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함께 라이딩을 즐겼던 팀들이, 제가 경기도 고양으로 올라간다고, 설 바로 앞날, 고별 라이딩으로 제가 태어난 남해 고향 마을과 부모님 산소가 있는 하동까지 다녀왔습니다. 그걸 어떻게 아셨는지,  “목사님, 오늘 남해로 고별 라운딩 가셨네요. 안라, 즐라하고 오세요.^^”라고 카톡으로 장로님 한 분이 인사를 해 왔습니다. 사실 고향으로 고별 라이딩 일정이 잡힌 것은 한 통의 전화 때문이었습니다. 명절선물을 택배로 보내려고 했는데 더 이상 받아주지 않으니, 하동으로 왔다가 가라는 전갈입니다. 이사를 꼭 일주일 남겨놓고 우리는 거의 전쟁하듯 매일 매일 이사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어른의 부탁이니 거절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아내는 도무지 불가능하니, 혼자 다녀오라고 하는데, 왕복 5시간 운전을 혼자서 한다고 생각하니 엄두가 나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기도했습니다. 우리 하나님은 없는 길을 내시는 분이심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날 저녁 7시 18분에 “하동 왔다 가라”는 연락을 받았고, 길을 보여달라는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30분 남짓한 7시 55분에 라이딩 멤버로부터 카톡이 왔습니다. “장로님께서 설 명절에 날 한 번 잡아보자 하시던데, 목사님 시간되실 때 제안 문자 한 번 올려주세요”  그래서 바로 단톡에 올렸습니다. “ 장로님, 11일 설날연휴나, 12일 설날 당일이나 13일 토요일 저는 아무 날이나 좋습니다. 하루 잡아주십시오~~ 고별 라이딩입니다^^” 그랬더니 토요일 아침에사 톡이 왔습니다. “애고  일찍 잠들어서 확인 못했습니다. 고별 라이딩이라고 하시니 기분이 이상하네요ㅋㅋ” “목사님께서 혹시 가시고 싶은데 있으시면 이야기해주세요 (저는) 11일날 목요일이 좋겠습니다. 시간은 아침부터하면 어떤지요?” “감사합니다. 아침 일찍부터!!” 

그래서 명절 연휴 첫날 11일 아침 6시 반에 출발했고, 하동 노량 갈릴리교회에 도착해서, 자전거로 <남해대교>를 건너서 오른편으로 길을 잡았는데, 가다가 보니 길을 헤메기도 하고, 처음 목적지인 대국산성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안될 것으로 판단되어, 왼편으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충열사를 지나 왕지마을 해변길로 달렸습니다. 날씨가 따뜻할 것을 예상했는데 바닷가 맞바람은 그렇게 친절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네 사람이 함께 라이딩을 하는 것은 나름 즐거웠습니다. <안라, 즐라>! 즐겁게 달리는 중이니 안전한 라이딩을 도모해야 합니다. 계속 해변길을 안전하게 달려서 제가 태어난 마을 옥동 앞바다까지 도착했습니다. 남해의 해변은 구비구비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고, 섬들은 수반에 놓인 작은 돌처럼 아름다웠습니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에 자전거 한 대의 뒷바퀴에 문제가 생겨서 결국 오후 라이딩은 포기해야 했습니다. 

남해대교
남해대교

하동까지 호출했던 아저씨는 맛있는 점심을 준비해 놓고 “정 목사, 네가 기도해라”고 하니 같이 간 장로님이 속으로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저와 함께 지내는 25년 동안, 제게 그렇게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나저나 맛있게 점심을 먹고 나니 거부할 수 없이 생각나는 게 있었습니다. 괜찮은 커피를 마시고 싶은 생각이 솟구친 것입니다. 마침내, 하동에서 갈만한 곳, <양탕국 커피문화 마을>을 기억해내었습니다. 카톡을 보냈지만, 바로 응답이 없어서 전화를 했습니다. “하동 왔습니다, 대표님” “그럼 오셔서 커피 하셔야죠~” 내 마음을 잘 아셨습니다. 아주 오랫만에 만난 덕분인지 대표님이 우릴 대접해 주셨습니다. 같이 갔던 팀장 서 장로님은, 소문으로만 듣던, 그곳을 처음 방문해서 아주 기뻐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부인 권사님이 오늘 하동으로 간다니 <양탕국>을 갈지 모른다고 예언을 했답니다. 자전거의 문제로 인해서, 오후 라이딩이 취소됨으로, 그 예언은 놀랍게 성취되어서, 양탕국의 트레이드 마크인 막사발 커피+커피와인+아보카토 등 코스 커피를 맛보는 좋은 시간을 가져서 감사했습니다. 

하동 양탕국 커피문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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