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아들로 태어났다지만 온 집안의 마음을 빼앗은 형님의 그 늘에서 나는 늘 찬밥이었다. 분명 아들인데 딸처럼 취급 받으며 자라 났다. 가족들의 편애에 어린 마음이 얼마나 상했던지 일곱 살이 되기 전까지 나는 아주 난폭한 아이였다.

나도 어렴풋이 그 때를 기억하고 있다. 나는 걸핏하면 낫이든, 호미든, 칼이든 내가 휘두를만한 무기를 들고 앙탈을 부렸다. 나도 아들로 서, 막내로서 사랑을 받기 원했다. 나의 애절한 소망과는 상관없이 어 머니를 비롯한 모든 가족들의 사랑과 관심은 온통 형에게 쏠려진 채 방향전환을 몰랐다. 어린 나이였지만 내 딴에 편애에 대한 불만과 사 랑의 갈구를 폭력(?)으로 표출시켰던 것 같다.

할머님은 어린 나는 안중에도 없으셨다. 간혹 어디를 가도 다 큰 형 은 업으셨고, 나는 힘겹게 그 뒤를 따라 종종 걸음을 쳐야 했다. 형은 다 커서도 할머님 등을 떠날 줄 몰랐다.

그런 집안의 분위기에 어린 나의 마음에 아픔이 컸었나보다. 사랑을 받기 원했던 나는 가족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튀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가족들은 내 존재에 관심이 없었다. 형의 일거수일투족 이 가족들의 낙이었고 행복의 원천이었다. 나는 혼자서 흙을 먹으며 걸레를 빨고 놀 때 형은 할머님 등에 업혀 나들이를 다니고 있었다.

가족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도발적인 행동이 도에 지나쳤던지, 어 머님께서 나를 사람 만들기 작전에 들어가셨다.

내가 일곱 살이 되어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들어가야 할 나이였다. 어머님은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매를 한 움큼 준비하신 후, 나를 발 가벗겨 놓고 사정없이 채찍을 가하셨다. 이유는 하나, 못된 행동을 하 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살면 사람 노릇 할 수 없다는 거였다. 나 는 내가 잘못 한 것보다는 내가 왜 그리하는지를 몰라주는 어머님이 미웠다. 어린 마음에 조리 있게 설명을 할 수도 없었던 나는 매를 맞 으면서도 좀처럼 항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소리를 지르며 어머님께 반항하며 달려들었다.

“사람 살려요! 아이쿠, 이 ㅇ이 사람 죽이네!”

사람다운 사람 만들겠다고 매를 드신 어머님과 일곱 살 어린 나의 기 싸움은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나는 소리소리 지르며 어머님께 욕 을 하고 달려들면서 무언의 눈빛으로 어머님께 이렇게 하소연하고 있 었다.

엄니, 내게도 사랑을 좀 나누어 줘 봐! 내게도 형에게처럼 사랑을 주었더라면 내가 왜 이리 하겠어? 왜 엄니와 가족들은 형만 사랑해. 나도 사랑받기 원해. 나도 엄니께 사랑받으면 이렇게 난폭하지 않았 을 거야!’

하지만 어린 내가 그러한 것들을 표현할 길은 없었다. 나는 매를 맞 으면서도 속으로 억울했다.

“지가 이렇게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나를 때려?”

나는 발악을 하면서 어머님께 달려들었고, 어머님 역시 포기할 수 없으셨다. 어려서부터 내가할수 있는 것은 소리 지르는 것 하나뿐 인지라,‘사람 살리라’는 내 소리가 얼마나 대단했던지 동네 사랑방 에 있던 어른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나는 더욱 소리를 질렀고 어머님의 매도 더욱 강도가 높아갔다. 문 은 잠겼고, 문 밖에서 마을 아줌니들의 외치는 소리가 귓가를 맴돌고 있었다.

“아니구, 성님! 문 좀 열어 봐유. 이러다 애 죽이겠네. 이게 웬 날리 랴. 성님, 그만하고 문 좀 열어유.”

응원군들의 소리에 나는 마지막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면서 어머님 께 대들었다. 어린 나이에도 이쯤해서 어머님이 포기할 것 같았다. 그 러나 딸을 여덟이나 낳으시면서도 할머님의 사랑을 독차지 하셨을 만 큼 자기 관리가 철저하셨던 우리 어머님은 보통 분이 아니셨다. 그 분 은 무엇이든 한 번 한다면 하는 성미셨다. 버릇 고치겠다고 모처럼 결 단한 것을 이웃집 아줌니들 때문에 절대 포기하실 분이 아니셨다.

아무리 객기를 부린다 해도 겨우 일곱 살의 아이였다. 어머님을 대 항하기에는 너무 어렸고, 매를 이기기에는 너무 약했다. 문을 흔들어 대면서 성님을 불러대는 아줌니들의 소리가 점점 희미해지면서 나는 기절 직전에 가서야 어머님께 항복하고 말았다.

“엄니, 내 잘못했어! 한 번만 살려 줘. 다시는 안 그럴게!”

나는 어머니 앞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 순간의 아픔이 내 인생에 어 떻게 작용할지 알지도 못한 채 어린 내 자아는 가련하고 비참하게 죽 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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