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첫 번째 토요일,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수시입학지원을 한 학생들을 면접을 통한 전형을 한 날입니다. 정시모집기간이 두 주간 후에 곧 다가오지만 내년 에스라 농사를 위해서 아주 중요한 행사입니다. 맹자는 군자(君子)의 삼락(三樂) 가운데 세 번째 즐거움을 ‘천하의 영재를 얻어 가르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즐거운 일을 위한 첫 걸음이 지난 토요일 오전에 입학지원서를 낸 학생들을 한 사람씩 만나서 면접을 통해 선별하는 일입니다. 직접 학생들을 면접하는 일은 교수님들이 하지만, 총장은 그 결과를 수렴하는 대학원위원회 위원장으로서의 마지막 정리하는 직무가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토요일이지만 다른 교수님들과 꼭 같이 특별한 주말근무를 한 셈입니다.

이번에 온 학생들은 세 가지 과정에 입학지원을 했습니다. 성경학박사(D.Litt.)과정과 문학석사M.A.) 과정, 그리고 신학석사(Th.M.) 과정에 지원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우리 학교는 이 일을 신실하게 수행하기 위해서 이력서뿐만 아니라 자기소개서, 그리고 상급자, 친구, 후배 등으로부터 추천서를 각각 받아서 그 바쁜 와중에 교수님들이 그 두툼한 각 학생의 서류를 미리 살피고 학생들을 만납니다. 저도 총장이 된 후 처음으로 지원자들의 서류를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먼저 누구인지를 알아야 다음 단계로 성숙해 가는 일을 돕기 위해서, 하다 못해 기도라도 시작할 것이고, 내년 3월에 에스라 26기 학생으로 입학하면, 정식으로 만나 교제를 나누는 일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입니다. 사람을 알아가고 배려하는 것은 목회나 교육의 기본적인 업무에 속하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첫 페이지 이력서를 통해서 전체적으로 살핀 후에, 자기 소개서를 통해서 좀 더 구체적인 면모를 접하게 되고, 주변의 추천인 세 사람을 통해서 좀 더 객관적인 모습을 그려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우선 자기소개서 항목을 보면서 참으로 구체적인 면접문항으로 인해서 감탄했습니다. 괜찮은 어떤 기업입사면접문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어보였습니다. 우린 기업이 아니니까 능력보다는 인품에 방점을 둡니다. 그렇기에 첫 질문은  현재 사역을 통해서 얻는 가장 큰 기쁨을 묻고 있습니다. 세상은 대박에 관심을 가질 수 있지만 우리는 무엇으로 기뻐하고 무엇으로 즐거워하는 사람인지를 먼저 알고자 합니다. 여러 질문 가운데, 당연히 왜 우리 학교에 지원했는지 그리고 누가 추천했는지 등등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랑스러운 것은, 맛집 추천처럼, 우리 학교에서 공부를 한 동문들의 추천과 학교를 잘 아는 지인들의 추천으로 오는 사람들이 대다수라는 사실입니다. 

특별히 제 개인적으로는,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가장 감명 깊었던 책이나 여태까지 읽었던 책 중에 다른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은 무엇이며 그 이유가 무엇인지 하는 항목을 통해서, 가을이 가기 전에 읽을 책 목록을 작성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한국교회의 흐름과 방향에 대한 각자의 견해를 묻는 항목을 통해서도 배운 바가 큽니다. 거기에는 우선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거의 모든 지원자들이 사용한 단어입니다. 빅데이터 분석은 아니지만 얼마나 사람들의 생각속에 코로나가 자리하고 있는지를 보게 된 셈입니다. 바라기는 세상을 B.C.와 A.C.에 매몰되지 말고, 여전히 세상을 B.C.와 A.D.로 볼 수 있는 지혜를 가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항목을 일일이 언급할 수도 없고, 밝혀서도 안되겠지만, 자소서의 항목은 우리 학교가 어떤 학생을 원하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는 문항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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