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간 정미소를 운영하며 반전의 응답 주신 하나님 체험
인생에 내린 비와 강한 햇살은 지금 내 인생을 만든 자양분

고난의 삶을 거쳐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삶이 목표

7월 늦은 장마에 접어 든 시기에 경북 예천을 찾았다. 예천은 옛 부터 풍수해가 적은 지역이라, 비가 내리고 나면 강한 햇살을 쬔 벼들 대부분이 알곡을 풍성하게 맺는다. 그곳에서 정미소를 운영하는 예천 화지교회 나인식 장로의 인생도 이에 비견할만하다. 나 장로의 인생에 내린 비와 강한 햇살은 지금의 나 장로의 인생을 만든 자양분이다. 그리스도 은혜라는 알곡이 충만한 삶, 예천 화지교회 나인식 장로의 인생이야기를 통해 하나님의 이끄시는 삶, 고난이 빚어낸 축복을 만나보고자 한다.

수매한 벼와 도정된 쌀들이 비축되어 있는 화지정미소 미곡창고 앞에서
수매한 벼와 도정된 쌀들이 비축되어 있는 화지정미소 미곡창고 앞에서

ㅣ삶의 시선

기적같은 상황, 생명 지켜주신 하나님 경험
풍산교회 김영석 장로 가장 기억 나 , 잠언 24장 13~14절 말씀에 큰 위로
외지인으로 화지에 정착해 정미소 운영하며 교회 기둥으로 섬기는 삶

Q. 장로님의 인생은 어떤 드라마 장르인가요?
미스터리 드라마가 아닐까? 지금 생각해 보면 하나님이 나를 선택하신 것 같다. 인생이 망가질 뻔한 수많은 상황이 여러 번 있었지만 이해할 수 없었던 건지심을 통해 하나님이 지금까지 내 생명을 살려두셨다. 감사한 마음 뿐이다.

Q. 삶의 굴곡 중에 가장 행복했을 때와 힘들었을 때는 어떤 순간이었나요?
나는 미신믿던 가정의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아내를 통해 예수 믿는다고 각서를 쓰고 결혼을 했다. 그렇게 주님에게 처음으로 선택 당한 인생이 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예수를 믿었다고 인생이 금방 펴지고 순탄하지는 않았다. 결혼을 하고 일하던 정미소에서 사고가 있었는데, 발이 기계에 빨려 들어갔다. 당연히 모두가 내가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구두가 절반으로 쪼개질 만큼 큰 사고였지만 내 발은 멀쩡했다. 또 한번은 오토바이를 타고가다 큰 트럭에 부딪혔다. 쓰러진 채 도망 가던 차량 기사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나를 살려달라, 당신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말하니, 안동 성소병원으로 나를 데려다 놓고 당시 돈 10만원을 쥐어준 채 자취를 감췄다. 수술을 마치고 눈을 뜨니, 담당의사가 말하길 평생 일을 못하고 불구로 살아야 된다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했다. 처가에서 요양을 했는데 아내는 젊은 나이에 내가 불구가 되니 급기야 이혼하자는 말까지 하게 됐다. 그런데 장모님이 부엌에서 칼을 들고 나와 아내에게 나를 다시 따라가라고 했다. 아내는 장모님의 성화에 할수 없이 나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나도 어떻게든 살아야 된다는 생각에 근처 벽돌공장에서 죽을 힘을 다해 남들보다 몇 배로 일을 했고, 사고로 불구가 된다는 소식을 듣고 나를 해고 했던 정미소의 사장까지 다시 날 찾아와 정미소로 돌아가자는 제안까지 받게 됐다. 이후에도 기차에 치일뻔한 사고까지 2~3번의 생사를 넘나드는 사고를 더 겪었지만 하나님이 나를 건져주셨다.

인생의 고난을 함께 견뎌 준 아내 김순혜 장로를 배필로 맞이하던 순간
인생의 고난을 함께 견뎌 준 아내 김순혜 장로를 배필로 맞이하던 순간

Q. 하나님의 첫사랑을 경험한 순간은?
풍산읍에 있는 정미소에서 약 11년간 직공으로 일을 했다. 당시에 알고 지내던 분 중 풍산교회 김영석 장로님이라는 분에게 큰 신세를 졌다. 그분의 도움이 내겐 한 줄기 빛이었다. 근근이 끼니만 해결하고 있던 나에게 기거할 수 있는 공간과 소 먹일 수 있는 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해 주셨고 자기 가족처럼 여기며 나를 돌봐주셨다. 타지에서 부모 역할을 해주신 거다. 하나님의 사랑은 하나님의 사람을 통해 전달된다고 생각한다. 일을 하면서 쉬는 공간에서 처음으로 성경을 읽기 시작했다. 당시 잠언 24장 13~14절 말씀에 큰 은혜를 받았다. 지금도 평생을 묵상하는 말씀이고 나에게는 하나님의 첫 사랑을 경험케 해준 말씀이다.

Q. 당신의 삶을 공유하는 홈그라운드는?
섬기고 있는 화지교회와 일터인 화지정미소다. 교회에 장로가 2명이 있는데, 나와 내 아내다. 지금은 교단 법으로 없어진 소위 부부장로다. 섬기는 교회를 돌보느라 사랑을 많이 못 준것 같아 늘 자녀들 보기가 미안하다. 이곳 화지는 윤씨 집성촌인데, 외지인으로 이 곳에 들어와 적응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정미소를 운영하며 하나님의 놀라운 축복을 많이 경험했다.

정미 기계 앞에서 도정된 쌀을 확인하고 있는 나인식 장로
정미 기계 앞에서 도정된 쌀을 확인하고 있는 나인식 장로
화지교회 근처에 심긴 벼들이 만들어 낸 초록풍경이 싱그럽다.
화지교회 근처에 심긴 벼들이 만들어 낸 초록풍경이 싱그럽다.

ㅣ사역의 시선

정미소 인수하다 사기 당하고 텃세에 밥 굶는 상황 다시 겪기도
지난 35년간 하나님의 위로와 놀라운 경험으로 정미소 운영
한 숨만 내쉬어도 해결하시는 하나님 의지하는 삶

Q. 일을 하면서 감동적이거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해달라
젊어서 정미소 일을 하면서 새벽 3시에 일어나 소도 몇 마리 키우며 정말 앞만 보며 달려갔다. 그러던 중 87년 경 30대 초반에 독립하려고 하니, 정미소 사장이 나씨는 어디 가든지 성공할 사람이라며 독립을 시켜줬다. 형님과 같이 정미소를 하나 직접 운영해야겠다는 생각에 이곳 저곳을 알아보던 중 화지면을 지나는데 당시 막 건축한 화지교회가 동네입구에 자리잡고 있어서인지 내 눈에 동네(화지면)가 너무 아름답게 보였다. 그래서 잘 알아보지도 않고 그 마을에 있던 정미소 하나를 덜컥 인수했는데, 알고보니 인수한 정미소가 빚덩이에 앉아있는 정미소였다. 막상 인수는 했는데 정미소 허가만 내 것이고 정미소 건물과 땅은 금새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 버렸다. 그래서 할수 없이 새로 정미소를 지었는데, 막상 정미소 3개를 살 수 있는 액수의 빚까지 지게 되버렸다. 그런데 더 기막힌 것은 막상 정미소를 열었지만 이 곳(화지면)이 윤씨 집성촌이라 그 쪽 집안 사람이 하는 정미소에만 일거리를 주는 상황을 목격하게 됐다. 정미소를 하는 사람이 아이러니하게 밥 굶는 상황을 맞게 된 거다. 그래서 한숨만 내쉬며 집 앞 밭일로 먹을 것을 마련하면서 찬송가 383장을 불렀는데 얼마나 눈물이 쏟아지던지 그때 성령이 위로해 주셨다. 그러던 와중에 하나님이 준비하시고 응답하셨다. 우리 정미소에 나락이 20포대 밖에 없다는 소식이 소문이 되어 지역에 퍼졌다. 조금씩 일거리가 늘어나더니 가을을 지나 봄이 됐을 때는 창고에 쌓을 수 없을 정도로 정미소 창고에 나락이 넘쳐났다. 그러던 중 집성촌 사람들의 나락을 도맡아 했던 인근 정미소 사장 윤주식 씨가 갑자기 전화를 해 나보고 본인의 정미소를 사라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했다. 당연히 돈이 없기에 나는 안산다는 생각으로 말을 했는데 내입에서는 사겠다는 말을 전화 상으로 하고 있는 것 아닌가? 도저히 생각과 말이 달라 적잖이 당황했지만 얼떨결에 약속을 잡고 섬기던 화지교회 황병오 전도사님을 모시고 계약을 하러 갔다. 이후 정미소를 통해 몇차례 거래가 오고가는 가운데 내가 가지고 있던 빚을 다 갚게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기도 했다.

젊은시절 나인식 장로가 경운기에 수확된 나락을 정미창고로 실어나르고 있다.
젊은시절 나인식 장로가 경운기에 수확된 나락을 정미창고로 실어나르고 있다.

Q. 당신의 달란트는?
상황에 굴하지 않고 어떻게든 버티고 견뎌내는 것이다. 사실 내세울 달란트가 전혀 없다. 하나님은 정말 내가 한숨만 내쉬어도 모든 일을 해결해 주시는 분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 분에게 맡긴다. 한번은 쌀 200포를 돈을 주고 다 샀는데, 하나도 판매가 되지 않은 막막한 상황이 왔다. 그런데 풍양 지역의 한 목사님 요청으로 열심으로 교회 일 하나를 돕고 나니, 걱정하던 쌀 200포가 그 사이에 다 팔린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한 집사님에게 큰 금액을 맡겼다가 다 날린 일이다. 밤에 잠이 안올 지경이었지만 천하보다 귀한 한 영혼 잃을까봐 교회에 성실히 나올 것을 약속받고 그 돈을 다 탕감해줬다. 이미 수십년 전에 벌써 죽었을 수도 있는 인생이지만, 살려주신 하나님 앞에 받은 은혜 때문에 오늘 이 순간까지 버티고 견뎌낼 수 있는 것 같다.

ㅣ생각의 시선

상처 깊은 인생 전부가 '하나님께 영광'이 되길
오늘도 살려주신 것은 '주의 일을 하라'는 뜻

Q. 자서전에 쓰고 싶은 머리말을 남긴다면?
모든 것이 하나님께 영광이라는 말 밖에 쓸 게 없다. 내 인생이 세상적으로 성공적이라 볼 수는 없다. 수많은 육체적 아픔과 재정적 어려움까지... 그러나 그 모든 것을 견뎌 온 내 인생으로 하나님께 영광 돌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Q. 잠들기 전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 있다면 말해달라
오늘 하루 살려주셔서 감사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젊었을 때 다친 어깨 때문에 여전히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 그래서 건강을 달라고 늘 기도를 하게 된다. 어깨에 지금도 선명히 남아있는 수술자국은 내 신앙의 흔적이다. 지금 껏 죽게 내버려 두지 않고 살려주신 것은 주의 일을 하라는 의미라는 것을 매일 상처를 보며 되새긴다.

섬기고 있는 화지교회 앞에서 환한 웃음을 짓고 있는 나인식 장로의 삶은 이제는 열매 맺은 풍성한 알곡과 같다
섬기고 있는 화지교회 앞에서 환한 웃음을 짓고 있는 나인식 장로의 삶은 이제는 열매 맺은 풍성한 알곡과 같다

ㅣ세상의 시선

모든 이가 사도바울의 회심으로 살기 바래

Q. 한가지 원하는 대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사도바울의 회심이 모든 사람의 마음에 있도록 하고 싶다. 육신의 욕심을 내려 놓을 수 있는 것이 나의 꿈이다. 예수 믿는 사람들이 사도바울처럼 목숨을 내놓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

Q. 장로님의 눈에 비친 세상의 모습?
세상이 많이 부패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영주노회에서 아동부 사역도 감당하고 있는데, 가끔 말과 다른 신앙의 모습을 목격할 때도 많다. 겸손함을 담은 기도가 필요한 시기라 본다. 진심을 담아 사역을 감당하고 교회를 섬기는 사람들이 줄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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