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를 걱정하던 ‘목사’에서 피아노학원 ‘운전 선생님’으로 또 다른 삶 시작
‘강단’이 아닌 ‘일상’에서 실제적인 복음을 나누고, 전하고 있어
나의 것을 나누며 이웃을 섬기고, 더불어 사는 목회자의 삶 꿈꿔 

어느 날, 눈에 들어온 자녀들의 낡은 가방을 보면서 새것으로 사줄 수 없는 재정 상황에 가슴 아파하던 시간들을 겪은 유호영 목사. 하지만 이제는 직접 노동의 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며, 그곳에서 얻게 된 재정을 다른 이들을 위해 흘려보내는 은혜와 기쁨을 누리고 있다. 
중대형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안정적인 급여와 지원을 받으며 소위 말하는 ‘평탄한 삶’을 살아오다 2017년부터 제주성산교회를 담임하게 되면서 넉넉지 않은 살림살이를 시작하게 됐다. 세 아이와 아내를 책임지고 있는 가장으로서 또 다른 생계수단의 방법을 찾아야 할 정도로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다가, 받는데 익숙한 삶을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복음으로 일상을 살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질적으로 나누기 위해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기 시작한 유호영 목사의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한다.

제주성산교회 유호영 목사와 송미숙 사모
제주성산교회 유호영 목사와 송미숙 사모

| 삶의 시선

8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자라
사랑스러운 아내, 세 아들과 함께 제주에서 행복한 나날 보내고 있어
자녀들이 사랑과 믿음 안에서 성장해나가길 소망 

Q. 나의 인생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하나님 우선주의 삶'
고등학교 시절 책상머리 앞에 나도 모르게 써 붙여 놨는데 23년의 목회 생활동안 이러한 삶으로 살아가기 위해 몸부림치며 살았다.  

유호영 목사는 아들만 3명을 둔 '아들 부자' 이다(첫째 향유, 둘째 관유, 셋째 도유). @출처=유호영 목사
유호영 목사는 아들만 3명을 둔 '아들 부자' 이다(첫째 향유, 둘째 관유, 셋째 도유). @출처=유호영 목사

Q. 가족 소개

전북 고창에서 8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부모님을 비롯해 가족들의 사랑과 동네 어르신들, 이웃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며 믿음 안에서 성장했다. 
그리고 지금의 아내를 만나 긴 연애 끝에 결혼했다. 그 사랑의 결실로 향기로운 기름의 뜻을 가진 첫째 향유, 거룩한 기름이자 구별된 기름의 뜻을 가진 둘째 관유, 그리고 치유의 기름이라는 뜻의 셋째 도유 이렇게 3명의 아들이 태어났다. 세 아들의 아빠이자 한 여인만 사랑하는 남편으로, 제주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5인 가족의 가장이다. 가족들도 사회복지사와 사회사업가들로 헌신과 봉사를 잘 감당하고 있다. 특히 나의 형님은 사회적기업 AGIO(대통령의 구두) 대표로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사역을 맡고 있다.

Q.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계기가 있다면?

중학교 3학년 때 가까운 지인(예수님을 믿지 않았으나 선하셨던)의 죽음으로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게 됐다. 1주일을 울면서 나 같은 죄인을 사랑해 주시는 것에 감사했고, 앞으로의 인생을 책임져 주실 거라는 확신에 눈물을 흘렸다. 

| 사역의 시선

특정교회 소속 목회자가 아닌 신앙인 개인으로서 선교사역 다짐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며 실제적인 복음을 나누기 시작 
피땀 흘려 드리는 성도들의 헌금의 가치 알게 돼

제주성산교회 예배당에서 유호영 목사가 말씀을 전하고 있다. @출처=유호영 목사
제주성산교회 예배당에서 유호영 목사가 말씀을 전하고 있다. @출처=유호영 목사

Q. 목회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있다면?

하나님이 좋았다. 교회가 좋았다. 목사님이 좋았고, 성도님들이 좋았다. 교회는 놀이터였고 목사님, 사모님은 부모님 이상이었다. 교회는 천국이었고 소망이었다.
그러던 중 오랜 시간 동안 제일 친한 친구를 전도했는데 그렇게 거절을 하더니 어느 날 교회에 나온 것이다. 그때 그 친구의 말이 “더울 때도 추울 때도 일요일에 자기를 데리러 온 네가 너무 고마웠다.”였다.
가장 친한 친구를 포기하지 않았더니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모습을 보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말하고 싶었고 소개하고 싶었다. 정말 행복했다.

Q. 피아노 학원을 시작하게 된 계기

교회에 소속되어 있는 목회자로서 선교사역을 감당하는 것의 한계를 느꼈다. 목회자이지만 나누고 섬기고 더불어 사는 기쁨을 누리며 살고 싶었다. 교회가 못하면 목사 본인이 직접 삶의 현장에서 부대껴 보고 땀 흘린 것으로 하나님 사역해 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모든 물질의 주인이 되시는 하나님을 신뢰하며 재정을 직접 흘려보내기로 결정하고 피아노 전공인 아내와 함께 ‘피아노 학원’을 운영해보기로 결정했다. 

우리 부부는 2년 전에도 피아노학원을 시작하려고 했다. 그때는 5인 가족의 생활이 막막해서 생계 수단의 방법으로 고민 한 부분이었다. 아이들 책가방 하나 사주는 것, 학원 보내는 것조차 힘들어 큰 부담으로 다가올 정도로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학원을 개원할 수 있도록 물질적으로 후원해 주겠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어찌 된 일인지 하나님이 허락하지 않으셨다. 

그러던 중 명절에 상품권이 들어왔는데 우리보다 더 어려운 성도에게 나누면서 나눔의 기쁨을 누리게 됐다. 받는 데만 익숙했던 삶을 청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힘들어 봤으니 우리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 시선과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우리처럼 어려운 상황이 있는 이웃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학원을 시작하게 됐다. 막상 시작하려고 하니 물리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목회자는 결정적으로 담보가 없으면 대출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하나님의 뜻이면 제재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기도하기 시작했고 2년 전과는 다르게 순조롭게 2021년 2월 1일에 학원을 개원할 수 있게 됐다.  

코로나가 한창인 2021년 2월 1일에 개원한 '어꽃피 피아노 학원' @출처=유호영 목사
코로나가 한창인 2021년 2월 1일에 개원한 '어꽃피 피아노 학원' @출처=유호영 목사

Q. 피아노 학원 소개

학원 이름은 ‘어꽃피 음악학원’이다. ‘어린이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문장의 첫 글자를 따서 학원 이름을 지었다. 어린이들의 꿈이 피어나고, 어린이들의 소망이 피어나는 곳이 되길 원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이곳에서 많이 웃었으면 좋겠고 행복을 찾는 장소였으면 한다. 배움을 넘어선 그 무언가를 얻어가는 곳 이였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 학원을 꽃밭이라고 표현하고 꽃과 같은 아이들 한 송이, 한 송이의 향기가 모여 예쁜 꽃밭을 이루기를 소망한다.

Q. 학원운영을 시작하며 겪은 에피소드

중, 고등학교 시절부터 목회를 서원하고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왔다. 어찌 보면 처음으로 세상에 발을 한 발짝 내딛은 것인데 당황 그 자체였다. 보통의 사람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공급가액, 부가세’와 용어들의 정확한 개념을 이해하는 것과 ‘보증금, 임대료’ 등의 비교가치를 파악하는 것 등 모든 게 생소한 일이었다. 지금까지 교회 안에서만 생활했던 것이 사회적으로는 고립 된 삶이었고 ‘나는 온실에서만 살았구나!’라는 생각에 만감이 교차했다. 

우리 학원의 모토는 ‘친절’ 이다. 어린이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다. 다행히 이전에 학원 선생님의 경험이 있던 아내가 아이들을 교회학교 아이들 대하듯 사랑으로 가르치고 돌보니 더 은혜가 차고 넘쳤다. 

학원에서는 크고 작은 일들이 자주 일어나는데, 어느 날 유치원생이 레슨실 문에 손가락이 다치는 일이 있었다. 우리 부부는 너무 놀라서 응급처치를 하고 보호자인 부모님이 오시기 전에 병원을 데리고 갈 정도로 당황을 했다. 아이가 치료를 받고 어느 정도 안정된 후에 어머님이 오셨는데 오히려 수박 한통을 사가지고 오시는 것이었다. “우리 아이 때문에 얼마나 놀라셨어요?”라고 이야기 해 주셨는데, 교회 밖에서 교회 안에 있을 때 보다 더 큰 배려와 사랑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기쁨과 사랑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송미숙 사모 @출처=유호영 목사
하나님께서 주시는 기쁨과 사랑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송미숙 사모 @출처=유호영 목사

Q. 학원 운영이 목회사역에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 나도 어느 덧 이중직 목회를 하게 됐다. 내 목회에 있어서 꿈도 안 꿔본 일이었다. 스스로 하나님께 고백을 했다. 생활의 어려움은 있지만 ‘영적인 기초생활 수급자’가 되지 않게 해주실 것을. 사실 2가지의 사역을 동시에 해 나가는 것이 많이 피곤하다. 하지만 나도 땀 흘리며 일하고, 성도들의 삶을 함께 사는 것 같아 행복지수는 더 높아졌다. 

목회라는 것이 꼭 교회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어디서든지 이뤄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일반 성도들,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먹고 사는 문제가 정말 중요한 요소인데 실질적인 경제활동이 이러한 성도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됐다. 성도들의 헌금이 삶에서 은혜로 살아낸 것을 드리는 소중한 것이라는 공감도 이뤄냈다.  

Q. 학원 운영의 궁극적인 목표는?

학원 운영은 우리의 재정을 흘려보내기 위함이다. 지금은 자립대상교회 자녀들의 학원비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우리 부부가 재정 원칙을 세워 헌금하고, 후원 사역을 하고 있다. 앞으로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피울 수 있도록 자립대상교회 자녀들의 학원비를 지원은 물론 입학생 교복 및 책가방 후원 등등 아이들의 장학 지원을 위한 영적 나눔과 도전을 하고 싶다. 

‘돈 벌어서 남 주자’라는 기본적인 생각을 지키며 이 학원을 통해 내 자신의 욕심을 부리지 않고 싶다. 아내와 함께 구체적인 실천에 대한 계획을 세웠고 조금씩 실현해 나가고 있다.

| 생각의 시선

보통의 일상의 희로애락을 직접 경험하며, 성도들의 영혼을 긍휼히 여기게 돼
그리스도인으로 이웃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를 삶으로 깨달아   
‘어린이 암환자 머리카락 나눔’위해 온 가족이 머리카락 기르고 있어

Q. 나의 생각이 아닌 하나님의 생각으로 가치관이 변한 특별한 경험이 있다면? 

피아노 학원이 개원했던 때가 바로 코로나19가 성행하던 2021년 2월이었다. 사적모임은 물론이고 감염의 위험으로 사립교육기관에 아이들을 보내기 꺼려했던 시기였다. 한마디로 모험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하나님의 시간표와 섭리를 신뢰하는 계기가 됐다. 돈 한 푼도 없이 시작한 사역이 하나님 마음에 합하였다는 확신으로 바뀌면서 두려움이 사라졌고 오히려 무릎으로 성령의 깊은 음성을 듣는 영적 체험도 짙어졌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생각을 뛰어넘어 온전히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신뢰하는 백성과 함께하시며 '때에 합당한 열매를 맺게 하시는 놀라운 주님'이심을 고백할 수 있었다.  

또한 녹록치 않은 시대상황에서 힘겹게 개인 사업체를 운영하거나 직장생활에서 엄청난 좌절을 겪고 주일날 교회에 나온 영혼들에게 어떤 설교로 그들을 위로하면 좋을지 또 하나님의 말씀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지 기대하게 됐다. 내가 정보로만 성도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 아닌 직접 경험해 성도들의 삶의 고단함과 괴로움의 실체를 알고 나서 성도들의 영혼을 향한 나의 시선이 바뀌고 있음을 깨달았다.

유호영 목사가 담임하고 있는 제주성산교회 @출처=유호영 목사
유호영 목사가 담임하고 있는 제주성산교회 @출처=유호영 목사

Q. 생각의 전환을 하게 된 최근의 경험이 있다면?

피아노 학원을 개원하고 처음으로 세상 속에 발을 내딛어 보니 ‘공존’과 ‘상생’이라는 사회적 상황을 고려하지 못했다. 우리 부부가 선한 마음으로 재정 원칙을 세우고, ‘선교’의 포커스를 두고 행했던 일들이 같은 업종 학원에는 상처로 돌아가는 부작용이 있었다. 

나중에 그것을 깨닫고 수정 하면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삶의 자세를 가다듬게 됐다.

어린이 암환자를 위한 머리카락 나눔을 위해 장발의 헤어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는 유호영 목사.
어린이 암환자를 위한 머리카락 나눔을 위해 장발의 헤어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는 유호영 목사.

Q. 장발의 헤어스타일,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어린이 암환자를 위한 머리카락 나눔’을 하고 있는 단체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20세 미만의 어린 암환자들의 심리적 치유를 돕고 맞춤형 가발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었다. 그 사역을 알게 되고 나도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 온 가족이 함께 머리카락을 기르고 있다. 아내는 물론, 세 아들도 같이 기르고 있는데 병마와 싸우고 있는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에서 쉽지 않은 선택을 하고 그 결단을 잘 지키고 있는 아이들이 정말 기특하다.

Q. 요즘 좋아하는 성경 구절은?

폐하시고 다윗을 왕으로 세우시고 증언하여 이르시되 내가 이새의 아들 다윗을 만나니 내 마음에 맞는 사람이라 내 뜻을 다 이루리라 하시더니(행13:22)

하나님의 가치관으로 살아가길 소망할 때 무익한 종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이뤄가 실 하나님을 고대한다.

| 세상의 시선

아이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도록 끝까지 응원하고 싶어
세상 어느 곳에서든 빛이 되는 참된 예배자의 삶을 살아가기를 소망

Q. 세상이 나를 어떤 시선으로 보길 원하는지?

사람의 향기가 나고 진실하고 솔직한 사람으로...
역설적으로 목사 같지 않은 사람으로...

유호영 목사는 언제나 사람의 향기가 나는 진실한 목사가 되길 소망한다. @출처=유호영 목사
유호영 목사는 언제나 사람의 향기가 나는 진실한 목사가 되길 소망한다. @출처=유호영 목사

Q. 앞으로의 꿈, 비전?

하나님 때문에,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 사랑으로 인해 모두가 행복해 하는 것이다.

제주는 아픔의 땅이고 상처의 땅은 분명하지만, 지금 자라나는 어린 아이들은 소망을 이야기하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자리에 준비되어 세워지는 비전을 목도한다. 

나눔을 위해 머리카락을 기르고 있는 송미숙 사모와 세 아이들 @출처=유호영 목사
나눔을 위해 머리카락을 기르고 있는 송미숙 사모와 세 아이들 @출처=유호영 목사

Q.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교회가 제공해 주는 사례비와 주거시설, 그 외의 다양한 지원에 익숙해지는 것을 거부하고 또 그러한 안락함에 젖어들지 않고 오직 하나님께서 주시는 공급함으로 삶을 살아가고 싶은 목회자들이 많이 있다. 요즘 들어 소셜 네트워크나 소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중직 목회자들이 상당히 많아지고 있다. 나 역시도 한 그룹에 가입되어 있다. 개척교회 목회자가 막노동을 하고 번 수입으로 본인 삶의 안위를 위해 사용하지 않고 더 어려운 교회에 흘러 보내는 글을 보았다. 이분들이 진정한 목회자이고 교회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규모가 있는 교회가 할 역할이 있고 작은 교회가 감당해야 할 사역의 모습은 다를 수 있는 것을 인정하지만, 삶을 살아내는 예배가 또 하나의 역할을 담당하는 교회가 아닐까 생각한다. 

교회의 정규 예배 시간에 국한된 신앙생활이 아니라 가정, 직장 등 다양한 삶의 자리에서 하나님을 예배하고 신앙을 실천하며 삶을 살아내기를 원하지만 어떻게 그런 삶을 시작할지를 모르는 목회자들에게 ‘어꽃피’가 용기를 낼 큰 원동력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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