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성가한 미술학도, 40년간 유치원 통해 지역인재 육성
코로나19, 한유총 파동 겪으며 또다른 사역 방향 고민 시작해
"교회 일은 단순히 봉사 아냐, 당연한 그리스도인의 의무
"
경북 영주시 하나유치원 원장 김해성 장로(영주 신광교회)

코로나19로 가장 힘든 세대가 있다면, 바로 우리의 아이들일 것이다. 마음껏 뛰놀지 못하고 마스크와 함께한 2020년의 시간들. 하지만 혹한의 날씨 속에서도 한해의 마지막 시간을 산타로 분하여 이 아이들을 안아주고, 이제는 40년의 어린이 사역을 조금씩 마무리하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경북 영주 하나유치원 원장 김해성 장로가 그 주인공. 정직과 겸손을 바탕으로 오랜 시간 사립유치원을 경영해 온 영주신광교회 김해성 장로의 삶과 철학을 돌아보고자 한다.

하나유치원 원장실에서 인터뷰 중인 영주신광교회 김해성 장로
하나유치원 원장실에서 인터뷰 중인 영주신광교회 김해성 장로

ㅣ삶의 시선

Q. 영주에서 꽤 오랜 시간 유치원을 경영하셨다. 처음부터 유아교육에 뜻을 두셨나?

어려서 미술에 재능이 있어서 서울에서 미술대학을 다녔다. 하지만 부모님께서 미술대학을 가려면 반드시 교사를 해야한다고 하셔서 졸업 후 예천에서 중학교 미술선생 일을 잠시 했다. 그런데 그림에 관심이 많아 계속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영주에서 그래미 미술학원을 열고 20년간은 유아미술교육과 입시지도를 하며 그림을 그렸다. 그러다가 나이 40에 유아교육을 정식으로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유치원을 설립하려면 본인 건물, 본인 땅 아니면 허가를 받을 수 없었는데, 이제는 오랜 시간 지역에서 인정을 받아 늘 입소 대기가 걸릴 만큼 입소문 난 사립유치원이 되었다. 모두 다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Q. 이 지역의 많은 아이들을 장로님이 길러 내셨을 것 같다. 유치원 원장으로 삶을 살면서 행복한 시간과 어려웠던 시간들이 많았을 것 같다.

- 하나유치원을 졸업한 영주지역 아이들이 벌써 1200~1300명 가까이 되는 것 같다. 지금은 장성해서 사회 곳곳에 리더로 역할을 감당하는 것을 보게 되는데, 그게 가장 큰 보람이다. 특별히 운영하는 과정 속에서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지난 십년 사이에 경북 영주에서 한 해 태어나는 아이들이 큰 폭으로 줄어 400명 선까지 내려왔다. 지금은 운영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다.

하나유치원 졸업생들과 함께 사진촬영에 임하고 있는 김해성 장로
하나유치원 졸업생들과 함께 사진촬영에 임하고 있는 김해성 장로

오랜 시간 유치원 원장을 맡다 보니 한유총 경북지회장 2회와 함께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부이사장직도 4회에 걸쳐 10년간 맡았었는데, 지난 2019년에 정부와 사립유치원의 갈등 속에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의 입장을 전하던 중, 난생 처음 서울 중앙지검에 기소까지 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었다. 지난해 8월에 결국 무혐의로 모든 일이 일단락됐지만 개인 자산을 설립한 사립유치원을 정부에서 불법단체로 매도해 억울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당시 국회 앞에서 1인 시위까지 했는데 그 일들로 이제 조금은 쉬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하게 됐다.

ㅣ생각의 시선

Q. 나름대로 자수성가의 길을 걸어오신 것 같다. 신앙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

나는 예안 김씨 반촌에 있는 두암고택 작은 집에서 태어났다. 이름 난 유교집안이다. 워낙 기독교에 대한 핍박이 심한 동네였다. 나 역시 불신 가정에서 태어났는데, 영주지역 미션스쿨이었던 영광중학교에 입학하면서 하나님을 알게 됐다. 이후 동네(이산면)에 개척교회(영주 석암교회)가 들어왔는데, 거기서 나중에는 학생부 회장을 도맡기도 했다. 지금 영주지역 교회 목회자들이 당시 타 교회 학생부를 섬기던 친구들이 참 많은데, 나만 당시에 미술대학을 진학하고 가까이 지내던 친구들은 대부분 신학교를 갔다. 그 때 가장 친했던 친구가 지금 영주동산교회 김창진 목사님이다.

고등학교 친구이자 신앙 멘토인 영주동산교회 김창진 목사(우)와 함께
고등학교 친구이자 신앙 멘토인 영주동산교회 김창진 목사(우)와 함께

지금은 신앙생활에 대해서는 친구인 김창진 목사가 나에게는 멘토이다. 고등학교 때 같이 자취를 했는데, 김 목사의 할머니께서 나를 치켜세우며, '해성이 신앙생활 하는 것 본받아서 열심히 좀 하라'고 김창진 목사를 핀잔하셨는데 당시 김창진 목사가 ”불같이 일어난 신앙은 불같이 식기 쉽다“라고 항변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정말로 대학을 진학한 이후 나는 20년간 신앙생활을 하지 않고 하나님을 멀리하는 삶을 살았다가 탕자처럼 다시 돌아왔다. 그래서 지금도 친구인 김창진 목사를 신앙멘토로 삼고 수시로 상담을 많이 하는 편이다.

Q. 특별히 좋아하는 성경 구절이 있는가?
섬기고 있는 신광교회가 강가에 위치하고 있어서인지, 시편 23편을 가장 좋아한다. 쉴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는 주님께서 우리 인생을 코로나 와중에도 은혜롭게 인도하실 것이라 확신한다. 모두가 어렵지만 여호와가 나의 목자이심을 믿고 힘을 냈으면 좋겠다.

ㅣ사역의 시선

Q. 코로나 이후에 유치원 원장의 삶을 조금씩 내려놓고 다른 사역의 모습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성격적인 면에서 달란트를 찾자면 사람들을 잘 사귀고 처음보는 사람들에게도 잘 다가간다는 점이다. 심지어 외국 여행 중에 외국인들과도 쉽게 친해진 적도 다반사다.(그들이 학교를 가지 않고 내 여행 가이드를 자처한 적도 있다) 그래서 대외 활동도 많이 하는 편인데, 영주지역 남선교회 활동을 몇 년 동안 지속해 왔다. 특별히 작년에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영주노회남선교회 방역봉사대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200여 개의 작고 어려운 교회를 돌아보는 일을 한 것이 가장 보람 되고 기억에 남는다. 올해도 어느 정도는 코로나가 계속 될 터인데 아예 간판 걸고 무료방역 봉사대로서 울타리를 넘어 사회에 필요한 곳들이나 저소득 가정을 도우며 하나님 사랑을 알리는 사역을 했으면 하는 소망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코로나가 끝나면 마스크를 벗고 후진국 오지에 장기간 여행을 다녀올 계획도 하고 있다. 그리고 돌아오면 지금의 유치원은 앞으로 2~3년 내에 아이들 대상의 유치원을 마무리하고 고령층 대상의 노인유치원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기도하며 조금씩 준비하려고 한다. 이제는 아이가 아닌 부모를 보내놓고 걱정 하지 않게 만드는 시대를 만드는 것이 이 지역에서의 남은 사명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초대작가(1대)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미술협회 영주지부 전시회에 출품한 작품
초대작가(1대)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미술협회 영주지부 전시회에 출품한 작품

ㅣ세상의 시선

Q. 장로님 삶의 남은 연장전을 잘 준비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역시 끝나는 시간이 언젠가 올 텐데, 그리스도인 이라면 어떤 삶을 준비해야 한다고 보시는가?

- 지금은 혼돈의 세상이라는 생각이 우선 든다. 인간이 죄가 많아 하나님이 노하셨나라는 생각까지 들 만큼 일상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는 요즘인 것 같다. 갈수록 끈끈한 정도 사라지고 교회도 일할 사람이 없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코로나가 끝나면 교회는 다시 생동감 있게 움직여야 한다. 모든 그리스도인이 교회 일을 단순히 봉사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은혜로 부어주신 에너지로 당연히 감당해야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만약 내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딱 하나 ‘목회자와 성도의 생각’을 바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진짜 신앙생활은 나의 유익이 아닌 개개인 모두가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일할 때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바탕에는 정직과 겸손이 필요하다. 젊은 사람들이 정직과 겸손의 미덕을 깨닫고 신앙생활에 잘 접목해 교회가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아 갔으면 좋겠다.

그 동안 코로나로 보지 못했던 유치원생들에게 성탄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그 동안 코로나로 보지 못했던 유치원생들에게 성탄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김해성 장로는 인터뷰 말미에 유치원생들에게 코로나로 인해 그 나이, 그 시기에 맞는 적기교육이라는 게 있는데, 나름 노력 했지만 충분히 해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고 고백했다. 코로나로 인해 예배를 드리지 못하면서 모든 이의 신앙이 정체되기 쉬운 요즘이다. 하지만 혼돈의 시간은 끝나고 회복의 시간이 언젠가는 올 것이다.

변화된 세상을 맞이하며 사역의 방식을 점검하고 응축된 에너지를 복음 전파에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오늘부터 지혜를 모아야겠다.

저작권자 © 투데이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