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실에 앉아 있다가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창밖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앞 산의 나무들이 붉은 물결을 이루며 멋진 자태를 뽐내더니 벌써 퇴색된 색깔로 추운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예배당 앞, 개울 건너 도토리나무와 이름 모를 나무들도 단풍의 아름다움으로 눈을 호강시키더니 이제는 남은 잎새들만이 힘겹게 매달려 있다. 떨어진 낙엽은 스산한 바람에 뒹굴면서 세월의 덧없음을 알려주는 듯하다.

아름다운 것도 퇴색하는 때가 오고
힘 있고 싱싱하던 것도 떨어지는 때가 오는 법이다.

조금은 부담스럽고 힘들어도 할 일이 있다면 감사하고 기뻐해야 한다. 오늘 나에게 맡겨진 일이 있다면 아직 기회가 있는 것이다. 그 기회를 허비하지 말아야 된다. “세월을 아끼라”는 에베소서의 말씀은 주어진 기회를 돈 주고 사듯 놓치지 말고 선용하라는 의미가 있다.

저기 떨어져 뒹구는 낙엽은 할 일을 다 한 것이다.

봄에는 연초록 잎사귀로 상큼한 멋을 보여주더니
여름엔 짙은 녹색으로 시원함을 더해주지 않았던가.
가을엔 붉은 단풍이 되어 보는 이를 즐겁게 해주다가 이제 할 일을 마치고 떨어졌으니
사람들은 낙엽을 보고 한 수 배워야 할 것이다.

낙엽은 세월의 덧없음만 가르쳐 주는 게 아니다. 자기 생이 끝날 때까지 맡겨진 사명 충실히 감당하고 마쳐야 한다는 교훈까지 주고 있다.

오늘 창밖으로 보이는 낙엽이 처량하기 보다는 사랑스럽고 대견하게 보이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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