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연동서부교회 이상성 목사(lee-sangsung@hanmail.net)의 작품-
-제주연동서부교회 이상성 목사(lee-sangsung@hanmail.net)의 작품-

정지우 작가가 2014년에 쓴 <분노사회>라는 책이 있다. 책이 출간된 것은 4월 19일인데, 3일 전인 4월 16일에 그 비극적인 세월호 사건이 터졌다. 그때 모든 국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이 사건을 보며 슬퍼했고, 분노했다.

사실 이런 분노는 너무나 당연하다. 정지우의 표현대로 한다면 “분노는 생존의 위협에 대처하는 원초적 방식”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은 생존의 위협을 받을 때 방어기제로 자연스럽게 분노한다. 이것이 더 발전된 형태는 증오로 나타나기도 한다.

문제는 정지우 작가가 말하듯이 ‘집단주의’에서 나타나는 ‘분노’와 ‘증오’이다. 자기가 지금까지 배우고, 경험한 것들에 대한 그것이 ‘이념’이든지, ‘신념’이든지, 아니면 ‘신앙’이든지 그것이 집단화되면서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주장을 받아들일 여유를 가지지 못한다. 그 결과는 파괴적인 분노와 증오로 나타나게 된다.

우리는 이런 ‘분노사회’ 속에서 살아간다. 이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한국 사람들이 잔뜩 화가 나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한글 음역으로 ‘Hwabyung’(화병)이 학계에 정식으로 등록되어 있기도 하다. 그 분노가 서로 간 공통의 분모를 만들어내지 못한 체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향해 화를 퍼붓고 저주의 화살을 날리기까지 한다.

그런데, 주님은 산상수훈의 일곱 번째 복에서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마 5:9)라고 말씀한다. 화평, 즉 샬롬을 이루는 자가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하시는 것이다.

사도 바울은 하나님이 다스리는, 즉 하나님이 왕이신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를 로마서의 말씀을 통해 잘 보여준다. “하나님의 나라는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이 아니요 오직 성령 안에 있는 의와 평강과 희락이라”(롬 14:17).

오늘 많은 사람들이 분노에 함몰되어 자신의 ‘의’를 말한다. 자신의 옳음을 말하고 상대방의 틀림을 분노하며 말한다. 그러나 성경은 “사람의 성내는 것이 하나님의 의를 이루지 못"(약 1:20)한다고 말씀한다. 분노에 기반한 사람의 의를 신뢰하지 않는다. 하나님께서 실질적으로는 불의한 나를 의롭다고 불러주신 ‘칭의’, 즉 철저히 의존적인 의를 말한다. 이 말은 나의 ‘정의’의 추구가 불확실한 것을 말하며, 그렇기에 이 의에 기반하여 상대방을 무시하는 것을 배격한다.

그렇기에 의에 이어 나타나는 것이 뭔가? 평강(샬롬)이고, 희락(기쁨)이다. 의를 주장하는데, 평화와 안녕이 깨어지고, 공동체를 분열케 하고, 결국 기쁨이 사라지며, 슬픔과 근심을 가득하게 한다면 이것은 하나님의 나라가 아니다. 더욱이 하나님의 영광과 주님의 몸인 교회를 손상케 하는 행위를 했다면 자신이 주장하는 ‘의’는 하나님과 관계없는 철저히 자신들만의 게토(ghetto)화 된 세계일 뿐이다.

참 안타까운 것은 교회 안으로 하나님 나라 가치가 아닌 세상 나라의 가치를 끌고 들어와 교회를 갈등의 장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강단에서, 성도간의 대화에서, SNS를 통해 주고 받는 소식에서 하나님 나라의 가치가 아닌 세상의 것들이 난무한다. 이러는 사이 그리스도의 피로 한 형제자매 된 교역자와 성도, 부모와 자녀, 교사와 학생, 형제자매 간에 갈등하고 분열하며, 결국 주님의 몸인 교회가 심각하게 갈라진다. 이것은 분열의 영인 사탄을 따르는 행위이다.

우리는 지금 대림절(Advent) 기간을 보내고 있다. 주님이 2,000여 년 전 이 땅에 오신 것을 기뻐하고, 다시 오실 주님을 대망하는 절기이다. 그러나 코로나 19가 덮친 2020년의 한국 땅과 온 세상은 희망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로마의 거짓 평화(Pax Romana)와 분노가 지배하던 이 땅에 오셔서 참 평화를 선포하신 주님의 평화(Pax Christi)를 따라, 의와 평화와 기쁨을 이루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분노에 기반한 의를 주님 발 앞에 내려놓고, 그리스도의 의에 기대는 것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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