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지 너희가 그리스도에게 속한 자라 하여 물 한 그릇이라도 주면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가 결코 상을 잃지 않으리라”(마가복음 9장 41절)

우리에게 소나기로 잘 알려진 황순원의 단편 소설 중에 ‘물 한 모금’이라는 단편이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의 평안도의 한 시골마을의 간이역을 배경으로 하는 이 단편 소설의 내용을 짧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사람들이 기차를 타기 위해 역으로 모여들던 중 한기를 가득 머금은 가을비를 만나게 됩니다. 그 비를 피해 인근 간이역 근처의 누군가의 헛간으로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하죠. 그러나 비는 무심하게 계속 내립니다. 그 사이 이 헛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되고 기차 시간이 다 되어가도록 비는 그 칠 줄 모르죠. 그런데 그때 험상궂게 생긴 집주인이 나타나 매서운 눈초리로 그들을 노려봅니다. 순간 모든 사람들이 바짝 긴장을 하게 되죠. 그리고 이 험상궂게 생긴 주인은 자기 집으로 황급히 들어갑니다.
혹시 총이나 무서운 흉기를 들고 자신들을 내쫓는 건 아닌지 순간 긴장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험상궂은 집주인은 한 손에 주전자와 컵을 들고 와 따뜻한 물 한 잔씩을 나누어 줍니다. 그리고 비는 멈추고 그들은 따듯한 기운을 머금고 각자 가야 할 길로 떠난다는 내용입니다.
성경을 읽으면서 한 가지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복음이 너무나도 중요한데 그렇다면 복음을 어떻게 전해야 하는가? 복음을 더 잘 전할 수 있게 하는 비결이나 방법에 대해서 말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4복음서조차 의외로 복음에 대한 설명은 그 중요성에 비해 굉장히 빈약하고 대신에 구원 얻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에 대해서 하나님 나라의 윤리와 그 나라 백성들이 가져야 할 성품 관계 등에 대해서 아주 길고 장황하게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특히 오늘 본문도 이미 하나님의 백성이 된 사람이 타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말씀해 주고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윤리를 가르치고 관계를 가르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복음 전하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복음을 전하는 것은 어떤 방법이나 기술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생명의 복음은 우리가 타인을 대접하는 물 한 그릇에 담겨 있다는 것입니다. 험상궂은 집주인이 자신의 헛간에 있던 사람들에게 물 한 그릇 대접한 것은 워터가 아니라 따듯한 마음이었듯이 생명을 증거하는 방식은 내안에 있는 따듯한 물 한 잔을 기꺼이 나누고 대접해 주는 것 이것이 복음 전함의 핵심이라는 사실입니다.
복음은 타인을 향한 따듯한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진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복음을 전하는 방식은 어떻습니까? 생명 담긴 물 한 그릇을 누군가에게 나누어 줄 때 내 안에 있는 생명이 그 안으로 들어 간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글ㅣ박형섭 목사(꿈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