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 데 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 (마태복음 5장 13절)

소금이 필요한 곳은 세상입니다. 그러므로 성도는 ‘교회의 소금’이아니라 ‘세상의 소금’이라는 것입니다. 소금은 소금자루 안에서 자신의 사명을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소금이 필요한 자루 밖의 외부에 사명의 자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소금이 교회 밖으로 나가지 않고 교회 내에 쌓여 있고 교회 안에서 소금 노릇을 하려 해서는 안됩니다.
소금이 한데 모여 있는 곳은 죽음의 골짜기입니다. 그곳은 파멸의 상징인 소금구덩이입니다. 세상과 담 쌓은 교회, 역사의식을 상실하고, 현실에 대한 방향감각과 목적을 잃어버린 교회, 교인들끼리만모여 있는 그 교회가 바로 소금구덩이같은 교회입니다. 이런 교회는 절대로 세상을 구원하는 소금 같은 교회라 할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의 긍휼한 맛, 그 소금의 맛이 세상에 필요합니다. 우리를 세상의 소금이라 하신 말씀의 배후에는 부패한 세상에 우리가 지켜야 할만가치가 있음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소금을 쳐서라도 보존하시려는 동기를 가질 만큼 가치가 있는 세상을 우리가 가치 없는 것으로 단정하고 포기하거나 우리끼리 즐거우면 안됩니다. 소금자루 속 소금처럼 교회에 모여 있고 세상을 무미건조하고 부패한 상태로 내버려둔다면, 그것은 명백히 주님의 뜻과 배치되는 것입니다.
주님의 부르심은 개인욕심을 충족시켜 주시거나 정신수양을 위해 부르신 것이 아니라, 세상을 위해 큰 책임을 지우시려고 부르셨습니다. 변질되고 부패한 세상 정화의 사명을 가지고 세상의 소금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자각은 긍휼한 주의 마음에서 나옵니다. 이것이 소금으로서의 긍휼입니다.
뭉쳐진 소금덩어리, 예루살렘 교회는 결국 강제로 해산당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예루살렘 교회는 베드로의 설교 한 번에 신도의 수가 수천명씩 더했던 교회였고, 그들은 사도의 가르침을 받아 교제하고 떡을 떼며 기도하기를 힘썼으며, 사도들의 기사와 표적이 많이 나타났고, 믿는 사람이 모여 서로 모든 물건을 통용하고, 재산과 소유를 팔아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눠주며, 날마다 마음을 같이하여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고, 집에서 떡을 떼며 기쁨과 순전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고, 하나님을 찬미하였던 교회였습니다. 또 온 백성에게 칭송을 받으니 주께서 구원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게 하시는 교회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교회 안에만 갇혀서 고작 사도행전 15장의 예루살렘 사도회의에서 바울의 이방선교를 승인하는 정도로 이방인의 전도를 머뭇거리자 하나님께서는 로마 디도 장군으로 하여금 예루살렘을 침공하게 하셔서 성전은 완전히 무너지고 예루살렘 교회도 완전히 해산시켰습니다. 그 결과 사도들과 성도들을 일제히 로마핍박을 피하여 사방으로 흩어져 본격적인 선교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예루살렘 교회 이야기는 스스로 세상에 들어가 소금이 되지 않으면 하나님이 강제로 세상 속으로 집어넣으신다는 분명한 의지를 보여 주신 대사건입니다. 모이기를 폐하는 자들의 어떤 습관 같이하지 말고, 흩어지면 땅 끝까지 이르러 복음을 전하는 전도자의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지구는 둥글어서 자꾸 걸어 나가면 우리가 선 땅이 바로 땅 끝이요 우리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땅 끝 사람입니다.
사해(死海)가 흩어지지 않은 소금 같은 교회의 정형적인 결말입니다. 모여만 있으면 죽습니다. 사해(死海)는 죽음의 바다입니다. 워낙 소금의 농도가 높아 사람이 그 바다에 누워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소금은 생명유지에 절대적이지만, 이렇게 한곳에 모여 있으면 죽음의 장소가 되고 아무 것도 생장하지 못하는 폐허로 만들어 버립니다. 이것이 흩어지지 않은 소금의 결말입니다.
교회는 모이기를 폐하는 그 어떤 사람들의 주장에도 귀 기울이지 말고 동시에 산지사방으로 흩어져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갈릴리 바다는 헐몬산 꼭대기에 내린 이슬이 모여 생긴 호수입니다. 이 호수의 물은 요단강을 따라 사해로 흘러갑니다. 끊임없이 흘려보내는 갈릴리 호수와 요단강은 생명의 물줄기가 되었으나, 더 이상 흘려보내지 못하는 사해는 마침내 죽음의 바다가 되고 말았습니다. 세상의 소금인 우리와 교회가 제 역할을 못하면 소금기둥과 소금구덩이가될 것이고, 세상 역시 그렇게 죽어갈 것입니다. 그러나 훗날 주님은 그 영혼의 책임을 엄중하게 물을 것입니다.
글ㅣ임성택 목사(일산 그리스도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