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연동서부교회 이상성 목사(lee-sangsung@hanmail.net)의 작품
제주연동서부교회 이상성 목사(lee-sangsung@hanmail.net)의 작품

창원특례시 문화체육관광 국장과 공무원 두 명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이전 국장이 구청장으로 가면서 새 국장이 임명되어 인사차 내방한 것입니다. 물론 국장은 창원시의 조금 규모 있는 교회의 목사님들께 신임 인사차 왔다고는 했지만 진짜 이유가 뭔지를 곧 알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 방역에 교회가 잘 협조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코로나19 사태 중 교회가 세상 사람들로부터 마음을 잃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 1년의 시간 동안 기독교의 신뢰도가 급격하게 나빠졌다는 것이 이것을 증명합니다. 이는 지난 주 발표된 기독언론 8개 기관의 합동 조사에서 드러났습니다. 조사에 의하면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불교 5.3%, 천주교가 8.1%의 신뢰도가 떨어졌다고 한 반면에 기독교는 63.3%의 신뢰도가 하락했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발표된 것입니다.

이것은 청년사역연구소(소장 이상갑 목사) 조사에서도 확인됩니다. 물론 페이스북으로 한 조사라는 한계는 있지만 청년 518명에게 물은 결과 기독교계의 대면예배와 비대면예배 논쟁으로 촉발된 교회의 대처에 ‘슬퍼요’(이런 한국교회가 부끄럽고 슬퍼요), 화나요(질본 방침에 따르지 않아 부끄럽고 화나요)라고 대답한 비율이 무려 90%로 나왔다는 겁니다.

저는 이런 두 가지 조사 결과를 접하며 참 마음이 힘들었습니다. 이 민족의 소망인 한국교회가 코로나 19 사태를 거치면서 세상과 교회의 미래인 다음세대에게서 멀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말입니다. 교회당에 모여 드리는 예배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분은 이런 주장을 합니다. “예배는 목숨과도 같다. 전쟁 중에도 예배를 드렸다. 교회가 결코 타협할 수 없고 목숨처럼 지켜야 할 것은 예배이다.” 네, 100% 동의가 되는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할 것이 있습니다. 교회가 ‘예배만’ 드리는 공동체는 아니라는 겁니다. 교회는 다섯 가지의 본질적 사명인 ‘예배’, ‘교육’, ‘전도와 선교’, ‘교제’, ‘섬김’의 공동체입니다. 예배는 잘 드리는데 교육이 없다면 그런 공동체를 교회라고 말하기는 힘들 겁니다. 또한 예배는 잘 드리는데 전도와 선교를 하지 않고, 성도 간에 교제가 없다면 그런 공동체를 교회라고 부르기는 힘들 겁니다.

마찬가지로 주님의 교회는 세상 속에 있고, 세상을 섬기는 공동체입니다. 세상과 담을 쌓고 우리만의 리그를 하는 공동체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렇기에 전염병이 급속도로 퍼진 상태에서 현장 예배를 최소화하고, 가정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이 예배를 소홀히 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본질적 사명인 세상을 섬기는 겁니다.

물론 정부 당국의 조치가 비상식적인 면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교회당의 규모를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예배 인원 20명으로 제한한 것 등은 과도한 조치가 분명합니다. 이런 조치에 대해서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에 입각하여 정중하게 탄원하는 형태로 문제를 풀어야 할 겁니다(제31장 4항). 교회는 세상의 이익 단체와 같이 숫자를 내세우고, 세력을 등에 업고 싸우는 공동체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더욱 섬기고, 최종적으로는 십자가에서 죽는 길을 통해 세상을 이기는 공동체입니다(빌 2:8; 마 16:24).

한 달 만에 이렇게라도 현장에서 예배드릴 수 있음이 기쁨입니다. 코로나19가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또 다른 면에서 역설적인 축복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지금까지 일상적으로 당연히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사실은 특별한 은혜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이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며 주님이 우리에게 명령하신 다섯 가지 본질적인 사역을 더욱 열심히 감당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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