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의 특장점 하나는 교직원과 학생들뿐만 아니라 심지어 이사들까지, 모든 에스라 식구들이 매일 묵상을 한다는 것입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1학년들은 아침 6시 반에 강당에 나와서 30분 동안 <매일성경>으로 개인묵상을 하고, 7시부터 20분 가량 교수님들이 묵상나눔을 인도하고, 나머지 30분 정도는 소그룹으로 장소를 나누어 서로서로 나눔을 합니다. 누군가는 “삽겹줄 묵상나눔”이라고 하던가요^^ 20분 묵상나눔 인도는 주로 교수들이 돌아가며 하지만, 한 번씩 총장이나 이사장도, 그리고 학기 후반으로 가면 학생들도 인도합니다. 학교 구내에 계시지 않고, 멀리 사는 교수들이나 이사장은 전날 학교에 와서 주무시고 아침 모임에 참석을 합니다. 그것만 보아도 우리 학교가 말씀묵상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사실 올해 초에 천국가신 설립자 백정란 님은 한 해에 한 두 사람이라도 말씀을 듣고 그 말씀대로 살아내는 사람이 있다면 학교를 세운 보람이 있다고까지 말씀하셨습니다.

일전 어느 화요일에 제가 인도를 할 차례였습니다. 그날 본문은 출애굽기 38장 1~20절이었습니다. 그 본문은 묵상나눔을 인도하기에 너무 막막한, 정말 광야와 같은 느낌으로 처음에는 다가왔습니다. 어쩌면 나를 골탕 먹이려고 이 본문을 맡겼는가 하는 생각이 스쳐갈 정도였습니다. 절대 그럴 리가 없습니다. 인도할 순서를 짤 때, 다른 분들의 편리를 위해서, 신관 교직원 숙소에 살고 있는 나를, 화요일 아침으로 잡아달라고 부탁을 했거든요. 그런데 오죽 막막한 생각이  들었으면 그런 생각까지 들었겠습니까? 하지만 광야도 잘 관찰하면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습니다. 위로는 하늘도 구름도 보이고, 아래로 땅도 보이며,  자세히 보면 사막이지만 땅에는 잡풀도, 곤충도 보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본문에 접근했을 때 뭔가 아침에 함께 나눌 피크닉(간식) 바구니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큰 흐름을 보면 출애굽기 35~40장은 성막건축과 완성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각자가 가진 귀한 것을, 기쁜 마음으로 드려서, 하나님의 신에 충만한 사람들, 곧 지혜가 있는 사람들이 각자 맡은 영역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로 광야에서도 성막을 완성했습니다. 그날 본문 첫 부분(1~8)은 번제단과 물두멍을 제작하는 법과 둘째 부분(9~20)은 성막 뜰의 울타리 제작방법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성막건축은 무엇 하나 임의대로 하지 않고 하나님이 지시(말씀)하신 그대로 순종했습니다. 하나님을 예배하는 성막(처소)이나 하나님께 나아가는 방법은 모두 하나님이 주도적으로 설계하십니다. 그 설계도에 따르면 성막으로 들어갈 때 반드시 번제단을 통해야만 합니다. 당시에 번제단은 하나님과의 언약관계를 유지하고 회복하는 중요한 방법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좋으신 하나님께, 놋으로 만든 번제단을 통과하지 않고, 바로 나아가는 특권을 지금 누리고 있습니다. 자신을 제물로 내어주신 주님 때문입니다 “보혈을 지나(통해) 하나님 품으로~ 보혈을 지나 아버지 품으로~~~”

제단에 이어서 또 하나 눈에 들어오는 것이 물두멍입니다. 물두멍은 번제를 드린 제사장들이 성소에 들어가기 전에 손을 씻는 세숫대야 같은 도구입니다. 하나님은 거룩하신 분이기에, 비록 속죄제물인 예수님 때문에 하나님께로 나아갈 길이 열렸지만, 이미 목욕한 자라도 죄고백을 통한 용서가 날마다 필요합니다. 그래서 요한은 말합니다. “만일 우리가 우리 죄를 자백하면 그는 미쁘시고 의로우사 우리 죄를 사하시며 우리를 모든 불의에서 깨끗하게 하실 것이요”(요일 1:9) 그리고 이 물두멍이 회막에서  수종드는 여인들의 거울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최상급 재질의 구리로 만들고 얼굴이 비칠 만큼 날마다 닦은 회막을 섬기는 여인들의 구리 거울은 이제 성막으로 들어가는 제사장들이 얼굴과 손을 씻을 때, 흠을 발견하고 깨끗케 하는 일에 사용됩니다. 그렇다면 나를 단장하는 도구가 공동체를 섬기는 도구로 승화된 셈입니다. 자기 단장의 기구인 여인의 거울에 해당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나의 시간, 소유, 재능 모든 것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구별할 때, 내게 있는 것으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섬길 수 있는 복된 하루가 되길 축복했습니다. 이어서 소그룹 장소에 가서 나눈 풍성한 묵상은 기록할 공간이 부족할 뿐입니다.

저작권자 © 투데이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