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지낸 시간이 한 달이면, 나도 <제주 한 달 살이>라는 익숙한 단어를 사용할 수 있을터이지만, 기간이 한 주간이었으니 <제주 한 주 살이>는 말이 좀 어색해서 <제주에서 지내다>로 풀어쓸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 26일(월)에 제주에 도착해서 10월 2일(주일) 오후에 돌아왔으니 <살이>라는 단어보다는 <체재>라는 한자어가 오히려 어울리는 짧은 기간입니다. 주초의 3박4일은 제 1회 칼넷시니어포럼에 참석하는 기간이었고, 후반후 3박4일은 제주도에서 목회하는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의 동문도 만나고, 주일에는 평지교회에서 설교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그 중간에 모처럼 제주에서 쉬는 시간을 가진 셈입니다.   

<산양 큰엉곶>에서 만난 노루>

화, 수 목 사흘 아침은 8시에 식사를 하고, 목사는 목사대로, 사모는 사모대로 모여서 전망이 좋은 MJ리조트 2층 카페에서, 종료시간을 전달 받기 전까지는, 끝나지 않은 대화와 웃음으로 가득했습니다. 점심과 저녁 식사는 마치 맛집기행을 한 것같았고, 오후시간에는 비자림, 커피박물관,  동백동산 등을 함께 거닐며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미 은퇴를 했거나 올해 은퇴를 앞둔 목회자들이 모였으니, 자연히 주제는 은퇴에 관한 것이었고, 함께 내린 결론은 “우아한 은퇴는 없다”였습니다. 도시의 큰 교회든 제주의 작은 교회든 동일한 현실 앞에서 마음고생들이 있었지만, 동병상린으로 위로받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우린 주께서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을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마 25:21)하실 때까지, 교회는 은퇴했지만, 사역종료는 없습니다.

<하도리의 일출>

목요일 저녁식탁에는 제주 동문들 가운데 오실 수 있는 분들이 대정<수눌음>에서 모였습니다. 문정욱(오수연), 박경식, 윤병수 목사, 세 분 모두 공교롭게도 에스라 3기 출신이었고, 24기 박종혁 목사님은 갑작스런 상황으로 오시지 못했습니다. 금요일은 문정욱 목사님과 저희 부부가 제주 환상자전거코스를 조금 맛보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자전거를 준비해서 빌려주신 장로님 덕분에 아내와 함께 달리다가 말고는, 사일리커피에 들러서 바다를 바라보고 커피를 즐기고, 형제섬의 풍광을 바라보며 해월정에서 보말칼국수를 먹고 산방산으로 향했습니다. (아참, 보말이란 고동을 뜻하는 현지어였습니다.) 산방산 레이지박스에서 또 한 번 숨을 돌리고, 이번에는 두 남자만 산방산 중턱에서 출발해서 내리달았는데, 순간 속도는 40킬로를 넘는 짜릿한 맛을 보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감동은 돌아오는 오르막길에서 모두 반납했답니다.ㅋㅋ

<MJ리조트 전경>

금요일은 제주에 가면 우리가 빼놓지 않는 트레킹을 하기로 한 날입니다. 이번에 선택한 곳은 <산양 큰엉곶>이었습니다. 개장한 지 얼마되지 않은 곳이라 대개는 생소한 곳일 겁니다.  달구지가 다닐 만큼 중간의 넓은 도로에는 마녀의 집, 백설공주의 집, 일곱난장이의 집, 숲속기차길 등 어린이들이 좋아할만한 포토존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는 자연을 좋아하는 나이라 숲길 탐방로 3.5킬로를 걸었습니다. 숲속길 자체가 힐링의 공간이었고,  자연적으로 생성된 지하굴들뿐 아니라 엉알물이라는 작은 물웅덩이도 만났지만, 금요일의 최고이벤트는 노루 한 쌍을 만난 일입니다. 우리에게 할말이 있는지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고, 카메라를 위해서 여러 포즈를 취해 주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주에서 지낸 한 주간동안 곳곳에서 만난 아침 저녁의 아름다운 하늘풍경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주는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에게 선물하신 아름다운 섬입니다. 

<제주섭지코지에서 바라본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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