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사진
결혼식 사진

며칠전 21일에는 우리가 결혼한지 46주년이었습니다. 마침 우리가 사는 울산에서 경기도 고양에 있는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로 올라갈 일이 있어서 2박 3일로 46주년 기념 여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학교에 도착했더니 이미 게스트룸에 식당에서 봉사하는 집사님께서 여러 가지 과일이며 빵 종류를 준비해 두었기에, 우리가 준비해서 가지고 간 것을 펼칠 필요조차 없어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날은 결혼 46주년이란 특별한 날인데 아무래도 저녁 식사는 외식을 하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아서, 식당검색을 했고 이태리 음식을 파는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어두움은 깔리고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습니다. 휴대폰의 길찾기 기능을 켜고 따라서 걸었지만 초보자에게는 무리여서, 결국 건널목에 자리한 약국에서 묻고, 파출소에서도 또 물어서 마침내 도착하여  식사를 했습니다. 온,오프라인을 다 동원했으니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가동한 셈입니다.^^

비오는 어두운 밤길을 걷다보니 옛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부곡하와이가 유명해지기 전에, 아직도 창녕부곡으로만 통하던 시절에, 거기로 신혼여행을 갔던 그 저녁이 떠올랐습니다. 대구에서 직행으로 창녕까지 와서, 이미 어두워진 시간에 일반완행버스를 타고 가다가, 아무래도 잘못 가는 것 같아서, 어두운 시골길에서 내려, 다른 버스를 기다리며, 서툰 신혼여행을 하던 그 날 밤이 떠올랐습니다. 비록 신혼여행길을 찾는데는 서툴었지만, 그래도 농촌교회 조사(助事, 요샛말로 전도사) 마음속에 신앙의 불빛은 살아있었습니다. 그 때 신부에게 말한 적은 없었지만 “아브람아 두려워하지 말라 나는 네 방패요 너의 지극히 큰 상급이니라”(창 15:1)는 구절을 떠올리며, ‘내가 그녀의 큰 상급이 되리라’고 마음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상급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대학2학년 때 C.C.C.를 통해서 주님을 처음 만난 아내는, 학교를 졸업하고, 합천 초계중학교 쌍책분교로 첫 발령을 받았습니다. 산을 하나 넘고 뱃사공을 불러 강을 하나 건너, 발령받은 학교에 도착해서 숙직실에서 기다리며, 핸드백 속의 작은 기드온 성경을 펼쳤는데, 그 때 눈에 들어온 구절입니다. 교회도 성도도 없는 곳에 첫 발을 디딘 그녀를 위해 “참새 두 마리가 한 앗사리온에 팔리지 않느냐 그러나 너희 아버지께서 허락하지 아니하시면 그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아니하리라. . .누구든지 사람 앞에서 나를 시인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그를 시인할 것이요”(마 10:29, 32)라는 말씀으로 위로했고, 그해 새로 시작하는 중학교 분교에서 교사의 일을 시작했습니다. 

어느날 동네 꼬마들이 처음 나타난 ‘중학교 여선생님’의 자취방을 기웃거리며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들을 불러들여서 주일학교도 다닌 적이 없고,  C.C.C.에서 배운 것은 사영리와 텐스텝이 전부였던 사람이, 일주일에 두 번씩 그 아이들과 주일학교를 자연스럽게 시작했고, 주 2회 방과 후에 학교 교실에서 제자들인 중학교 1학년 관심자들과 성경공부도 시작되었습니다.  또한 그즈음 이웃 마을에서 이 소식을 전해들은 한 자매의 쪽지편지가 동생을 통해 전달되었습니다. 어릴 적에 강건너 교회를 다닌 적이 있었지만 그 교회당이 불타 없어진 후로는 신앙생활을 못했는데, 선생님께서 저녁에 우리 동네에 오셔서 성경을 가르쳐주면 좋겠다는 부탁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이웃마을 처녀들의 모임도 주 2회를 가다보니, 오후 5시 교사로서 일과가 끝나면, “마치 아침 잠을 깬 것 같은 새로운 힘으로” 주중 엿새 복음을 전하는 전도인의 사역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젊은 신학생들과 간호학교 학생들이 어느해 겨울에는 그 동네로 겨울성경학교를 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오전에는 초등학생을 위주로 성경학교를, 오후에는 동네로 흩어져서 저녁 전도집회에 초대를 하며 축호전도를 하였고, 저녁에는 전도집회를 했습니다. 2년 후 새로운 임지로 발령을 받았을 때는, 이미 그 마을에 새로운 교회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렇게 열심으로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6번의 사역을 하다가, 저와 결혼을 하게 되었으니, 그 사연을 아는 나로서는 그녀의 헌신을 위해서 뭔가 보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내가 그녀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상급이 되리라고 생각했으니, 자뻑 기질은 그 때부터 제게 굼틀거리고 있었나 봅니다. 하지만 46년의 세월이 흐르고 보니 그녀야말로 제게 주신 하나님의 큰 선물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선물이 된다면 결혼은 하늘 아버지의 뜻을 이루는 길이라고 고백하고 싶습니다.

지난 여름날 찍은 가족사진
지난 여름날 찍은 가족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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