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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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교회 당회에서 추수감사절에 찰떡 할까 시루떡 할까로 2시간 회의를 했답니다. 그 얘길 들은 어느 장로님은 자기 당회에서는 밥할까 국수할까로 네 시간 토론했다면서 한숨을 쉬었습니다. 저는 그거 거짓말 아니냐면서 기네스북 등재감이라고 혀를 찼습니다. 여러 해가 지나서 그 장로님을 다시 만났습니다. 저는 너무 힘들다면서 제 목회 스트레스에 대해 실컷 하소연 했습니다. 그 장로님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목사님이 문젭니다! 그게 뭐가 힘듭니까? 목사님은 지금 호강에 겨워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그러면서 또 자기 교회 당회 이야기를 했습니다. 교회의 부흥을 위해 심기일전하자, 전교인 여름수양회를 하자고 당회가 결정을 했답니다. 장소는 강원도 어디로 하자, 전 교인이 티셔츠를 맞춰 입기로 하자고 마음을 모았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그 다음이 문제였습니다. 무슨 색깔 티셔츠로 할 건가로 갑론을박하게 되었습니다. 노란 색은 무슨 의미, 파란 색은 무슨 의미.. 이런 식의 토론이 6시간이 되더랍니다. 기록갱신! 제 문제는 순식간에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제가 물었습니다. “아니 장로님은 뭐했습니까? 한 마디 하시지요.” “일단 발동 걸리면 어떤 말도 안 통합니다.” “와~ 그 시간에 합심기도를 했더라면 엄청난 역사가 일어났을 텐데..” 마지막 저의 한 마디는 신령하긴 한데 현실성은 없었습니다. 

미국 어느 한인교회 장로님이 피아노 한 대를 바쳤습니다. 장로님은 그 피아노를 강단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예배 시간이면 뿌듯한 마음으로 피아노를 바라보았습니다. 그 교회에는 장로님이 한 분 더 있었습니다. 그분은 피아노가 강단 위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 주일 아침이면 어느 장로님이 먼저 오느냐에 따라 피아노는 강단 위로 올라갔다 아래로 내려갔다를 반복했습니다. 애꿎은 청년들만 피아노 옮기느라 힘을 빼야 했습니다. 결국 장로님 한 분이 교회를 떠났습니다. 5년쯤 지나서 두 장로님이 슈퍼에서 우연히 만나 어색한 인사를 나누었답니다. 지나고 보면 별 것 아닌데 죽자하고 싸웠던가 싶었을 겁니다. 

어느 교회에서 꼭 장로가 될 거라고 예상했던 분이 떨어졌습니다. 그분보다 나이도 아래고 그 교회 오신 지도 얼마 되지 않은 분이 장로로 선출되었습니다. 그분은 자존심이 많이 상했습니다. 교회 출석도 하지 않고 1년 동안 주일이면 성경 찬송 끼고 산으로 들로 다녔습니다. 나중에 돌아와서 장로가 되고 은퇴도 했습니다. 그 장로님을 만날 때마다 옛날 역사가 겹쳐보이곤 했습니다. 지나고 보면 별 것 아닌데 그런 극단적인 반응을 보였으니 두고두고 창피했을 것 같습니다. 

교회 부임해서 죽고 사는 문제 아니면 넘어가자는 구호를 많이 외쳤습니다. 그랬더니 가끔 성도들이 제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하곤 했습니다. 목사님, 그 문제로 정말 화가 많이 났는데 제가 양보하기로 했습니다. 목사님이 죽고 사는 문제 아니면 넘어가라 해서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부부 싸움하는 교인을 본 적이 없습니다. 더 많은 헌신을 하게해달라고 소리치는 제직회원도 본 적이 없습니다. 예수님처럼 더 낮아지겠다고 토론하는 당회원도 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사소한 것을 목숨 걸린 문제나 되는 것처럼 싸웁니다. 부끄럽지만 저도 회의하다 사소한 문제를 죽고 사는 문제처럼 고집피우기도 했습니다. 제가 그 구호 덕을 많이 봤으니 다른 사람도 덕 좀 보게 해야겠습니다. 지나고 보면 별 것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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