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트레또21’ 이옥희 집사
주업은 전도, 커피는 부업
교회는 나의 집, 기도는 나의 삶

억새가 우거진 선암호수공원 산책길을 걷다 보면 어디선가 커피 향이 풍기기 시작한다. 그 향을 따라가다 보면 ‘리스트레또21’이 나타난다. 커피 향을 풍기는 ‘리스트레또21’의 문을 열면 수많은 성경 구절이 손님을 맞이한다. 이곳의 사장인 이옥희 집사(성일침례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깊은 사랑으로 전도에 온 힘을 쏟는다. 커피로 예수님의 향기를 전하는 이옥희 집사를 만나보았다.

커피로 예수님의 향기를 전하는 이옥희 집사
커피로 예수님의 향기를 전하는 이옥희 집사

|삶의 시선

"성경을 읽어보세요. 그 안에 행복해지는 길이 있습니다."
열렬한 불교신자에서 예수님을 전하는 사람으로
욕심을 버리고 사랑을 채우며 행복 찾아

Q. 하나님을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

나는 예수님을 만나 신앙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다. 예수님을 만나기 전의 나는 약 20여 년 동안 불교 신자로 지내왔다. 개인 사정으로 인해 포항에서 울산으로 내려와 사업장을 운영하게 되었고, 이곳에 적응하지 못해 힘든 시기를 겪을 때 ‘카네기 행복론’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그 책 속에는 “40대가 되면 성경을 읽어보세요. 그 안에 행복해지는 길이 있습니다.”라고 적혀있었다. 이 문구를 읽고 난 후, 우연한 기회로 교회를 다니는 손님에게 성경책을 받았고, 손님이 드문 시간대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성경을 읽었다. 성경을 읽어 내려가던 중, “새 계명을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한복음 13:34).”라는 구절을 읽는 순간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고, 그 말씀은 내 마음을 흔들었다. 이 구절을 읽기 전까진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라고 생각하며 공허한 삶을 살아왔지만, 성경을 통해 "내가 너를 사랑한다."라고 위로해주신 하나님으로 인해 내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요한복음 13장 34절을 읽은 후, 온종일 울다가 ‘교회에서 예배를 드려야겠다.’라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사업장 근처에 있는 산돌교회에 방문해 새벽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들었던 위로의 말씀을 시작으로 주께서 나에게 주신 모든 것을 바쳐 복음을 전하기로 다짐했고, 지금은 남편과 성일침례교회를 섬기며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Q. 예수님을 만나기 전과 후, 변화된 부분이 있다면?

내 마음의 변화가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예수님을 만나고 난 후, 행복한 삶을 살게 되었다. 불교와 기독교의 공통점이 있다면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불교는 ‘버리는 것’에만 치중했다. 그래서 불교 신자로 지냈을 땐 마음을 비우기만 했고, 시간이 갈수록 허무함을 느꼈다. 그 허무함과 공허함으로 인해 우울증과 불면증이 심해지기도 했다. 교회에서는 설교를 통해 “욕심을 버리라.”라고 말씀하셨지만 “채워야 한다.”라는 말씀도 함께 덧붙여 주셨다. 채워야 한다는 그것은 사랑이었고, 그 사랑을 채우니 내 마음은 행복으로 가득해졌다.

Q. 삶의 굴곡 중, 가장 행복했을 때와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인가?

리코더 연주 순서를 기다리는 이옥희 집사
리코더 연주 순서를 기다리는 이옥희 집사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기도를 통해 하나님과 처음으로 대화했을 때이다. 예수님을 만나고 난 후 얼마 되지 않아 대금을 연주하시는 박성태 원장님이 내게 재능기부를 해 주셨고, 나는 그분을 통해 리코더를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우연한 기회로 요양원에 주기적으로 방문해 노인 사역을 하게 되었고, 리코더를 연주하며 복음을 전할 때마다 큰 행복감을 느꼈다. 어느 날 연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하나님께 기도하며 “하나님, 행복하시죠?”라고 말을 걸었는데, 하나님께서 내게 “오히려 네가 더 즐거운 거 아니냐?”라고 응답해 주셨던 그 시절이 ‘천국에 가서도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 만큼 너무나 행복했다.

남편과 백년가약을 맺은 이옥희 집사
남편과 백년가약을 맺은 이옥희 집사

가장 힘들었던 때는 이혼을 했던 시기였다. 20대 초반의 나는 명예와 돈을 매우 좋아했다. 그 당시 배우자의 재력만 바라보고 결혼을 한 결과, 빛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 속에 갇히게 되었고 힘들어서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지금은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배우자와 2021년 3월에 재혼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Q. 새로운 인연이 이어지게 된 과정은?

이옥희 집사 부부
이옥희 집사 부부

나는 1년 365일, 새벽 기도회에 참석한다. 여느 때처럼 평범한 일상을 보내며 기도하던 어느 날, 하나님께서 내게 “옥희야, 너의 배필을 보내 줄 테니 배우자 기도를 시작하렴.”이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 말씀에 순종하기로 마음먹었고, 종이에 내가 원하는 배우자상을 구체적으로 작성해 성경책 사이에 끼워두었다. 기도할 때마다 그것을 꺼내며 1년간 기도한 결과, 한 장로님을 통해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되었고 2021년 3월, 우리는 부부가 되었다. 내 남편은 10여 년 전 아내가 혈액암으로 세상을 떠나며 사별했다고 한다. 그분이 시한부가 되었던 당시, 아이들의 새엄마를 위해 많이 기도했다는 사실을 하나님께서 내게 알려주셨고, 그 기도로 인해 내가 남편과 가정을 꾸리게 되었다. 지금은 하나님이 내게 주신 남편과 자녀의 믿음이 더욱더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기도하고 있다.

|사역의 시선

사랑은 ‘기다림’이다
선교 센터를 세우는 것이 최종 목표

리스트레또21 전경
리스트레또21 전경

Q. 사업장을 차릴 때, ‘울산이라는 지역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나는 예수님을 믿지 않을 때 포항에서 울산으로 내려와 정착했다. 한때 울산은 ‘돈이 마르지 않는 공업도시’라는 말이 돌아다녔고, 나는 ‘울산이라면 어떤 동네에 사업장을 차려도 장사가 잘될 것’이라는 아주 단순한 생각으로 이곳에 자리 잡았다. 사업장을 차리기 위해 발품을 팔던 도중 선암호수공원을 방문했다. 그 당시 그곳은 지금처럼 예쁘게 꾸며지지 않았지만, 억새가 피어있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이 동네에서 사업장을 차려야겠다.’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선암동에서 ‘리스트레또21’을 운영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곳에서 사업장을 차리게 하신 것도 하나님의 부르심이었다.

Q. ‘리스트레또 21’에 소개해 달라.

예수님의 사랑을 담은 원두와 더치커피
예수님의 사랑을 담은 원두와 더치커피

‘리스트레또(Ristretto)’는 단시간에 추출한 에스프레소(Espresso)이다. 이탈리아어로 ‘고농축’이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진하지만 매우 부드러운 맛을 낸다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21’은 ‘둘이 하나가 된다.’라는 의미를 담았다. 두 가지 의미를 합치면, ‘그리스도의 향기를 담은 고농축 원액을 통해 하나님과 내가 하나가 된다.’라는 것이다. 이곳의 시작은 나의 생계 수단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예수님을 전하기 위해 이곳을 운영한다. 약 8년 전의 내가 성경 속에서 발견했던 예수님의 사랑과 그 행복을 발견했듯, 믿지 않는 손님들 또한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게 되길 간절히 기도한다. 그리고 그 간절한 마음으로 이곳에 방문하시는 손님에게 마스크, 성경책, 신앙 서적 등 다양한 선교 용품을 전달하며 전도에 힘쓴다.
또, 하나님이 내게 장애인을 섬기란 사명을 주셔서 그들에게 무료로 커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받는 분들의 상황에 맞춰 무료 교육을 진행하며, 수강생들이 내가 자리를 비워도 이곳에서 커피 연습 및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항상 문을 열어놓는다.

리스트레또21에서 나누는 전도 용품
리스트레또21에서 나누는 전도 용품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는 말씀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는 말씀

Q. 장애인에게 무료로 커피를 가르치게 된 계기는?

예수님을 믿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폐증이 있는 한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처음 만났던 당시, 그 친구는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답답한 상황이지만 그 상황에 굴복하지 않고, 이곳에서 3년간 그 친구에게 무료로 커피를 가르쳤다. 그 결과, 그 친구는 사업장의 모든 음료 제조가 가능해졌을 뿐만 아니라 원두 로스팅, 계산 등 나의 도움 없이 가게 운영이 가능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사랑은 기다림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섬김의 자세를 배우게 되었다. 이 일을 계기로 바리스타 무료 교육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옥희 집사가 바리스타 무료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옥희 집사가 바리스타 무료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Q. 장애인들을 교육하며 큰 깨달음을 얻은 사건이 있었다던데?

약 3년 전, 울산의 한 신문에 내 이야기가 실린 적이 있었다. 그 기사를 보고 장애가 있는 여성 두 분이 나를 찾아왔고, 그들을 대상으로 무료 바리스타 교육을 진행했다. 하나님을 통해 느림의 미학을 배운 나는 알게 모르게 교만한 마음을 가졌다. 마태복음 25장 40절의 일부분을 보면,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라고 새겨져 있는데, 나의 교만함을 깨닫기 전엔 장애인을 ‘작은 자’라는 시선으로만 바라보았다. 어느 날, 여느 때처럼 기도하는데 하나님께서 내게 “장애가 있는 이들도, 너도 똑같은 내 자녀란다.”라고 말씀하셨고, 그 순간 나는 ‘내가 그동안 교만했구나.’라는 생각에 회개하게 되었다. 하나님으로부터 큰 깨달음을 얻은 후, 나는 두 장애인을 껴안고 울면서 “죄송합니다. 하나님 앞에선 모든 사람이 작은 자인데, 그동안 제가 큰 실수를 했습니다. 용서해 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두 명의 장애인을 통해 내게 큰 사랑을 전해주셨단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Q. 사역의 최종 목표는?

하나님은 내게 힘든 상황에 부닥친 분, 장애가 있는 분들을 많이 붙여주신다. 이들의 휴식처가 되어주고 그곳에서 하나님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 더 나아가 장애인들이 커피로 자활할 수 있는 선교 센터를 만드는 것이 나의 최종 목표이자 비전이다. 하나님께서 세워 주실 선교 센터에서 활동하는 모든 분이 자유롭게 복음을 전하도록 돕고자 한다. 이들이 전하는 복음을 통해 주님을 알지 못하는 자들이 예수님을 만나고, 하나님께로부터 얻어지는 참 기쁨, 참 소망을 깨닫게 되길 소망한다. 하나님이 이 목표를 꼭 이뤄 주실 것이라 믿고, 항상 기도하고 있다.

|생각의 시선

예수님은 항상 내 안에 계신다
약할 때 강함 되시는 하나님

사전 질문에 대답하는 이옥희 집사
사전 질문에 대답하는 이옥희 집사

Q. 집사님께 교회?

교회를 한 단어로 표현하면 ‘집’이다. 나는 매일매일 교회에 방문해 하나님과 대화하듯이 기도한다. 예수님을 처음 만나고 산돌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할 당시, 목사님께서 내게 전하는 위로를 듣기 위해 새벽 기도회를 참석했다. 신앙생활 초반, 나는 기도할 때 절에서 기도하던 것처럼 “하나님, 제가 없어도 자식들이 잘되게 해 주세요.”라고 항상 기도했다. 내 상황, 내 자식의 복을 바라는 ‘기복 신앙’의 기도만 하나님께 드렸던 것이다. 여느 때처럼 기도하던 어느 날, 하나님은 나를 일대일로 만나 위로를 해 주시며 “옥희야, 나는 너의 기도를 매일 듣고 싶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후, 하나님과 매일 일상적인 대화를 하듯이 기도하게 되었다. 지금은 나와 가족을 위한 기도보단 타인을 위한 기도를 더 자주 하게 되는데, 타인을 위해 눈물을 흘리며 기도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현재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해 해야 할 기도가 너무 많다. 그래서 매일 교회를 내 집처럼 방문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성전에서 기도하게 된다. 교회는 내 집이고, 내 삶 자체가 기도가 되었다.

이옥희 집사는 성경 속 말씀으로 행복을 전하고자 한다.
이옥희 집사는 성경 속 말씀으로 행복을 전하고자 한다.

Q.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무엇인가?

예나 지금이나 예수님을 가장 많이 생각한다. 주변에서 내게 “교회에 미쳤다.”, “예수님께 미쳤다.”라고 이야기하지만 내 안에는 늘 예수님이 계시고, 항상 동행하신다는 사실을 믿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행동거지를 조심하게 된다. 나의 작은 실수로 인해 예수님을 욕보이고 싶지 않다.

Q. 어떠한 일을 결정하거나 선택할 때 가장 기준으로 삼는 것은 무엇인가?

하나님을 믿는 모든 분이 다 비슷할 것이다. 나 또한 ‘하나님의 생각’을 기준으로 삼고 결정한다. 나 혼자 결정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주님께서 결정해 주시고, 마음을 주시는 모든 것에 대해 기도로 여쭙는다. 사무엘상에서 다윗이 항상 하나님께 물어봤듯이, 나 또한 하나님께 기도하며 “주님, 제게 가르쳐주세요.”라고 말하게 된다.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후, ‘주님 바보’가 되었다. 세상 속에서 나 스스로 할 수 있는 건 없지만, 하나님이 시키시는 일은 열심히 한다.

Q. 힘들고 지칠 때, 특별히 힘이 되는 성경 구절이나 찬송이 있다면 무엇인가?

내게 가장 힘이 되는 찬양은 ‘약할 때 강함 되시네’이다. 하나님이 내게 주신 찬양이고, 자주 흥얼거리게 된다.

이옥희 집사가 커피를 내리고 있다.
이옥희 집사가 커피를 내리고 있다.

|세상의 시선

안개에 의해 가려진 하나님의 빛
하나님의 첫사랑을 회복하는 나라 되길

Q. 변화했으면 하는 세상의 방향은?

이 세상은 하나님의 빛이 안개로 인해 뿌옇게 가려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의 첫사랑을 다시 되찾고, 초지일관의 마음으로 변화하길 바란다. 그리고 예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빛과 소금이 되어주길 기도한다. 8년 전의 내가 하나님을 만난 후 행복을 찾았듯이, 무신론자‧불신자들이 예수님의 사랑을 깨닫게 될 때 찾아오는 행복을 전해드리고 싶다. 그리스도인으로 인해 하나님의 사랑이 스며들어 행복한 세상으로 변화되는 것이 나의 소망이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린다.

우리가 믿고, 의지해야 할 분은 오직 하나님 한 분이시라는 사실은 독자들은 잘 알고 계실 것이다. 우리 모두가 하나님 나라를 위해 함께 달려보자. 전심으로 하나님을 섬기며 살아가는 독자들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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