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또 내 마음에 합하는 목자를 너희에게 주리니 그들이 지식과 명철로 너희를 양육하리라”(예레미야 3장 15절)

저는 한 교회에서 교육전도사와 강도사 부목사로 30여 년간 섬긴 후 하나님께서 2016년 5월에 무속신앙이 강한 제주로 보내셔서 인생 후반부에 목양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은혜를 베푸셨습니다. 목회를 하면서 젊은 시절부터 저의 가슴에 각인되고 다짐하도록 주신 하나님의 음성이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목사를 먹여 살리기 위해 성도들을 불러 모으심이 아니고 피로 값 주고 사신 양들을 먹이고 살찌우게 하기 위해 목사를 세우고 보내신다.” 는 말씀입니다.
하나님께서 언제든지 “너 목회 그만두어라” 하시면 내려놓을 마음의 준비도 허락하셨습니다. 2014년 한 교회에서의 30년간의 목회를 내려놓고 1년 5개월을 아무런 사역 없이 보낼 때에는 많이 힘들었습니다.
한 번은 동기 모임 자리에서 한 친구가 물어왔습니다. “이 목사! 교회를 사임하고 무엇이 가장 섭섭하더냐?” 즉답했습니다. “설교를 못하는 거다.”
강단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할 수 있음은 목사에게는 최고의 명예요 기쁨입니다. 강대상 아래 한 영혼이 하나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목사를 바라보는 그 시선을 어찌 말로 다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설교를 잘하고 못함은 그리 중요치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편을 드시면 한 영혼이 은혜를 맛보고 치유되며 회복을 입습니다. 하나님의 일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지 않아야 합니다. 말씀 전하는 일과 양들을 내 몸처럼 사랑함과 내가 속한 모든 영역 안에서 지극히 평범하고 지루하다시피 한 일상이 곧 하나님의 일임을 깨닫게 하셨습니다.
주님께서 피로 값 주고 사신 귀한 영혼들을 교회로 묶어주셨습니다. 여기에 한 영혼 한 영혼을 바라볼 때에 예전에는 깨닫지 못한 부모의 마음이 어떤 것인가를 알게 하셨습니다.
저의 목회에 중심은 하나님의 양들을 존중하고 사랑함입니다. 동양에 다섯 가지 덕목이 있습니다. 仁, 義, 禮, 智, 信입니다. 모두 귀한 덕목들이지만 특별히 하나를 꼽으라 하면 ‘예’(禮)를 꼽습니다. ‘예’(禮) 란 상대를 존중히 여기는 것입니다. 상대의 가치를 높이는 것입니다.
사랑을 입은 성도들이 복음의 진리를 고백하며 세상에 살고 있으나 세상에 속하여 있지 않은 자들로 이 세상 앞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교회로 세워져가야 합니다. 목사라는 신분과 자리도 교우들 앞에 존경과 감사와 박수를 받으며 살아간다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목사는 세월이 지날수록 성도들의 가슴속에 서서히 잊혀 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우들 앞에 조용히 잊혀 가는 목사로 자리해야 합니다. 그동안 나의 목회 여정과 업적, 이름이 오고 오는 후대에 족적을 남기고 보상의 치열함을 부리는 자로 남아 있어서는 안됩니다. 보상을 기대하거나 꿈꾸어서는 안됩니다. 섭섭함과 억울함을 호소해서도 안됩니다. 하나님께서 목양할 수 있도록 모든 여건을 조성해 주심 자체가 최고의 명예이며 영광이요 가장 복된 보상이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엘리야와 방불한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충성하며 잊혀가는 7,000명의 선지자들을 가슴에 담아 두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른 목회와 교회 그리고 삶이라고 여겨집니다.
글 l 이대원 목사(제주선교100주년기념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