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인권운동· 민주화운동 관점에서 바라본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역사적 가치와 문화유산적 의미 되짚어
철거 위기 놓인 인천산선 보존 방안 제시

민주화 역사의 구심점이자, 노동 운동의 산실이라 평가받는 인천도시산업선교회. 미 감리회 조지 오글 목사가 세운 인천도시산업선교회(이하 인천산선)가 올해 60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인천산선은 현재 존치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인천산선이 위치한 화수·화평 지역의 재개발 사업으로 철거 위기를 마주한 것이다. 

6,70년대 인천도시산업선교회 모습 @제공=인천도시산업선교회(미문의 일꾼교회)
6,70년대 인천도시산업선교회 모습 @제공=인천도시산업선교회(미문의 일꾼교회)

시민단체와 교계에서도 인천산선 존치를 위해 성명 발표와 단식투쟁, 1인 시위, 기자회견 등 다방면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재개발은 승인됐다. 지역 안팎에서 반발이 거세게 일어나자, 인천시는 조합과 인천산선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며 타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인천산선이 속한 기독교대한감리회 중부연회(정연수 감독)는 인천산선이 한국기독교의 인권 운동사와 민주화운동에서 지닌 의미와 역사적 가치를 돌아보고, 보존을 위한 제도적 방안을 모색해보는 1차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중부연회 정연수 감독은 “인천산선은 감리교회의 자랑스러운 사회선교의 유산이자, 위대한 역사유산”이라며 “안타깝게도 현재 철거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천산선이 지난 60년 동안 어떤 활동과 역할을 감당해왔는지를 되짚어보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예전의 일을 추억하고 위로받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모습을 돌아보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인사말을 전하는 기독교대한감리회 중부연회 정연수 감독
인사말을 전하는 기독교대한감리회 중부연회 정연수 감독

19일(목) 중부연회 본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는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제4대 총무를 역임한 김정택 목사와 현재 일꾼의 미문교회(옛, 인천도시산업선교회) 담임자인 김도진 목사를 비롯한 교계 인사와 시민 단체, 인천산선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첫 번째 주제는 ‘한국기독교의 인권 운동사에서 인천산선이 갖는 의미와 역사적 가치‘. 발표에는 한국기독교역사문화재단 사무국장 손승호 박사, 논찬에는 한국기독교 사회문제연구원 연구실장 김상덕 박사가 나섰다. 

한국기독교의 인권운동사 관점에서 바라본 인천산선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발표하고 있는 손승호 박사(한국기독교역사문화재단)와 논찬위원 김상덕 박사(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한국기독교의 인권운동사 관점에서 바라본 인천산선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발표하고 있는 손승호 박사(한국기독교역사문화재단)와 논찬위원 김상덕 박사(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손승호 박사는 “인천도시산업선교회는 목회자를 직접 노동현장에 파견하고 노동자들의 삶을 나누는 산업 전도를 진행해왔다”며 “노동자들의 의식이 성숙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왔으며, 여성 노동자들이 노동운동의 주체로 세워질 수 있도록 노력하며 산업 선교로의 확장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손승호 박사는 "현대 근현대사 속에 인천산선이 펼친 선교 사역과 활동은 기독교 뿐 아니라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를 보존하고 기억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하며 "감리교회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단순한 성명 발표에서 해당 지역 일대의 문화시설 개발과 운영과 노동 박물관 또는 산업선교박물관 투자계획 등의 마스터 플랜을 갖고 재개발 측과 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시간에는 ‘한국민주화운동사에서 인천산선이 갖는 의미와 역사적 가치’라는 주제로,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관 이상록 박사와 역사문제연구소 연구부소장 황병주 박사가 각각 발표와 논찬을 이어갔다.  이상록 박사는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활동한 인천산선의 활동을 강조하며 "산업화 과정 속에서 노동자 교육과 지원, 민주 사회단체들과의 연대를 강화하며 민주화운동 활동가와 주민들의 그루터기가 되었다"고 말하며 "한국 민주화운동사 속에서 꼭 기억되어야 할 역사적 의의를 지니고 있는 인천도시산업선교회는 민주주의 실천의 터전이라는 측면에서 '기억의 장소'로 보존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민주화운동사에서 인천산선이 갖는 의미와 역사적 가치’라는 주제로 이상록 박사(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관)가 발표하는 모습
‘한국민주화운동사에서 인천산선이 갖는 의미와 역사적 가치’라는 주제로 이상록 박사(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관)가 발표하는 모습

마지막으로 '인천산선의 역사.문화유산적 가치와 제도적 보전방안'이라는 주제로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이 발표를,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대표 이희환 박사가 논찬에 참여했다. 황 소장은 "최근 도심재생과 재개발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개발방식과 보존 계획이 추진되고 있지만, 공공성과 역사문화에 기반한 상징물(장소적 역사성을 중시한 건물과 터)에 대한 존치 실현은 매우 부족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천도시산업선교회가 갖는 상징성과 장소성을 고려할 때 원 자리에 두는 것은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부각시키고, 교회가 품고 있는 장소적 의미와 공간 구조적인 특성을 연구하는 교육현장이자 문화적 가치를 높이는 의미"라고 강조하며 "경제적 가치로 인천산선을 평가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60년 역사가 지닌 특수성과 역사성, 문화유산으로 가치, 장소적 상징성 등을 고려해 인천시 등록문화재 신청과 임시 지정 요청 등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본부와 중부연회는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존치를 위한 2, 3차 학술 심포지엄을 진행하며 구체적인 보전 방안을 세워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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