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디에 흩어져 살아도 유대인들의 유월절 마지막 건배사는 “내년 유월절은 예루살렘에서”였다면 마치 우리 부부는 “성탄은 울산에서”라고 노래한 것마냥 성탄을 앞둔 23일 울산으로 내려왔습니다. 울산에는 지난 25년간, 태어나서 가장 오래 살았던 곳이다 보니 고향과 같습니다.  경남 남해에서 출생해서 거기를 떠난 이후, 그렇게 오래 살았던 곳은 없으니까요. 게다가 울산교회를 통해 하나님께서 은퇴 후에 살아가는 거처를 마련하여 주신 곳이기도 합니다. 학교는 방학을 하고, 뒷 마무리도 대충했으니, 23일에 고양을 떠나 고향 같은 울산으로 내려가기로 한 것입니다. 먼저 신관사택에서 울산 겨울한달살이를 위한 짐은 뒷트렁크에, 산악용자전거는, 앞바퀴를 빼고, 승용차 뒷 좌석에 실렸습니다. 그리고 총장실에 있는 책 박스 하나를 실리려고 본관으로 가다보니, 의도하지 않게 직원들의 배웅을 받게 되어서 감사했습니다. 

출발을 앞둔 시간 뜻밖의 카톡을 받았습니다. “목사님 내외분이 울산 오시는 날, 차가운 날씨입니다. 누가 온방장치를 가동시켜 놓았는지요? 조심해서 오십시오.” <목사님, 감사합니다. 아마 박지환, 리즐 내외가 손을 봐 둘 겁니다. 감사합니다~~ 기온이 떨어져도 마음 써 주시는 그대 덕분에 복된 여행이 시작될 겁니다.>  “저희는 기대하고 기다립니다.” 울산은 4반세기를 살면서 목회한 곳이니 그동안 무성한 관계형성이 되었을 것입니다.  2년전 은퇴 이후에 한 두번 만난 분들도 있고 여름방학에 다녀갔다는 소문만 듣고 만나지 못한 분들도 있습니다. 이제 겨울 방학이니 만날 수 있으려나 하고, 가끔씩 언제 내려오냐고 묻기도 하는 것은, 그 긴 세월을 함께 했던 날들을 의미있게 보냈다면, 자연스러울 것입니다.

하여간 많은 사람들이 기다려 주는 곳으로 방학을 맞이해 내려오니 좋습니다. 뭐라고 할까요, 집에 도착하니 방학을 맞이했다는 느낌이 확 들었습니다. 거실 탁자에는 주말에 우리 집을 사용하는 가족의 손편지가 기다립니다. “Welcome back in Ulsan! Welkom terug!” 영어로 아프리칸스로 한글로 귀향을 환영한다는 글을 남겨두었습니다. “포근한 우리 집으로 돌아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지난 여름과 가을에 두산리 집을 잘 사용하고 즐겼습니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고맙게 생각합니다. 두 분 없는 집이 뭔가 허전했는데 이제 집도 행복하겠어요^^ 덕분에 바비큐 전문가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감사하고 곧 뵐께요~ 정원 손질은 별로 못했고 좀 의논도 필요할 것 같아요^^ 냉장고의 식품들은 두 분을 위한 것들입니다. 우리 생각해서 아끼지 마시고 그냥 드십시오.” 대충 그런 내용인데 한글, 영어, 리즐의 모국어인 아프리칸스까지 ㅋㅋ

24일 금요일 날이 밝아오자 낯선 우리 집과 만나고 있는데 카톡이 찾아옵니다. “잘 도착하셨지요? 고향집같은 곳에서 평안과 쉼의 시간 누리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아침 10시 반쯤 두 분이 곧 도착하겠다는 전화가 걸려옵니다. 우리의 한달 살이를 책임이라도 질듯이 쌀, 김치, 달걀, 딸기 등 손수레까지 동원해서 집안으로 실어왔습니다. 아참, 동지팟죽도 가지고 와서 네 사람이 점심으로 먹고도 남았습니다. 저녁 5시 또 한 부부가 저녁을 먹기에 부족하지 않을만큼 충분한 샌드위치를 사들고 옵니다. 함께 대화하다보니 또 세 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돌아가서 보낸 톡입니다. “목사님~^^ 저희는 집에 방금 도착했습니다.갑작스런 만남이지만 저희를 받아주시고, 피곤하실텐데도 좋은 시간 주셔서 감사합니다. 편히 쉬시고 울산에서의 모든 시간이 행복한 날들 되기를 기도하겠습니다. 내일부터 며칠 반짝 추위가 있습니다. 건강하십시오.” <여섯 시간 걸려 울산에 올 이유가 있었다는 확신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부터 운명적 만남이었죠~~>  “ㅎㅎ 네~~ 저희는 여섯 시간이 아니라 수 개월을 기다렸습니다^^ 오셔서 감사하고 만나주셔서 더욱 감사합니다~~” 울산귀향은 마지막 귀향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본향에 도착할 때는 천군천사들과 천천만 성도들의 환영 속에 우리를 기다리던 아버지 품에 안길 것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좋은 날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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