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다 채워주시는 하나님을 믿으며
오늘도 쉼 없이 마을과 지역 청년들을 섬기는 봉계교회 전종규 목사
"우리 모두는 하나님이 부르셨기에 이 땅을 섬기는 것'

마을 목회를 통해 시골교회의 희망을 발견했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 주어진 사명에 최선을 다하는 마음가짐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하는 '비전과 열정'이 봉계교회 전종규 목사를 대변하는 단어다. 포항지역 청년들을 위한 사역도 책임 맡아 전 세대를 아우르는 섬김 사역을 이어오고 있는 봉계교회 전종규 목사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봉계교회 전종규 목사
봉계교회 전종규 목사

ㅣ삶의 시선

동네 아이들과 반 전체를 전도했던 학창 시절
장남이었기에 배를 타며 돈을 벌기를 원하셨던 아버지
중학교 때 전도했던 친구의 도움으로 신학대학원까지 마칠 수 있었던 전종규 목사

Q. 목사님의 가정에 대한 소개

나는 전형적인 불신 가정에서 4남매(3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3살 때 고향인 경주를 떠나 부산에서 살다가 초등학교 5학년 때 경주시 화천면으로 돌아왔고 그곳에서 부모님께서는 농사를 지으셨다. 경주에 오면서 자연스럽게 가족들 모두가 5촌 아저씨께서 세우신 경주화천교회를 다니게 됐다. 이후 동네 아이들과 반 전체를 전도할 정도로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다. 지금의 아내는 신학생 시절 지인의 소개로 만나서 결혼했고 영남신학대학교 기독교교육학과를 다니는 첫째 아들과 일반 대학을 다니다가 군 복무 중인 둘째 아들까지 아들이 둘 있다.

아내 이태희 사모, 지금은 대학교 4학년이 된 큰 아들 전수민 군과 함께
아내 이태희 사모, 지금은 대학교 4학년이 된 큰 아들 전수민 군과 함께

Q. 목회자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

고등학교 2학년 때 기도원에서 기도하던 중 부르심을 경험했다. 하지만 갈등도 있었다. 내가 장남이었기 때문에 아버지께서는 부산에 있는 해양대학교에 가서 배를 타며 돈을 벌기를 원하셨다. 그러던 중 고등학교 3학년 때 전도사님께서 나에게 신학을 권유하셨고 기도하며 부르심을 경험했던 나에게 그 권유는 매우 크게 다가와 신학을 하기로 결정하는 계기가 됐다. 아마 아버지께서는 내심 아쉬움이 있으셨겠지만 그래도 내 결정에 동의해 주셨다.

Q. 신앙생활 가운데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경험한 이야기

신학을 시작하기는 했지만 가정 형편이 신학교 학비를 댈 정도로 넉넉하지는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중학교 때 내가 전도한 하용학이라는 친구가 회계사무소에서 직장 생활하며 번 돈을 모아서 내 신학교 학비를 내주겠다고 했다. 그 친구의 도움은 신학대학원을 마치기까지 7년 동안 이어졌다. 한 번은 내가 고마운 마음에 “왜 이렇게까지 나를 도와주느냐?”라고 물었더니 “나를 전도해서 영원한 천국에 대해 알게 해주고 구원받게 해준 은혜를 생각하면 큰돈이 아니다. 그 은혜만 생각해도 갚을 길이 없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는 마치 다윗과 요나단과 같은 관계다. 그 친구는 경주화천교회 장로가 됐고 내가 4년 전에 설립한 땅끝연합선교회 이사로도 섬겨주고 있다.

ㅣ사역의 시선

총회 마을 목회 시범교회로서
'봉계진미반찬'과 '지역 농산물 직거래 유통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봉계교회
하나님께서 청년들을 통해 포항 땅을 변화시키실 것을 믿으며 섬기는 '청년 사역'

예장통합 총회 마을 목회 시범교회로 봉계진미반찬과 지역 농산물 직거래 유통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봉계교회
예장통합 총회 마을 목회 시범교회로 봉계진미반찬과 지역 농산물 직거래 유통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봉계교회

Q, 봉계교회의 ‘마을 목회’에 관한 이야기

7년 전에 처음 봉계교회에 부임했을 때 교회가 많이 어려웠다. 자세한 것은 이야기할 수 없지만 여러 가지 상황들로 성도들에게 목회자에 대한 좋지 못한 마음이 있었다. 당시 교인들은 연로하신 분들 18명 정도였기에 교회 유지도 상당히 어려웠다. 하지만 좌절하는 마음보다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교회 주변 담장을 허물고 마을 경로당과 대소사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3년 전부터는 우리 교단(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에서 시작한 ‘마을 목회 시범교회’가 되어 지역의 농산물로 반찬을 만들어 판매해오다가 올해 초부터는 ‘지역 농산물 직거래 유통센터’를 만들어 지역민들의 농산물을 최고의 가치로 판매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역도 이어가고 있다. 마을이 없는데 교회가 어떻게 존재할 수 있겠나? 환경을 탓하지 않고 마을과 함께하는 마을 목회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역 농산물 직거래 유통센터 '봉계푸른가게'(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기계면 봉계길 19, 주문전화 : 054-247-6868, 054-252-7779)
지역 농산물 직거래 유통센터 '봉계푸른가게'(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기계면 봉계길 19, 주문전화 : 054-247-6868, 054-252-7779)
지역 농산물 직거래 유통센터 '봉계푸른가게'(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기계면 봉계길 19, 주문전화 : 054-247-6868, 054-252-7779)
지역 농산물 직거래 유통센터 '봉계푸른가게'(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기계면 봉계길 19, 주문전화 : 054-247-6868, 054-252-7779)

Q. 청년부연합회 지도목사 사역에 대해

교육전도사 때부터 청년부 사역을 쭉 해왔다. 그런 청년사역의 경험 때문인지 6년 전에 우리 노회(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포항노회)에서 청년부연합회 지도목사를 맡겨줬다. 당시 청년부연합회 사역이 잘되지 않던 상황이었기에 연합회를 맡게 되면서 차근차근 그 틀을 만들어갔다. 사회적인 현상이기도 하지만 지방에는 청년의 수가 적다. 포항에는 한동대학교나 선린대학교 같은 대학이 있지만 공부를 마치면 다닐 수 있는 직장이 적은 것도 문제다. 그렇게 다들 지역을 떠나기 때문인지 남아있는 아이들에게는 지역에 남아있다는 ‘피해의식’이나 ‘상실감’이 존재한다. 그래서 지역의 청년사역은 ‘자존감을 세워주는 것’이 너무 중요하다. “하나님이 너를 여기 부르셨기에 이곳에 있는 것이지 갈 곳이 없어서 이곳에 남아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하나님께는 우리 청년들을 통해 포항 땅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뜻이 있다고 믿는다.

예장통합 포항노회 청년부연합회 지도목사로 섬기고 있는 전종규 목사
예장통합 포항노회 청년부연합회 지도목사로 섬기고 있는 전종규 목사
예장통합 포항노회, 포항남노회 교육자원부 중고등부연합회 주최 '2021년 다음세대 연합수련회' 현장
예장통합 포항노회, 포항남노회 교육자원부 중고등부연합회 주최 '2021년 다음세대 연합수련회' 현장

Q. 지칠 때 쉼과 회복을 얻는 방법

영화를 좋아한다. 예전부터 청년사역을 하면서 영화관을 통째로 빌려서 청년들과 함께 영화 보는 것을 즐겼다. 대구, 울산, 인천 등 사역했던 많은 지역에서 영화관을 대관해 청년들과 함께 영화를 봤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역 이야기

인천제3교회 성도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인천제3교회는 당시 1,000여 명이 출석하는 교회였는데 청년부는 40명 정도였다. 청년부 담당 사역자로 부임 후 청년부의 수가 200여 명으로 불어났었다. 정말 감사한 일이었지만 사역 열정이 너무 뜨겁게 타오른 나머지 2년 만에 교회를 사임 후 인천에서 교회를 개척을 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결국 1년 만에 교회의 문을 닫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랬는지 혈압 수치도 높아져 건강도 좋지 않았고 탈진 상태가 됐다. 내가 잘한 것인 줄 알았는데 교회라는 배경이 있었기에 잘했던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었고 많이 반성했다. 그런데 이렇게 부족했던 나에게 인천제3교회 성도들과 이효경 담임목사님은 그냥 나가면 큰일 난다며 개척 당시 사택 전세자금을 마련해 주셨을 뿐만 아니라 1년간 사역비도 제공해주셨다. 일반적으로 관계가 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좋은 인생 경험했다고 생각하라”라고 위로하며 격려해 주신 인천제3교회 성도님들께 정말 감사했고 아직도 연락하며 잘 지내고 있다.

교회 앞에서 봉계교회 성도들과 함께(코로나19 이전)
교회 앞에서 봉계교회 성도들과 함께(코로나19 이전)

ㅣ생각의 시선

21개 나라, 35명의 선교사들을 돕는 '땅끝연합선교회'
'행한 대로 갚으시는 하나님'이시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말하는 전종규 목사
'비전과 열정'으로 청년들이 있는 자리에 늘 함께 해온 사역의 삶

Q. 요즘 가장 많이하는 생각

선교에 대한 생각이 제일 많다. 4년 전에 땅끝연합선교회를 설립해서 운영이사 16명, 회원 500여 명과 함께 21개 나라에 35명의 선교사들을 돕고 있다. 선교사들을 돕는 비전을 품게 된 것은 대학 때 CCC(한국대학생선교회) 활동을 한 영향이 크다. 코로나19 이후 선교사들의 상황이 더욱 힘들어졌다. 2만 2천 명의 선교사들 중에 9천 명이 한국에 들어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전에는 선교지를 직접 찾아가기도 했지만 지금은 직접 가는 힘들기 때문에 작년부터는 선교지에 선교 물품을 보내고 있다. 땅끝연합선교회의 특징은 한번 선교하기로 결정하며 그분이 선교를 마칠 때까지 후원해 준다는 것이다. 선교사는 연말이 되면 후원이 끊어질까 봐 늘 불안해하는데 우리는 적은 금액이지만 신뢰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후원하는 것이 사역 방향이다.

세계선교의 비전으로 땅끝연합선교회를 설립해 섬기고 있는 전종규 목사(사진은 필리핀 사역)
세계선교의 비전으로 땅끝연합선교회를 설립해 섬기고 있는 전종규 목사(사진은 필리핀 사역)
땅끝연합선교회 회원들과 함께한 필리핀 사역 현장
땅끝연합선교회 회원들과 함께한 필리핀 사역 현장

Q. ‘나에게 이런 부분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것

심는 대로 거두시고 행한 대로 갚으시는 분이 하나님이시다. 부족한 것보다는 하나님이 내 능력대로 주심을 믿는다. 얼마 전에는 선교 물품을 교회 봉고에 다 못 싣는 모습을 본 타교회 성도 한 분이 차고가 높은 탑차를 구입할 금액을 후원해 주셨다. 정말 감사한 일이었고 사역에 큰 힘이 됐다. 바울도 성경을 쓸 때 현장에서 부딪치는 문제를 가지고 답을 한 것처럼 결국은 내가 있는 부르심의 자리에서 하나님이 주신 그 은혜를 따라 열심히 하나님 나라 세우다 보면 하나님께서 필요한 것은 다 채워주시기 때문에 나의 삶에는 부족함이 없다.

Q. 의사 결정에 기준으로 삶는 것

‘하나님 뜻이 무엇인가?’, ‘아버지의 마음이 어떤 것인가?’가 삶의 기준이다. 내가 지금 하고자 하는 것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인가?’가 가장 중요하다. 주인이 원하면 하는 것이 종이다. 남들이 하라고 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Q. 인생을 되돌아보는 책을 쓴다면 붙이고 싶은 제목은?

내 좌우명은 '비전과 열정'이다. 사람들의 삶을 보면 비전이 있어도 열정이 없어서 안 되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몸이 따라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열정은 있는데 확실한 비전이 없는 경우도 있다. 모두가 ‘청년이 소중하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청년들이 있는 자리에는 그런 말을 하는 분들이 없는 경우가 있다. 비전만큼 열정을 가진 분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마음에서 기회가 된다면 ‘비전과 열정’을 제목으로 책을 쓰고 싶다.

봉계교회 전경(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기계면 봉계길 19)
봉계교회 전경(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기계면 봉계길 19)

ㅣ세상의 시선

마을 목회를 통해 지역과 소통하는 봉계교회처럼
세상과 소통하며 세상 속에서 승리하는 청년들 기대
각 교회 특성에 맞는 특수목회로 희망을 찾는 시골교회들이 되길

Q. 청년들에 세상 속에서 어떤 존재들이 되길 바라나?

한국교회의 청년들이 폭넓은 지식을 가졌으면 좋겠다. 요즘 사람들은 ‘확증편향’을 가진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세상 속에 들어가서 크리스천 다운 삶을 살아내야 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내가 가진 지식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크리스천의 신앙 정체성은 확실히 지키되 지식과 생각,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세상 사람들은 우리에게 ‘꽉 막힌 그리스도인’이라고 말하는데 세상이 악하다고 말만 하거나, 나하고 안 맞는다고 쳐내지 말고 봉계교회가 마을 목회를 통해 지역과 소통하듯이 한 손에는 성경을 들고 한 손에는 신문을 들라는 칼 바르트의 말을 기억하며 세상 속에서 승리하며 사는 청년들이 되길 바란다.

예장통합 포항노회 청년연합회 필리핀 미션트립
예장통합 포항노회 청년연합회 필리핀 미션트립

Q. 고령화 시대의 사역에 대한 생각

앞으로 경북에서만 280개 마을이 없어진다는 예측을 접한 적이 있다. 고령화는 거스르기 힘들 현실로 다가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골교회는 성도들의 수에 연연하지 말고 특수목회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봉계교회는 봉계진미반찬, 농산물 유통 센터 등으로 현재 시찰 내의 10여 개 교회보다 더 많은 선교를 한다. 각 교회가 가지고 있는 특징을 살려 특성화된 교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실제로 이런 특수 사역이 알려지면서 같은 비전을 가진 성도들이 우리 교회로 오고 있다. 최근에도 다른 지역에 살지만 우리 교회와 비전을 공유한 몇 가정이 우리 교회에 등록했다. 이러한 모습이 다른 교회들에 희망이 되길 바란다.

Q. 코로나19 속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

초대교회 이후로 지금까지 고난은 늘 있었지만 그 고난보다 크신 분이 바로 ‘하나님’이다. 고난을 보지 말고 더 큰 하나님을 보고 이 또한 지나간다고 생각하고 잘 견뎌내면 코로나가 약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이후 두 종류의 사람이 생겼다. 코로나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더 성장하는 사람, 이렇게 두 종류다. 신앙의 양극화도 가속화됐다. 환란 중에도 주님을 더 사랑하게 된 사람들이 많다. 현상만 보지 말고 현상 너머에 계신 하나님의 더 큰 손을 봤으면 좋겠다. 코로나19도 하나님의 큰 뜻 안에 있는데 역설적이게도 그 뜻이 너무 커서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 때문에 자꾸 갇혀있지 말고 그 환경을 다스리고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보고 내가 할 일이 무엇인가를 찾아내면 그 은혜가 더 클 것이라고 믿는다.

'마을과 함께 웃고 함께 우는 교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봉계교회 전종규 목사
'마을과 함께 웃고 함께 우는 교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봉계교회 전종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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