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빛교회 김윤하 원로목사의 포토에세이 <보고, 듣다> (키아츠) ㅣ 이탈리아 돌로미티의 이른 아침 민들레 들판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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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물질적으로는 이전 세대는누려보지 못한 놀랄만한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치열한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너무나 가혹합니다. 이런 세상에서 사람들은 희망을 점점 잃어갑니다.

안도현 시인은 이런 세상을 향해 시로 일갈합니다.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인데, 이 시의 시작부터가 아주 도발적입니다.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연탄이 우리의 겨울을 따뜻하게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겨울이면 연탄가스로 생명을 잃은 사람들의 아픈 이야기가 방송과 신문지상에 끊이지 않았습니다. 잠시 방심하는 사이 연탄불이 꺼져 한겨울의 추위를 온몸으로 받아내어야만 하기도 했습니다.

시인은 사람들이 아무짝에도 쓸모 없다고 생각되는 연탄재조차도 함부로 차지 말라고 합니다. 그 연탄처럼 누군가를 위해 한 번이라도 뜨겁게 자신을 불사른사람이 있느냐고 말하면서 말입니다. 더구나 연탄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겨울 빙판길에 뿌려져서 길을 걷는 사람을 보호하는 사명을 다하였으니 이런 연탄을 함부로 차지 말라고 한 시인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우리주변은 어떻습니까? 이곳저곳에서 내 생각을 따라 함부로 마치 연탄재를 차듯이 사람들을 차댑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절대 틀린 법이 없다는 듯이 말입니다. 그 결과 사람들의 가슴에는 이런 저런 깊은 멍이 들어버렸습니다.

이런 안도현 시인의 마음을 잘 보여주는 성경의 한 장면이 있습니다. 그것은 현장에서 간음하다 잡혀온 여인을 죽이려고 돌을 든 사람들이 있는 살벌한 현장이었습니다. 모두가 붙잡혀온 그 여인을 벌레처럼 보고 있을 때 주님은 사람들을 향해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요 8:7)

핵폭탄과 같은 주님의 말씀이 그들의 마음에 던져졌습니다. 그 순간 종교적 위선의 탈을 쓴 사람들이 양심에 가책을 느껴 쥐었던 돌을 내려놓고 그 자리를 떠나갔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떠난 후 주님은 간음한 여성을 향해 말합니다.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요 8:11).

이것이 오늘 분노로 가득찬 이 세상의 수많은 복잡한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연약한 자를 향해, 그리고 내 생각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일지라도 함부로 연탄재를 차듯이 차지 마십시오. 당신이 그렇게 함부로 차대는 사람이 주님께서 당신의 목숨을 버리시면서까지 찾는 바로 ‘그 사람’입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주님의 마음입니다.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을 찾으려고 99마리의 양을 산에 두고 떠나는 사랑에 눈먼 하나님의 마음입니다(마 18:12). 사람들이 대책 없고, 어리석다고 생각하는 하늘 아버지의 사랑 말입니다. 우리 모두는 이 하늘 아버지의 대책 없는 눈먼 사랑때문에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자녀답게 가장 연약한 한 사람이라도 사랑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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