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수련회에 찾아온 하나님에 대한 확신
기도를 통해 하나님이 부어주시는 은혜
일하는 순간순간 환자를 위해 기도하는 의사

내과전문의 허찬미 서울삼성내과의원 원장 
내과전문의 허찬미 서울삼성내과의원 원장 

기도로 진료를 시작하는 의사, 삶의 순간순간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이 은혜라고 고백하는 한 사람의 성도, 주어진 자리에서 삶의 예배를 드리길 원하는 허찬미 원장을 만났다.

| 삶의 시선

신앙 훈련을 통해 알게 된 기도의 방법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자 기도하면 나의 기도를 들어 주신다”
기도로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아가는 의사

Q. 하나님과의 첫사랑을 경험한 순간은?

모태신앙이고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 어릴 때부터 교회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하나님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예수전도단의 King’s Kids(왕의 자녀들)라는 초등학생 어린이들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에 참석하게 되었다. 주말마다 훈련받으며 매일 큐티하고 방학 때마다 전도여행 같은 다양한 활동들을 했었다. 그러다 한 번은 King’s Kids 수련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옛날 수련회들은 꼭 촛불 켜 놓고 기도하는 순서들이 있었는데, 그때 기도하는 중에 또렷한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 그때부터 한 번도 하나님을 의심해 본 적이 없다. 하나님의 존재와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심에 대해서 분명하게 믿어졌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 철저한 신앙의 훈련이 나의 인생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하나님께서는 어린아이의 기도에도 응답하여 주시고 나의 인생을 이끌어 주셨던 것이다.

Q.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기 전과 후의 모습의 변화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첫 번째 방법은 ‘먼저 하나님께 물어보는 것’이라고 배웠다. 수련회 때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경험한 이후로 조그마한 일에도 하나님께 묻는 습관이 생겼다. 작은 물건이 없어져도 “하나님 이거 어디 있을까요?” 자그마한 결정을 내리는 순간에도 “하나님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계속해서 하나님의 도움을 구했다. 수시로 혼잣말을 하고 있는 나를 보고 사람들은 조금 이상하게 생각하기도 할 정도였다. 한창 HOT 같은 아이돌 가수를 좋아할 나이에 혼자 CCM을 듣고 선교사님이 쓰신 책을 읽고 있는 아이였기 때문이다. 친구들의 ‘쟤는 왜 저래?’라는 시선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항상 묻고 응답받는 삶은 그 자체로 큰 은혜이다. 하나님을 만난 이후로 주님과 소통하는 삶을 살게 해주셔서 항상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

Q. 삶의 굴곡 중에 가장 행복했을 때와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어떤 순간이었는가?

가장 행복했던 때는 출산의 순간이다. 생명이 생명을 낳을 때의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동시에 가장 힘들었을 때도 아기를 가지고 나서부터이다. 레지던트 4년차 때 첫째 아이를 임신했다. 임신하고 10개월 중에 7개월은 물도 못 먹을 정도로 구토를 심하게 했다. 체중도 10kg 넘게 빠지면서 고생을 했다. 하지만 병원 일을 빠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죽도록 구토를 하면서도 하루에 감당해야 하는 진료, 검사 업무가 많아 “아 내가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아이를 잉태하고 낳는다는 게 이렇게 힘든 거구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그때 환자들의 심정을 이해하게 되었다. 대학병원에서 근무를 하며 만나는 많은 암 환자들은 항암약을 잘 못 먹고 구토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때는 그분들이 얼마나 힘든지 모르다가 내가 7개월 내내 구토를 하고 나서야 그분들의 심정을 이해하게 됐다. 그리고 그 7개월 구토가 끝나고 마지막 두 달 동안에는 전신에 심한 두드러기가 났다. 한겨울임에도 불구하고 가려움 때문에 얼음을 껴안고 잠을 청하고, 임산부임에도 약을 엄청 먹었다. 죽을 것 같은 가려움과 구토를 경험해 보니까 환자들의 심정을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그때 목숨을 걸고 낳았던 첫째가 36개월, 둘째가 이제 돌이 되었다.

하나님의 은혜로 건강하게 자라준 아이들
하나님의 은혜로 건강하게 자라준 아이들

Q. 힘들었던 나에게 사랑의 한 마디를 한다면?

의사로서 트레이닝 받을 때는 힘든 순간들이 많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이 들 때마다 나 자신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잘했어, 잘하고 있어, 더 잘할 수 있어” 지금도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스스로 격려하면서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 사역의 시선

내과 전문의이자 스타트업 병원의 젊은 원장
삶의 현장에서 예배를 드리기 위해 노력하는 성도
환자를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는 의사

Q. 삶과 일의 균형은 어떻게 잡는가?

일주일에 최소한 반나절만큼은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사실 대학병원 근무 시절이나 현재 개인병원을 하면서도 삶과 일 사이의 구분 없이 삶을 살았다. 그러다 최근에는 일부러 수요일 오후를 비워놓았다. 그 반나절만큼은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진다. 학회도 가고 공부도 할 수 있고 사람도 만날 수 있는 시간으로 비워뒀다. 이런 자유로운 시간을 통해서 조금씩 균형을 잡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Q. 지금 맡고 있는 일을 소개한다면?

소화기내과를 전공한 내과 전문의이자 스타트업 병원의 젊은 원장이다. 기본적으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갑상선, 간질환 등을 다루는 내과에서 소화기를 전공해서 위, 대장 내시경을 주로 하고 있다. 젊은 의사로서, 변화하는 의학이라는 학문을 계속 공부해서 새로운 질병에 맞는 처방을 쓰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소화기 쪽으로 약이 듣지 않는 환자들도 소문 듣고 찾아오는 병원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암이나 궤양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균에 맞는 검사와 처방을 일찍 시작하기도 했다.

하루에도 수차례 위, 대장 내시경 시술을 진행하는 서울삼성내과의원
하루에도 수차례 위, 대장 내시경 시술을 진행하는 서울삼성내과의원

Q. 주일 성수가 어려운 순간이 많았을 것 같다. 신앙을 지키는 방법은?

의과대학을 다닐 때만 해도 경북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내에 신앙공동체 CMF(한국누가회)가 있어서 매일 같이 기도할 수 있었다. 매일 아침마다 기도하고 수업 전에 모여서 기도하고 국가의사고시를 준비하면서도 매일 모여 공동체로서 예배를 드릴 수 있었다. 그런데 인턴 때부터는 주일을 지키는 것이 어려워졌다.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고 교회를 갈 시간은 당연히 없고 하는 상황들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그때 한국누가회 수련회 때 선배가 해주었던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산부인과 의사인 선배는 예배를 드리다가도 아기가 나온다는 수술 응급콜을 받으면 병원으로 달려가야 했다. 수술을 하러 가기 위해 운전대를 잡으면서 선배는 이렇게 기도했다고 한다. “하나님 또 다른 예배를 드리러 갑니다. 이 수술이 하나님께 드리는 오늘의 저의 예배입니다” 그 말이 계속 기억에 남아서 인턴 때 피 뽑고 드레싱 하고 환자를 보살피는 와중에 “하나님 오늘 여기서 예배를 드립니다. 환자한테 하는 모든 행위가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아름다운 예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와중에도 신앙을 지킬 수 있었다.

Q. 일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의사는 살렸던 환자는 잘 기억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살려야 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 손을 거쳐서 하나님 품에 가신 분들은 아픔으로 항상 남아있다. 레지던트 1년차 꼬꼬마 의사이던 시절에 만난 담도암에 걸리셨던 한 어머니가 생각난다. 환자의 병동 주치의로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약을 드리고 환자 면회하는 일을 했는데, 그 어머님이 항상 “아들 결혼식 가는 때까지만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계속하셨다. 다행히 시술이 성공적으로 돼서 결혼식에도 잘 참석하고 퇴원하셨는데 다시 병세가 악화돼 입원하셨다가 결국 돌아가셨다. 어머님이 저를 좋아해 주셔서 대화도 많이 나누고 그렇게 저를 많이 찾으셔서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계속 “허찬미 선생님 좀 불러 달라 보고 싶다” 이렇게 해서 가면 항상 손잡고 계속 우셨다. “너무 고맙다 그때 아들 결혼식 갈 수 있게 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얘기해 주셨는데 결국 천국에 가시고 그렇게 가슴에 남아있는 그분이 아직도 생각난다.

소화기내과 레지던트시절 교수님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소화기내과 레지던트시절 교수님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Q. 일에서 지쳤을 때 에너지 충전 방법은?

환자한테 사망선고를 하고 오면 되게 씁쓸하다. 정말 최선을 다해서 살리려고 노력했던 환자들이 떠나고 나면 너무 속이 상하기도 한다. 그럴 때 동료들끼리 환자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약에 대한 이야기도 하면서 털어버리려고 노력한다. 마치 공기가 순환하는 것처럼 안 좋은 감정들을 날려보낸다. 동료들과 함께 맛있는 것을 먹고 이야기하고 또 한숨 자고 나면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고 다시 힘이 생긴다.

| 생각의 시선

기도로 말씀으로 세워주신 부모님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부산에서 병원을 열다
선택의 기준을 하나님께 맡길 때 부어주시는 은혜

Q. 잠들기 전,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원장이라는 자리가 의사인 동시에 경영자이기 때문에 병원을 어떻게 세워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계속 생각한다. 또한 일에는 완벽해야 하는 성향이라 환자에게 맞는 약에 대한 생각도 많다. 같은 증상이더라도 환자별로 약이 달라져야 하고, 같은 환자라도 상황에 따라 다른 약을 처방해야 한다. 이 어려운 문제들을 풀어가기 위해 의사로서 계속해서 고민한다.

Q. 내가 갖고 있는 가치관에 가장 영향을 끼친 사람은?

“할 수 있다. 하면 된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가 시작된다” 엄마와 매일 이렇게 외치고 출근을 한다. 육아 때문에 너무 힘들 때도 엄마랑 눈만 마주치면 구호처럼 외쳤다.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분이 바로 엄마다. 말씀으로 풀어주고 기도로 도와주고 또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마다 긍정적인 말로 나를 세워주는 사람이 바로 엄마다. 또한 나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아빠다. 어릴 때 잠결에 살짝 눈을 뜨면 아빠가 내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를 하고 계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각난다. 새벽 기도 가기 전에 항상 나를 위해 기도해 주고 가시던 아빠는 지금도 매일 아침저녁으로 병원에 와서 기도해 주신다. 부모님의 영향으로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인생의 모든 순간 버팀목이 되어준 부모님
인생의 모든 순간 버팀목이 되어준 부모님

Q. 어떠한 일을 결정하거나 선택할 때 가장 기준으로 삼는 것은?

말씀이다. 선택의 크기와 상관없이 늘 하나님께 물어보고 시작한다. 큰 결정을 해야 하면 기도 리스트를 정해서 기도의 동역자들에게 기도를 요청한다. 병원을 준비할 때도 그랬다. 구체적인 기도 리스트를 정해서 동역자들에게 뿌리고 그 기도 제목을 놓고 기도하면 하나님이 항상 말씀해 주시고 풀어주시는 역사가 일어난다. 환자만 보는 의사였던 나를 하나님이 개원하게 하셨는데 개원 이후는 당연히 힘든 일의 연속이었다. 물건도 사야 되고 사람도 만나야 되고 직원도 뽑아야 되고, 그래서 하나님께 너무 힘들다고 솔직하게 기도했다. 그런데 하나님이 “사랑하는 딸아, 이 일들에 집중하기보다 나를 바라보면 안 되겠니?”, “지금까지 너의 길을 인도한 내가 앞으로도 너를 인도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나만 바라보고 사랑해 주면 안 되겠니?”라고 이야기를 하셨다. 그때부터 하나님이 알아서 하실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면서 나는 하나님께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그랬더니 하나님이 그때에 필요한 판단도 주시고 필요한 사람도 붙여주셨다. 전지전능하신 하나님께 선택을 맡기고 하나님께만 집중하는 것. 선택의 기준을 하나님께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도하면 하나님이 일하신다"고 말하는 허찬미 원장

Q. 투데이N 독자에게 권면과 도전의 한마디?

코로나가 이렇게 길어질 것이라고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모두가 우울하고 지치는 시간이다. 실제로 집에만 있고 운동을 못 하다 보니까 건강도 많이 악화된다. 하지만 코로나를 주신 분도 하나님이시고 이걸 이기게 하실 분도 하나님이시다. 어려움 가운데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는 삶을 살아갔으면 한다. 의사로서 권면하기로는 가까운 집 앞이라도 운동하시고 마음을 다잡으셔서 함께 이 시기를 이길 수 있는 독자분들이 되셨으면 한다.

| 세상의 시선

기도하는 하나님의 사람들이 변화시킬 세상
세상의 것은 한 번에 다 무너질 수 있는 것
주님 다시 오실 날을 기대하는 성도의 삶

Q. 당신의 눈에 비친 세상의 모습은?

세상은 악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살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숨어서 기도하는 하나님의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기도의 씨앗을 뿌리는 분들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기도하는 성도들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Q. 변화했으면 하는 세상의 방향은?

예수님이 오신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예수님이 우리 죄를 위해서 이 땅에 오신 건 너무나 기쁜 소식이다. 그 감격스러운 소식을 온 세상이 자랑하고 서로 나누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난 성탄절에 우리 병원에도 전구를 달고 트리를 설치한 것도 함께 기뻐하고 싶어서다. 공휴일이라서 쉬는 날로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오심이 너무 기뻐서 주체할 수 없는 잔치를 모두 즐기는 세상으로 변했으면 한다.

Q. 세상의 눈으로 보았을 때 나의 모습은?

예전에 지인분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너는 딸도 가졌고 아들도 가졌고 의사인 다 가진 여자다. 세상의 눈으로 보았을 때 다 가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냥 나는 예수님의 자녀일 뿐이고 약하고 나약한 사람이다. 은혜가 아니면 오늘 하루를 살 수 없는 사람이다. 욥에게 있는 모든 것을 한 번에 가져가셨듯이 하나님이 치시면 한 번에 다 무너질 수 있는 것들이다. 십자가만 바라보고 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한 가지 원하는 대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무엇을 바꿀 것인가?

모든 사람들이 예수님을 믿는 세상, 만민이 하나님을 찬양하는 하나님 나라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우리 첫째 딸이 처음으로 한 기도가 이런 기도였다. “예수님 보고 싶어요 빨리 오세요” 이렇게 기도했다. 그 기도를 들으면서 정말 많이 울었다. 내가 매일 예수님을 만나고 교제하며, 말씀을 듣고 교회를 다니면서도 다시 오실 예수님에 대한 기대가 너무 적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오실 주님을 기대하면서 더 열심히 섬기는 종이 되어야겠다. 그래서 주님 앞에 갔을 때 “착하고 충성된 종이었다” 이렇게 칭찬받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

서울삼성내과의원 진료실 앞에서 가족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다.
서울삼성내과의원 진료실 앞에서 가족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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