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그 많은 사람들 가운데 나처럼 무재주가 재주인 사람이 또 있으랴. 나는 도무지잘할수 있는 것이라곤 별로 없는 사람이다. 굳이 재주 하나를 든다면 목소리가 크다는 것 외에는 없다. 거기에 내 약력은 또 어떻고…….

사람들이 보기에는 초라해 보이는 내 약력, 이러함에도 행복을 노 래할 수밖에 없는 내 자신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본다.

하나. 6.25란 민족적 비극의 해에 가난한 집에서 축복 받지 못하고 열 번째로 태어난 아이

둘. 문교부 최종학력 중졸

셋. 줄반장은 고사하고 개근상 한번 못 받아 본 대책 없던 아이

넷. 어려서 어머니의 편애로 인한 내적 상처로 성인아이를 헤어나지 못한 자

다섯. 자학할 정도로 자신을 짓밟고 무시했던 자 여섯. 사람들의 시선을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했던 자

일곱. 예수님 만나기 전엔 쌀밥이나 실컷 먹는 것이 꿈이었던 자 여덟. 남 앞에선 착한 아이였지만 속에는 온갖 사악함과 추함으로 가득했던 자

아홉. 목회자로 결단하고는 시골교회 삼십 명 목회밖에 할 수 없다 고 생각했던 자

열. 십팔 년 어간을 오십 평 예배당에서 장 유년 삼백 명으로 만족 해야 했던 목회자

이것이 십삼 년 전, 내 인생 사십 칠년 이력의 전부다. 아마도 과거 에 나를 아는 분들의 판단대로라면 나의 인생은 여기서 막을 내려야 했다. 그만큼 나는 누구한테서도 특별한 인정을 받지 못했던 사람이 다. 단 하나,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착하다는 소리를 들었다는 것 을 제외하고는…….

이제 내 안에 흐른다는‘사랑의 시냇물 소리’이후에 이력이 어떻 게 달라졌는지 소개해 본다.

첫 번째 이력서에서 나를 그대로 보여주었기에 두 번째 이력서가 전혀 자랑일 수 없다는 것은 독자들이 이해하리라 믿는다. 도무지 내 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모든 것이 나와 사랑을 노래한 그 분의 은혜이다. 그 분의 시냇물에서 쏟아져 나온 선물들이다. 나는 언제라도‘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 했던 바울의 고백을 동 일하게 드릴 수 있다.

하나. 목회가 쉽고, 가볍고, 재미있다고 날마다 외치는 목회자

둘. 주님과의 사랑 놀음에 하루하루가 구름을 타는 듯 행복한 목회자 셋. 주님이 주시는 축복의 강물에서 주신 복, 주실 복을 인해 춤추며 노래하는 목회자

넷. 세계 속의 목회를 꿈꾸며 쉰일곱에 영어를 시작해 영어설교에 도전하는 비전의 목회자

다섯. 주님이 보내시는 은혜의 파도를 타고 즐기는 목회자

여섯. 늦은 나이에 검정고시 후 사이버로 국문학을 공부하는 문학도 일곱. 8200여 평의 성전대지 위에 아름답게 세워진 예배당

여덟. 수천 명의 성도들과 자유를 만끽하며 목회를 놀이마당으로 즐기는 목회자

아홉. 현재보다 은퇴 후가 더 풍성하고 충만할 것을 날마다 선포하 는 목회자

열. 주님 앞에 서는 날 영광의 면류관을 사모하며 소망 가득 영혼의 때를 준비하는 목회자

본래 대단한 사람들, 될성부른 떡잎이었다면 위의 이력이 별것 아 닐 수 있다. 하지만 내 경우는 전혀 다르다. 너무나도 초라한 내 이력 보다 더 비참한 것은 숨겨진 내 속사람의 이력서다. 처참하리만큼 부 서지고 짓밟혔던 지난 날 나의 참 모습은 차차 드러내 보일 것이다. 과거의 나, 사랑하는 내 님을 알기 전까지 비참했던 내 모습을 나는 안다. 그리도 좋은 주님을 만나고서도 님의 시선으로 나를 보기 전까 지 얼마나 대책 없는 삶을 살았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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