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쯤 전인가 봅니다. 산책을 나서려고 데크 계단을 내려가는 순간, 우리집 주차장 곁에 있는 느릅나무에 새로운 변화가 있는 것을 감지했습니다. 까치가 거기에 집을 짓기 시작한 것을 발견하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그날부터 느릅나무를 옆을 지나 산책을 갈 때마다, 그 나무를 바라보며 까치집을 살피는 것은 새로운 습관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눈에 보이는 변화가 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좀 해보니, 본래 까치는 암수가 함께 둥지를 짓는데  둥지를 짓는 기간은 매우 길어 초봄까지 이어진다고 합니다. 

그것을 모르고 어떤 날은 까치가 보이지도 않고, 공사진척도 확인되지 않을 때, 오늘은 날씨가 추워서 아니면 바람이 너무 불어서 공사가 중단 되었나보다라고 염려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오해를 하는 것은 까치의 생태는 모르고 사람들의 생태만 기억하고 비교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까치와 사람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새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수천 년 동안 도면 하나없이 까치는 집을 지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지자체에 가서 건축허가를 받을 필요도 없습니다. 그래서 집마다 규격이 같지도 않고 모양도 같지는 않지만 아무도 그것을 시비하지도 않습니다. 다른 인부를 사용하지도 않고 자기 새끼를 위해서 부부가 마음맞춰 집을 짓는 복을 누립니다.  

그리고 기초공사도 예전과는 다르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정자나무나 벚나무나 혹은 버드나뭇 가지의 높은 곳에 둥지를 틀었고, 심지어는 소나무와 전나무 등 침엽수의 나뭇가지에 둥지를 트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즈음은  때로는 전봇대나 송전탑의 철재를 이용하는 까치들도 등장하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가 있습니다. 집을 짓는 건축 재료는 전통적으로는 나뭇가지를 물어와서 집을 지었지만 요즘은 눈에 띠는 데로 급하면 사용하나 봅니다. 그래서 철사나 전선이나 플라스틱도 사양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하긴 까치는 약 6살 아이 정도의 지능이 있고, 까치는 포유류 이외의 종에서, 최초로 거울을 인식하는 능력을 가졌다니 머리를 좀 쓰나 봅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방식은 몸을 날려서 둥지에 쓸 나뭇가지를 부러뜨리거나 부리를 이용하여 직접 채취하는데, 때로는 다른 까지의 둥지에서 훔쳐다 쓰기도 한다니, 말세의 나쁜 영향은 사람들만 아니라 자연계에도 미치고 있나봅니다. 우리 집 느릅나무에도 각각 다른 가지 두 곳에 둥지의 기초공사를 시작했는데, 하루 아침에는 보니까 한 곳이 깨끗이 치워졌고, 대신 다른 집은 공사가 더 진척이 되었기에 합의해서 한 채를 짓기로 했나 했더니, 아무래도 훔쳐서 지었을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느릅나무 가지의 까치집 완공을 보기도 전에, 우리가 먼저 설 지나면 다음 사역을 위해 경기도 고양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틀어야 합니다. 그래서 까치가 암컷이 알을 품고 있는 동안 수컷은 암컷에게 먹이를 날라다 주는 다정한 장면을 바라보는 꿈을 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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