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의 상징이자 노동 운동의 산실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지난달, 인천 화수·화평구역 재개발사업 최종 승인 돼
인천도시산업선교회, 현 위치의 보존 요구
89개 시민단체·교계 존치 촉구하는 목소리 높여

민주화의 상징이자, 노동 운동의 산실인 인천도시산업선교회(현, 미문의 일꾼교회)가 지역 재개발로 철거 위기에 놓여 있다. 

인천광역시 동구에 위치한 인천도시산업선교회. 건물 곳곳에는 존치를 촉구하는 플랜카드가 걸려있다.
인천광역시 동구에 위치한 인천도시산업선교회. 건물 곳곳에는 존치를 촉구하는 플랜카드가 걸려있다.

인천 동구 화수동에 위치한 인천도시산업선교회 건물에는 존치를 요구하는 플랜카드가 걸려있다. 10년 가까이 지지부진하던 지역 재개발 사업이 최근 다시 추진되면서 6월 말, 인천광역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2009년 도시재생사업으로 이곳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인천도시산업선교회 부지가 해당 사업에 포함됐다. 당시 선교회는 사회.문화적 자산이자, 기독교 역사유산인 건물의 보존을 조합측과 인천시에 수차례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제4대 총무를 지낸 김정택 목사는 "종교시설은 존치를 먼저 검토하고 불가피하다 판단됐을 때, 이전을 검토하는 것이지 존치 자체를 검토조차 하지 않은 안을 올려 통과시킨 것은 재개발을 승인하기 위한 행태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지난달, 존치를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는 김정택 목사(인천도시산업선교회 제4대 총무)
지난달, 존치를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는 김정택 목사(인천도시산업선교회 제4대 총무)

인천시의 재개발 사업 심의 통과 이유를 들여다보니 선교회 건물이 무허가라 철거 대상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측은 1976년 당시 동일방직 사건 등 민주화 노동.노조 운동으로 군사정권에서 준공허가를 내주지 않았던 시대적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천도시산업선교회 김도진 목사(제8대 총무)는 "불법 건축물이 아니기 때문에 당시 동구청에 과세를 낸 내역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후 무허가 건물이라는 이유로 과태료를 물었던 기록이 남아있어 양성화를 진행하지 못했다”고 밝히며 인천시의 결정에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현재 미문의 일꾼교회(옛 인천도시산업선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김도진 목사
현재 미문의 일꾼교회(옛 인천도시산업선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김도진 목사

지속적인 의견서와 진정서 제출에도 협의 진척이 없자, 인천도시산업선교회는 단식 투쟁에 나섰다. 70대 고령의 나이의 김정택 목사(제4대 총무)는 한 달 동안 단식하며 존치를 촉구했다. 이에 교계에서도 관심을 갖고, 성명을 발표했다. 교회협의회(NCCK)는 "고단하던 노동자의 삶을 위로하고 인권을 함양하는 선교기관이자 조지 오글 목사를 비롯한 수많은 민주화 인사들을 배출했던 인천도시산업선교회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민주화 역사 유산"이라며 "재개발 사업이 모든 구성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상생의 사업이자 가치 재생의 사업이 될 수 있도록 인천시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본부에서도 이 철 감독회장을 비롯한 11개 연회 감독 이름으로 성명을 냈다. 특별히 인천도시산업선교회가 속해 있는 중부연회(정연수 감독)에서는 대책위를 조직하고 1만 명 온.오프라인 서명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시민사회 움직임은 더욱 활발하다. 사단법인 노동희망발전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인천지부,인천여성노동자회 등 89개의 시민단체가 참여한 범시민대책위원회가 출범해 릴레이 단식과 1인 시위, 기자회견 등 선교회의 보존 가치를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인천산선 존치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 이민우 실행위원장은 "인천 뿐 아니라, 전국의 민주 노조 운동을 태동하게 한 시발점"이라며 "인천선산의 가치와 역사적 중요성을 알리는 일에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89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인천도시산업선교회(현, 미문의 일꾼교회) 존치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가 지난달 13일 출범했다.
89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인천도시산업선교회(현, 미문의 일꾼교회) 존치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가 지난달 13일 출범했다.

한편 지난 7월 19일, 인천시가 재개발 사업을 최종 고시하면서 '교회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 또는 시설(표지성 등)을 설치하고, 조합 측에서 종교단체와원만하게 협의할 것'을 권고했다. 

인천시가 화수.화평구역 재개발사업을 고시하면서 조합측과 종교단체와의 원만한 협의를 권고했다.
인천시가 화수.화평구역 재개발사업을 고시하면서 조합측과 종교단체와의 원만한 협의를 권고했다.

이에 인천 화수·화평구역 재개발사업 조합 관계자는 “계획상 도로가 나야하는 현 위치에 보존은 어렵다. 존치만 주장하면 더 이상 진전있는 대화를 나누기 힘들다. 존치가 아닌 종교부지 마련을 통한 이전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협의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재개발 반대가 아니라 역사적인 유산이자 문화 가치있는 선교회 건물의 존치를 원하고 있는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재개발이 불가피한 상황 가운데, 철거 위기에 놓인 인천도시산업선교회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저작권자 © 투데이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