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산에도 꽃이 핍니다. 일찍 피는 샛노란 꽃들이 새봄을 알려줍니다. 동네에는 노란 산수유 꽃이, 산에는 생강나무 꽃이 대개는 피지만 두 가지를 구별하는 것을 기대하기란 우리네 자연공부가 일천합니다. 문교부든 교육부든 거기가 거깁니다. 그런데 노란꽃이라면 개나리 외에는 잘 알지 못하는 수준으로 보면 두 가지 꽃이 헛갈리는 것은 80점은 줘야 하는 괜찮은 수준이라고 강변하고 싶습니다. 게다가 음력 섣달이면, 양력으로 12월말~1월 정도에,  그 찬공기를 마시면서도 노란 꽃을 피우는 납매(臘梅)를 알면 탁월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좀 더 날이 풀려서 생강나무, 산수유, 개나리가 피고 지고, 산천에는 진달래가 피어나고 연달래도 이어서 피고 그 사이에 화려한 벚꽃도, 산벚꽃도 피어서 우리 동네 대자산을 장식합니다.    

그러다가 새로운 초록이 짙어가는 5월에 들어서면, 대자산에 눈에 띄는 꽃들은, 노란색, 붉은 색, 분홍색에서 이제 흰색으로 주조가 바뀝니다. 5월 초에는 조팝나무 흰꽃이 피기 시작하다가 이팝나무에게 바통을 전달합니다. 이팝나무라는 이름을 생각하면 춘궁기라고 하는, 이팝>이밥>쌀밥으로 이어지는 배고픈 옛봄의 기억이 소환됩니다. 오죽하면 이팝나무의 흐드려지게 핀 모습을 보면서 쌀밥을 떠올렸을까요^^ 조팝>조밥만 가지고는 양을 채우지 못해서 쌀밥까지 . . .  하여간 5월 중순의 대자산은 하얀 아까시아 꽃과 그 향기로 가득합니다. 하순으로 접어들면서 이제는 떨어진 아카시아 꽃잎과 떼죽나무의 꽃잎들로 길까지 꽃길이 되었습니다.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 아니라도 사뿐히 즈려밟고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오늘은 모처럼 토요일이고 열흘 전부터 참여하기 시작한 ‘에스라사랑 걷기 잔치’도 계속되는 중이니까 아침산책에 가뿐히 만보를 채워보고 싶은 욕심도 있고 토요일 아침이라도 천천히 살자는 생각으로 산길을 올랐습니다. 음악을 들으며 예쁜 꽃들을 만나며 사진을 찍기도 하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오늘 아침에 건진 보화와 같은 꽃은 으아리 야생화 군락지를, 출발해서 멀지 않은 곳에서 만났습니다. 사실 작년에 그 근방에서 보았기에 며칠째 벼르면서 살폈는데 드뎌 아내가 발견해서 찍사의 본능이 발휘되었습니다. 바로 옆에는 북부지방 산림청의 로고와 함께 공동산림사업 임산물 활성화라는 부제에 무슨 농장 야생화 연구숲이라고 빨강글씨로 출입금지 패말까지 달렸지만 이번 봄에 과연 무슨 야생화를 연구했는지 궁금합니다.(그 연구가 주민들의 삶에 무슨 관련이 있다고 작년까지 자유롭게 드나들던 곳을 막았는지도 ㅠㅠ)

네, 아랫지방에는 이미 피고 진 병꽃도 고양동 대자산에는 이제 핍니다. 게다가 대자산에 점점 세력을 넓히고 있는 일본목련이, 그 크고 멋있는 잎사귀 때문에, 자주 눈에 들어옵니다. 산을 오르다가 어느 기업체의 묘지로 알려진 곳을 지나다 보니, 작년에 보지 못한 노란 꽃이 피어있었습니다. 남쪽 지방에는 도로변에 흔하게 피어있는 “촌스런” 금계국이었습니다. 비록 조용히 외롭게 피어있지만 그 바이올렛 자태를 숨길 수 없는 붓꽃도 있고, 아까 언급한 떼죽(때쭉)나무 하얀꽃은 능선 숲길을 따라 여기저기에 나타나고, 크고 작은 크기의 싸리떨기는 분홍색꽃을, 게다가 산딸기와 찔레꽃과 개망초, 아직 다 떨어지지 않은 백당나무 꽃도 각기  다른 높이에서 흰자태를 보여줍니다. 정확히는 툴립나무라고 하지만, 흔치 않는 백합나무 꽃도 대자산 산책로에는 피어있습니다. 물론 노란꽃도 다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어디서나 흔히 만나는 애기똥풀과 고들빼기도 눈여겨보면 예쁩니다. 5월을 가정의 달이 아니라 여성의 달로 지키는 어느 교회 5월 표어 <저마다 아름다운 꽃, 여성>이 생각납니다.  네, 저마다 아름다운 꽃들이 지천으로 피고 지는데 너무 일에만 매이지 마시고 꽃들에도 눈길을 한 번 주십시오. 일은 끝나지 않고 인생은 끝납니다. 봄날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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