 생겨 상대방이 오해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어떻게 하면 서로 오해하지 않도록 복음을 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백두용 목사가 커피를 내리고 있다.(@출처=백두용 목사)
백두용 목사가 커피를 내리고 있다.(@출처=백두용 목사)

Q. 일에서 지쳤을 때, 에너지 충전 요법이 있나?

사역을 못 하거나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을 때,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충전하곤 한다. 커피 타임을 통해 찬양을 들으며 에너지를 충전하기도 하고, 역전의 하나님을 기대하며 ‘정신적 리마인드’를 하기도 한다. 성경을 읽어 보면, 엘리야도 ‘죽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고, 예수님 또한 “난 머리를 둘 곳조차 없다.”라고 말씀하시기도 하셨다. 이 부분을 보며 ‘하나님을 위해서 열심히 사역하는 사람들도 한 번씩 죽고 싶은 생각을 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것은 별것도 아니네. 나만 겪는 고난은 아니구나.’라고 되새기며 에너지를 충전한다. 절망감에 빠질 땐,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설교를 들으며 힘을 얻기도 한다.

|세상의 시선

이중직 목회 또한 존중받는 세상 되길
고생 끝에 낙이 온다.

취약계층에게 바라스타 무료 강습을 제공하고 있다.(@출처=백두용 목사)
취약계층에게 바라스타 무료 강습을 제공하고 있다.(@출처=백두용 목사)

Q. 변화했으면 하는 세상의 방향은?

‘이중직 목회자’에 대한 시각이 변화되길 바란다. 그들 또한 하나님의 사명을 받은 분들이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아가는 방식이라면 인정해 줘야 한다. 물론, 생계 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해 이중직을 선택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해 부득이하게 돈을 벌어야 하는 목회자들 또한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도행전 20장 34~35절을 보면, '이 손으로 나와 내 동행들이 쓰는 것을 충당하고, 수고하여 약한 사람들을 돕고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바울은 가난한 자를 섬기기 위해 사업을 하며 수익을 창출했다. 선교를 위해 부득이하게 돈을 벌어야 하는 경우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러워했다. 이처럼 부득이하게 이중직을 선택하는 경우는, ‘목회자’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는 전제하에 당당하게 사역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사역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존중하는 세상이 오길 기도한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코로나19가 우리의 많은 일상을 빼앗아갔고, 그로 인해 많은 힘든 부분도 존재하지만, 위안을 얻은 부분 또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고생 끝에 낙이 오지 않는가. 조금만 더 힘을 내서 견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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