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한 달 살이’나 ‘강원도 한 달 살이’는 들어보셨지요? 하다 못해 서울이나 부산 한 달 살이도 아니고
‘울산 한 달 살이’는 누구에게나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입니다.
저 역시 울산에 집이 없었더라면 여름 방학을 맞이해서 하필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가 있는 경기도 고양에서 울산 울주로 내려갔을 이유가 없습니다.
지난 2월에 짐을 일부 꾸려 고양으로 이사를 가서, 다섯 달 동안 살다가 한 학기를 마치고,
여름방학을 이용해서 울산 한 달 살이를 하고 오늘 다시 경기도 고양으로 올라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울산 한 달 살이가 어떠했는지 나누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한 평생도 그러할 진데 한 달은 참 짧은 기간이라는 느낌입니다. 

울산으로 내려가던 날은 긴 하루였습니다.
이른 아침 고양을 출발해서 기흥, 우리 학교 이사장님 댁에 들러서 차 한 잔을 마시고, 대전에서는 선교사 케어를 하던 교단 멤버케어 원장 내외를 만나서 점심을 나누고,
저녁에는 47년 전 저희 결혼 주례를 해 주셨던 목사님, 96세로 부름을 받았기에 장례식장에 들러서 조문을 하고 집에 도착을 했을 때는 밤이었습니다.
뒷날 아침 눈을 떠서 정원을 둘러보는 순간 우릴 맞이해주는 정원의 꽃들이 반가웠습니다.
어디서나 늘 하듯이 아침을 먹고 산책을 나섰는데 다니던 산책길은 도무지 걸을 수 없는 묵혀진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25년을 살았던 고향 같은 울산의 자연을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그러나 울산 한 달 살이가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지난 25년, 사반세기를  함께 지냈던 사람들, 서로 만나보고 싶은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가운데는 50년 전에 처음 만난 분들도 있었지만,  “성도가 서로 교제하는 것을 믿습니다.”는 고백처럼 
같은 교회에서 성도로서 동역자로서 교제했던 분들이 대부분이었고, 때론 같은 지역에서 동역자로서 교제했던 분들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틈틈히 병원순례도 울산 한 달살이에서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의사선생님들을 만나서 당뇨약이나 심장약을 처방받는 일도 있었고, 6개월에 한 번씩 안과와 치과에도 들러야 했지만, 올해가 홀수년이기에 동갑인 저희 부부는,
비수면 위내시경을 포함한 건강검진을 함께 받아야 했습니다.  

아직도 기억에 뚜렷이 남는 일은 두 가정과 함께 2박3일 여행을 마지막 주초에 한 것입니다.
한 부부가 고향인 여수를 가서 거의 골목골목에 남아있는 그분들의 추억여행을 함께 한 셈이고, 돌산섬, 오동도 동백숲뿐만 아니라
옛날에 없던 새로 생긴 5개의 다리를 둘러본 것도 특별했습니다. 하루는 여수에서, 또 하루는 제 고향 하동에서 1박을 하고 돌아오는 날 오후는
함양을 둘러 보았습니다.  "목사님 휴가 잘 다녀왔습니까? 내일 두 분 가족들과 함양 들립니다.
부탁은 1. 점심 먹을 곳 한 곳과 2. 둘러볼 곳 두 세 곳 추천해 주셨으면 합니다 서너 시간 함양에 머물려구요~~"
"목사님. 내일 상내백교회로 오시죠. 함양 특A가이드 노상규씨가 무료 가이드 해드리겠답니다.ㅎㅎ"
느닷없이 들이닥치는 모든 분들을 하나님이 보낸 사람처럼 맞이하는 손님접대의 은사가 탁월하신 목사님과의 카톡 내용입니다.
오후 투어를 마치고 나니, 사택에서는 사모님이 준비해둔 강원도 강냉이와 삶은 고구마 대접은 오래도록 기억할 것입니다.
<함양 특A 가이드> 노상규 목사님 덕분에  환상적인 함양 투어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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