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신정교회 김보성 목사
‘다음 세대’의 삶에 관심갖길 바라
선한 것을 바라보는 세상 되길

청소년 시기에 방황하다 예수님을 만난 후, 목회자의 길을 걸어온 김보성 목사. 그는 오랜 기간 청소년을 섬기다 2020년 5월, 울산신정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다음 세대는 물론, 새로운 사역을 시도하며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김보성 목사를 만나보았다.

울산신정교회 김보성 목사
울산신정교회 김보성 목사

|삶의 시선

“보성아, 내 아들을 희생할 만큼 나는 너를 사랑한다.”
사춘기 시절, 방황하며 예수 만나

Q. 신앙 생활이 시작된 과정은?

나는 중학교 1학년 시절, 방황하며 예수님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어린 시절의 나는 대대손손 우상을 섬기는 집안에서 자랐고, 예수님을 믿는 분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중학교에 입학할 당시 부모님은 나에 대한 기대가 크셨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법. 중학교 1학년 1학기가 시작되자마자 방황하기 시작했고, 부모님은 한 학기 만에 나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셨다. 방황하는 내게 아버지는 “너는 가망이 없다.”라고 말씀하시며 날 교회로 보내셨다. 교회를 다니던 어느 날, 수련회 기간에 하나님은 내게 “보성아, 나는 내 아들을 희생할 만큼 너를 사랑한다. 그 사랑이 결코 후회 없을 만큼 너는 가치 있는 존재다.”라고 말씀해주셨고, 그 복음은 내게 정면으로 부딪쳤다. 방황하며 힘든 시기를 겪던 당시, ‘죽고 싶다.’라는 생각을 늘 하곤 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용기가 없어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수련회를 통해 처음으로 하나님께 “중고등부 선생님들이 나를 안고 울면서 기도할 만큼 내가 가치 있는 존재라면, 한번 살아보고 싶습니다.”라고 고백했다. 그 후, 신앙이 점점 자랐고 ‘한 번 살아가는 인생, 조금 더 의미 있게 살고 싶다.’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주위에 있는 믿음의 선생님들, 목사님들을 멘토로 삼고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예수님을 믿지 않는 집안이었지만, 아버지께서 나를 교회로 보낸 것은 물이 포도주가 된 것보다 더 큰 기적이었다.

Q. 사역 중,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언제인가?

몇 년 전, ‘번 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이 생겨 마음고생 한 적이 있다. 당시, ‘영혼을 갈았다.’라고 생각할 만큼 2년간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쉬지 않고 일했다. 내 신앙과는 별개로 누구보다 열심히 섬기고 싶은 마음에 사역의 열정을 불태웠지만, 나를 돌아볼 여력이 없었다. 그렇게 나는 나 자신을 죽이고 있었고, 다 타버린 숯덩이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무기력, 우울감 등 무너져버린 내 감정으로 인해 밤이 되면 눈물이 흘러내렸고, 7kg이 빠질 만큼 마음고생을 겪었다. 내가 섬기던 교회에 사직서를 제출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선배 목사님이 나를 잡아주셨고, 그분의 도움으로 인해 며칠간 홀로 휴식을 취하며 마음을 회복할 수 있었다. 이 시기를 겪으며 ‘나 또한 누군가의 삶이 무너졌을 때, 곁에 있어 줄 수 있는 목회자가 되어야겠다.’라고 다짐했다.

Q. 사역 중, 가장 행복할 때는 언제인가?

내가 섬겼던 제자들이 나를 찾아올 때 가장 행복하다. 오랜 기간 ‘다음 세대’를 섬겼다 보니 나에겐 ‘제자’라는 선물 같은 존재들이 있다. 먼 거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은 나를 종종 찾아온다. 이들을 만날 때마다, ‘내가 제자들의 삶에 마냥 스쳐 가는 존재만은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에 하나님께 감사한다. 내가 섬겼던 제자들이 복음을 경험하고, 꿈을 키우며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 큰 행복감을 느낀다.

다음 세대를 사랑하는 김보성 목사
다음 세대를 사랑하는 김보성 목사

|사역의 시선

다음 세대의 삶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신정 SOS뱅크 사역 시작해

Q. ‘청소년 사역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청소년 시기의 내 삶 자체가 청소년 사역을 다짐하게 된 가장 큰 동기가 됐다. 중학생 시절의 내가 방황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던 이유는 하나님과의 만남, 또 어른들과의 만남이었다. 이 시기를 통해 복음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종교’가 생기는 것뿐만 아니라 삶 자체가 바뀔 수 있는 큰 계기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나처럼 방황하는 청소년이 하나님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라고 다짐하며 ‘다음 세대’ 사역의 길을 걸었다. 지금도 방황하고, 상처받는 수많은 청소년이 있다. 이들이 내가 경험한 하나님을 만나고, 하나님이 보내주신 좋은 어른들과의 만남을 통해 내 삶이 변화되었던 것처럼, 나 또한 그들에게 좋은 어른이 되어주고 싶다.

제자를 위해 기도하는 김보성 목사
제자를 위해 기도하는 김보성 목사

Q. 사역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김해에서 사역하던 시절이 기억에 남는다. 늦은 시각에 심방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번화가 골목에서 누군가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골목으로 가 보니 중학생 3명이 다른 학교 학생을 구타하며 금품을 갈취하고 있었다. 학생들을 불렀지만 3명의 가해자는 나를 잠깐 쳐다본 후, 피해자를 다시 때리기 시작했다. 순간 화가 치밀어올라 가해자에게 한 걸음 다가가는 순간 눈앞이 하얘졌다. 강한 주먹이 내 안면을 강타했다. 내 얼굴에는 코피가 흐르고 있었고, 안경은 멀리 날아가 앞이 보이지 않았다. 학생들에게 한 대 맞은 후, 주저앉아 정신을 다잡는 사이에 가해자들은 도망가고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피해 학생을 바라보니, 그 아이가 울면서 골목을 벗어나고 있었다. 그 후 30분 동안 그 자리에서 멍하니 앉아있었다. 회의감이 들었다. 당시 나는 김해 지역의 중,고등학교 교복을 다 알고 있었기에 가해 학생들이 어떤 학교를 다니고 있는지도 알고 있었다. 다음날, 나의 모습을 보니 가해 학생의 학교 앞에서 우리 교회 중등부 학생들을 만나고 있었다. 이때 하나님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내게 ‘하나님의 부르심’이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다.”라고 말하면서도, 하룻밤만 자고 나면 아이들이 보고 싶어지는 것이었다. 나에게 상처를 준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에 방문했지만, 그곳에 다니는 아이들을 만나며 웃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며 ‘아, 이것이 하나님의 부르심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Q. ‘다음 세대의 위기라 불리는 요즘, 그리스도인은 청소년을 어떻게 섬겨야 할까?

‘다음 세대’를 숫자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그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며 섬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한국 교회 안에서는 '다음 세대'들의 출석 수에 중점을 두고 섬겼다. 아이들을 교회에 출석시키기 위해 연락하고, 밥을 사기도 했다. 물론, 교회에 머무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 아이들을 숫자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 '다음 세대'라고 불리는 아이들 각 존재에 관심을 두고, 에너지를 쏟자. 한국 교회뿐만 아니라 사회 자체가 청소년들을 숫자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삶, 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는데 우리의 에너지를 쏟으며 다음 세대를 세워나가자.

무릎꿇고 기도하는 김보성 목사
무릎꿇고 기도하는 김보성 목사

Q. ‘다음 세대’ 사역을 하다 울산신정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하셨다. 울산신정교회의 주된 사역은 무엇인가?

울산신정교회는 ‘이웃 사랑’이 많은 교회다. 내가 이곳으로 부임하기 전에도 진행하던 두 가지 사역이 있다. 먼저, 매년 가을에 진행하는 '이웃 사랑 프로젝트'가 있다. 가을만 되면 30여 개의 구역이 ’이웃 섬김’에 대해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10월이나 11월 중 한 달 동안 교회 주변이나 울산 시내의 이웃에게 찾아가 선물을 전달하거나, 청소하며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 또, ‘골목 파티’라는 행사를 진행한다. 교회 인근 모든 골목을 교회 장터로 꾸며 이웃에게 음식, 물품 등을 나누고 베풀며 예수님의 사랑을 전한다.

Q. 울산신정교회에서 새로운 사역을 시작한다고 들었다.

‘신정 SOS 뱅크’라는 사역을 새롭게 시작한다. ‘울산신정교회’의 ‘신정’과 긴급 구조신호를 뜻하는 ‘SOS’, 재정적인 도움을 드리는 ‘Bank(은행)’를 합해 ‘신정 SOS 뱅크’라고 이름을 지었다. 말 그대로 삶에서 재정적으로 급격히 어려움을 겪는 분을 돕는 사역이다. 울산은 다른 지역에서 바라볼 때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는 도시로 알고 있는 분들이 많다. 그렇지만 돌아보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울산 주민이 많다. 특별히 고질적인 가난이 반복되는 분도 계시지만, 갑자기 문제가 생겨 통신비, 수도비, 전기세 등을 내지 못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런 분들에게 어느 정도 재정이 공급되면, 문제를 극복하는 힘이 생긴다. 어려운 이웃에게 힘을 전하고자 하는 마음에 이 사역을 새롭게 시작했다. 어려운 이웃이 문제를 해결하고, 다음 단계를 도약할 수 있도록 약 100만 원가량을 대출해준다. 은행들과 차이가 있다면, 이자는 없고 상환 기간은 본인이 정하면 된다. 상환 기간 내에 꼭 갚으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상환할 수 있도록 힘을 낼 기회를 선물하는 것이다. 지난 추수감사절에 성도들이 목표 재정의 5배 금액을 모아주셔서 사역을 시작하게 되었고, 최근 울산 시내에 있는 한 이웃에게 도움을 드렸다.

Q. ‘신정 SOS 뱅크를 신청하는 방법은?

'신정 sos 뱅크' 실사팀이 있다. 도움을 요청하면 팀 측에서 삶의 현장에 방문한 후, ’도움이 필요하다.’라고 판정되면 재정적 지원금을 전달한다. 두 가지 방법으로 신청할 수 있다. 먼저, 교회 성도들을 대상으로 진행할 때는 교역자나 구역장님을 통해 신청받는다. 교인이 아닌 분 중에서 도움이 필요한 분은 지역 주민센터 복지 담당자를 통해 객관적 자료를 받아 도움을 전할 것이다.

두 번째는 울산신정교회 홈페이지에 들어오면 '신정 SOS 뱅크'라는 메뉴가 있다. 그곳에서 서류를 내려받아 보내주면 확인한 후, 연락을 드리고 도움을 전하도록 준비 중이다.

Q. 울산신정교회가 어떤 교회가 되길 바라는가?

울산신정교회가 큰 교회는 아니다. 하지만 규모에 상관없이 따뜻하고, 건강함을 잃지 않는 교회가 되길 늘 꿈꾼다. 우리 교회는 대로변에 있지 않고, 좁은 골목 안에 자리잡고 있지만 ‘꼭 가고 싶은 교회’, ‘다시 한번 더 오고싶은 교회’가 되길 기도하고 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이곳을 찾아오고 계셔서 목회의 행복을 느끼고 있다. 교회 성도 수는 더 많아질 수도 있고, 적어질 수도 있겠지만 ‘사랑’이라는 가장 소중한 가치만은 잃지 않는 교회가 되길 소망한다.

|생각의 시선

다음 세대에 손 내미는 공동체 되고파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후배 목회자들 되길

Q. 목사님께 가족이란?

김보성 목사 가족
김보성 목사 가족

내게 있어 가족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친구'같은 존재이다. 남편과 아내, 아빠와 딸로서 가장 격없이 서로를 대하고, 마음을 열 수 있는 친구 같다. 사실 아내와 나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편이지만, 함께 살아가다 보니 '나이'라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느껴진다. 나이와는 상관없이 친구처럼 서로 마음을 터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목회자의 자녀는 상처받는 경우가 많다. 딸에게는 존경받는 아빠가 되고 싶지만, 아빠가 목사라는 이유로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오히려 아빠가 목사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웠으면 좋겠다. 그래서 딸과도 친구처럼 지내기 위해 애쓴다. 새벽 기도를 마치고 나면 일부러 잠깐 집에 가 딸을 깨우고, 밥을 같이 먹으며 잠깐이라도 시간을 함께 보내려 노력한다. 가족과 잠깐이나마 함께 보내는 시간은 매우 귀중하다. 내게 하루를 살아가는 에너지가 되기 때문이다. 이 시간이 목회자의 가정으로서 아내와 딸에게 소소한 행복이 되었으면 좋겠다.

Q.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내가 거주 중인 울산 안에서 ‘다음 세대를 위해 우리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리고 ‘담임 목사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더 적극적으로 교회 밖에 있는 다음 세대를 돌아보고, 그들에게 손 내밀며 힘이 되어주는 공동체가 되기 위해 기도로 준비하고 있다.

Q. 목회를 준비하는 제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내가 목회를 하게 되고, 행복을 느끼며 사역할 수 있었던 것은 학창 시절에 받았던 사랑의 힘이 크다. 목회를 하나의 일, 직업으로만 접근하다 보면 곁눈질할 수밖에 없고, 만족이 안 되는 자리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를 통해 한 사람이 세워지는 것’을 목회의 꿈과 목표로 삼는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듯, 우리 또한 주님의 사랑을 이웃에게 전해야 한다. ‘사랑’이 가장 소중한 가치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내가 사역하는 교회의 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내게 맡겨 주신 한 영혼에게 주님의 마음으로 다가가 그들을 사랑하고, 예수님을 사랑하는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세워가는 것을 사역의 목표로 삼길 바란다.

사전 인터뷰에 답하는 김보성 목사
사전 인터뷰에 답하는 김보성 목사

|세상의 시선

사사기와 닮은 세상
선한 것을 바라보는 독자 되길

Q. 앞으로 변화했으면 하는 세상의 방향은?

‘포스트모더니즘’이라고 불리는 이 세상은 사사의 시대와 닮은 모습으로 비친다. “그때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이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라고 말하는 사사기 21장 25절처럼, 성경적으로 바라볼 때, 이 시대 또한 왕이신 하나님을 떠나 각자가 왕이 되어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한 명의 목회자이자, 그리스도인으로서 ‘복음을 전하는 것’이 더욱더 중요한 시대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왕이 되었지만, 책임질 수 없는 문제로 인해 무너지는 사람들이 많다. 오히려 하나님 앞에 문제를 내려놓을 때 주님께서 주시는 참된 자유와 평안을 허락해주실 것이라 생각한다. 모든 시대는 복이 필요하지만, 지금 이 시대야말로 더욱더 복음이 필요하다. 왕 되신 하나님께 내 왕권을 내려놓는 시대가 되길 기도한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린다.

요즘 다양한 매체들이 주변에 있지만, 무엇을 보고, 듣고, 읽는지가 중요하다. 마음은 내가 바라보는 대로 흘러가게 되어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울산신정교회 성도들과 다음 세대 아이들이 선한 것들을 바라보길 기도한다. 또 하나님께서 바라보실 때 아름다운 것을 보고, 듣고, 읽길 소망한다. 그것을 통해 삶이 영적으로 더욱더 풍성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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